CJ(주) ‘두둑’, 대한통운 ‘짠물’ 배당 두고 오너 일가 이해관계 작용 의심 눈초리…CJ “각 계열사 독립적 결정”
CJ그룹 내 상장사는 CJ(주)를 비롯해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 ENM, CJ CGV, CJ프레시웨이, CJ바이오사이언스, CJ대한통운, 8개사다. 이 가운데 배당 실시를 결정한 회사는 7일 기준 CJ(주)(보통주 시가배당율 2.9%), CJ제일제당(0.8%), CJ프레시웨이(1.74%), CJ대한통운(0.4%) 등 5곳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CJ(주)의 배당에 대해 “주요 지주사 중 주당 배당금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상회한 기업은 CJ(주) 한 곳으로 전망치를 2568원(17%) 상회했다”며 “지주사 중 전년 대비 배당금이 4% 이상 증가한 유일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CJ(주)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과감한 배당을 실시했다. CJ(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 390억 원, 5246억 원으로 5.35%, 23.61% 감소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802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6.6%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CJ그룹 내 계열사 중 가장 낮은 시가배당율을 기록했다.
CJ그룹의 이러한 배당정책은 '후진적 지배구조'를 의심케 하고 있다. CJ(주)와 같이 지주사가 현금 배당을 실시하면 지주사 지분이 많은 오너 일가는 막대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손자회사의 배당금은 오너 일가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손자회사의 외부투자자와 지주사의 외부투자자에게도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며 몫도 적다. 이런 이유로 외부로 유출되는 배당보다 해당 유동성을 별다른 의미 없는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거나 사내 유보금으로 쌓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후진적 지배구조의 한 사례다.
CJ(주) 주주구성을 보면 지난해 6월 30일 기준 보통주 42.07% 지분을 확보한 이재현 회장이 최대주주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는 각각 3.2%, 1.47%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재현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45.8%로 집계된다. 4우선주(신형우선주)의 경우는 50%가 넘는 지분이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가 가지고 있다. 다른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발행주식수 기준 오너 일가 지분율은 45% 수준이다. 지분율대로 배당을 실시한다고 보면 배당 총액 1007억 원의 약 45%가 오너 일가 몫인 셈이다.
CJ대한통운의 배당은 사정이 다르다. CJ대한통운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 45%→CJ(주) 40.94%→CJ제일제당 40.16%→CJ대한통운으로 돼 있다. CJ대한통운이 배당을 많이 할수록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많아지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단계를 거칠 때마다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되는 자금도 그만큼 많아진다.
CJ대한통운의 배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당총액 60%가량은 CJ대한통운 외부 투자자에 돌아가고 나머지를 CJ제일제당이 챙긴다. 이를 받은 CJ제일제당도 배당을 실시하면 60%를 CJ제일제당 외부 투자자에게 줘야 하고, 나머지 약 40%를 CJ(주)가 챙긴다. 이어 CJ(주)의 배당은 약 55%를 CJ(주) 외부 투자자에, 나머지를 오너 일가가 받는다. 이에 비춰보면, CJ대한통운이 100억 원의 배당을 실시하면 오너 일가가 챙길 수 있는 배당금은 7억 원 수준에 그친다. 배당금의 90% 이상이 외부투자자에 돌아가는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CJ대한통운 일반주주들이서 배당정책과 관련해 오너 일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며 “CJ대한통운 일반주주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은 각 계열사가 책임경영을 하고 있고, 배당금 역시 계열사에서 투자계획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다”며 “결정된 배당금은 각사 이사회에서 승인을 거치기 때문에 지주사가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오너 일가 지분과 대한통운 배당금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 역시 “배당정책은 오너 일가와 무관하다”며 “국내 물류업 환경상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지만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을 통해 지난해 25년 만에 배당을 실시했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