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조직개편안 우려, 준신위는 ‘회전문 인사’ 지적…수익성 강화 등 과제 산적
#"리더 한 사람이 30명 이끌어야 할 수도"
정신아 내정자는 3월 28일 카카오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로 정식 선임된다. 정 내정자는 앞서 지난해 12월 카카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카카오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NHN(현 네이버)을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직을 맡았다. 정 내정자는 지난해 3월부터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직도 맡고 있다.
정신아 내정자는 대표 정식 선임 전부터 내부 소통에 나섰다. 지난 1~2월 정 내정자는 ‘크루톡’을 진행했다. 크루톡은 카카오 임원진과 직원(크루)의 대면 소통 행사다. 정 내정자와 크루톡에 참여한 직원 약 1000명은 △인공지능(AI) 시대의 카카오 △기술 이니셔티브 △현 사업·서비스의 방향성 △거버넌스 △인사 제도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 등 7개 주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 내정자는 사내 간담회를 통해 조직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카카오는 ‘CEO→부문→팀→파트→셀’ 구조로 조직이 구성돼있다. 정 내정자는 팀장, 파트장, 셀장 등으로 나뉜 여러 직책을 ‘리더’라는 직책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현재의 파트와 셀 등 하위 조직의 장을 두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체계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사도 예고됐다. 사내 간담회에서 정신아 내정자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차기 카카오 CT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전 CTO는 2021년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먹튀 논란’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정 전 CTO는 2021년 8월 카카오뱅크가 상장된 지 3거래일 만에 보유주식을 매도해 약 66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같은 달 정 전 CTO는 남은 주식 전량을 매도하며 10억 원의 차익을 추가로 봤다. 이외에 정 내정자는 사내독립기업(CIC)인 포털 ‘다음’ 대표 자리에 양주일 카카오 카카오톡부문장을,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로는 강형석 카카오 디자인부문장을 내정했다.
정신아 내정자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내부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카카오 직원은 “조직의 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파트별 인원이 6명 이하인 파트는 다른 파트와 합치라는 지시도 있었다. 파트장은 조직도상 리더는 아니면서 실질적으로 실무를 이끌어가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 리더가 맡는 인원이 30명이 넘을 수 있어 실무적인 면에서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규돈 전 CTO 내정안을 두고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내·외부적으로 제기된다. 지난 3월 14일 준신위는 카카오에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권고했다. 준신위는 카카오에 앞으로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전달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이슈로 카카오 직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젊은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 부여"
정신아 내정자는 계열사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 쇄신을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 내정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정 내정자는 CA협의체 산하 전략위원회도 이끈다. 전략위원회는 그룹의 핵심 현안, 각 계열사의 핵심성과지표(KPI), 신규 투자 등을 검토한다.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독립기구다. 최근 카카오는 CA협의체를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는 중앙통제기구로 개편했다.
카카오그룹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택시를 배제하고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택시에만 콜(호출)을 몰아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 창업자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은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가상화폐) 클레이를 발행해 수천억 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네 건 모두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는 내실을 챙기지도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조 1060억 원, 영업이익은 5020억 원이다. 매출은 2022년보다 약 14%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11% 감소했다. 카카오의 연결 기준 연간 영업이익률은 2020년 11%, 2021년 9.7%, 2022년 7.9%, 2023년 6.2%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동시에 정신아 내정자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코GPT 2.0’은 정식 공개가 미뤄지고 있다. 당초 지난해 공개가 예상됐었다. 글로벌 생성형 AI(인공지능) 경쟁이 촉발된 후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네이버 등은 자체 LLM을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파이낸셜을 인수하려다 무산됐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유럽의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의 조직 구조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며 “(준신위 권고와 관련해서는)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