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보충제·밀키트 등 건강기능식품 관련 11개…본업 경쟁력 강화 위해 새 브랜드 론칭할지 주목
#제2의 ‘비비고’ 나올까
CJ제일제당이 올해 1월 31일부터 2월 29일까지 한 달 사이에 ‘루틴잇’ 관련 신규 상표권을 11개 출원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이 루틴잇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출원한 루틴잇 상표권은 국제상품분류 상 05류, 09류, 29류, 30류, 31류, 32류, 35류, 43류, 44류에 해당한다. 지정상품을 보면 △05류는 단백질 식이보충제 및 식사대용 파우더 등 △29류는 견과류로 만든 식사대용 바 및 라이스 샐러드 등 △30류는 곡물을 주원료로 하는 건강보조식품 및 스낵식품 등 △31류는 미가공 곡물 및 과일 등 △32류는 곡물 및 귀리가 함유된 스무디 등 △35류는 가공한 곡물·두부·생선·채소를 주재료로 하는 밀키트 소매업 등이다.
이어서 △09류는 내려받기 가능한 식단 및 건강관리용 소프트웨어 등 △43류는 간이식당서비스업·음식준비조달업·식음료 제공서비스업 등 △44류는 건강 및 웰니스 분야 정보제공업 혹은 영양 및 식이요법 자문업 등이다. CJ제일제당이 저속 노화 식단이나 환자식 등 건강기능식 쪽에 주안점을 둔 밀키트 소매업 등 신규 사업을 론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루틴잇은 현재 심사대기 상태다. 상표 심사에는 통상적으로 6개월~1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에는 평균 처리기간이 13.9개월로 늘어난 상태다. 지난해 출원한 ‘이틀리’ 상표권도 아직 심사 중이거나 등록 전 이의신청 접수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CJ제일제당이 루틴잇 브랜드를 출범하더라도 상표권 확보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사이에 10개가 넘는 상표권을 출원했다는 점에서 CJ제일제당 측이 해당 상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이 올해 1월 론칭한 ‘이틀리’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집중적으로 23개의 상표권을 출원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도 ‘비비고’ 이후에 빅히트 친 브랜드가 아직 없어서 뭔가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햇반’도 ‘비비고’도 모두 오래 됐기 때문에 요새 트렌드인 건기식 분야에서 계속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웰니스 카테고리' 더 키운다
지난해 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매출액은 17조 8904억 원으로 전년보다 4.7%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5.4% 줄어든 8195억 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65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웰니스 카테고리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2배 올랐다는 점이다. SNS(소셜미디어)에서 당 지수가 낮은 복합탄수화물 통곡물과 콩 등을 위주로 한 저속 노화 식단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련 제품 매출도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도 ‘건강밥’을 초점으로 한 웰니스 카테고리 규모를 더 키운다는 방침이다. 3월 6일에는 '서리태 흑미밥' '렌틸콩퀴노아 곤약밥' '병아리콩퀴노아 곤약밥' 등 다양한 통곡물을 배합한 햇반 신제품 3종을 시장에 출시했다.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최근 건기식 분야에서 경쟁이 아주 심해졌다. 기업들 사이에서 타사보다 빨리, 더 나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압박이 대단히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관련 수요도 적었고 개발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면 지금은 이미 기술우위를 가진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고 수요도 확실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식품회사들 입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매력도가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선옥 교수는 “음식물 쓰레기가 무조건 나오기 때문에 ESG 점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식품기업들은 식물성 고기를 만들고 고객들의 건강을 케어해주는 쪽에 힘을 실으면서 ESG 점수를 올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지속으로 소비자들이 외식에서 ‘밀키트’나 ‘집밥’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은 “원래는 소비자들이 외식을 더 선호했는데 물가가 너무 오르다 보니 편의점 도시락,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인스턴트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니까 식품회사들이 그쪽 시장에서 수요가 있다고 본 거다”라고 말했다.
앞서의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다면 건강기능식품과 관련된 가정간편식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볼 때 이미 검증이 됐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에 집중하고 더 개발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에 새로 부임한 대표도 본업에서 승부를 보려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식품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본업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사의 상표권 출원은 선점 차원에서 자주 이뤄지는 일로, 현재 루틴잇 상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취급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