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블루 ‘콜 몰아주기’ 사건 최근 배당…해외 펀드까지 난이도 높은 수사라 눈길
법조계에서는 서울남부지검의 새로운 시도라는 평이 나온다. 2023년에는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강종현 씨·원영식 초록뱀그룹 전 회장 등의 횡령·배임에서 비롯된 주가조작 사건과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시세조종 및 폭락 사태 등 이른바 ‘전형적인 주가조작 사건’을 다뤘다면 최근에는 이보다 복잡한 사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 공매도 사건은 고의성 입증은 기본, 해외 금융·수사당국의 협조까지 필요해 ‘난이도가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칼 제대로 겨눈 카카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수사 대상 첫 기업으로 ‘사실상 찍혔다’는 평이 나오는 카카오. 관련 수사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권찬혁 부장검사)와 금융조사2부(박건영 부장검사),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 부장검사) 등이 동원됐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가 조작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사건도 배당을 받았다.
최근 배당받은 사건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 택시를 배제하고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3년 12월 공정위에 카카오모빌리티를 고발하라고 요청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원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통상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검찰은 카카오그룹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서울남부지검 배당을 선택했다.
카카오 관련 의혹은 모두 서울남부지검에서 진행 중이다.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임원의 가상자산 횡령 의혹 등 다수의 관련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건영 부장검사)가 맡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서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기소해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배 대표는 2023년 2월 SM엔터 기업지배권 경쟁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최근 재판에서 SM엔터 인수 경쟁을 벌였던 하이브의 이경준 CFO는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의) 시세조종성 SM엔터 주식 대량매집 탓에 하이브가 SM엔터 경영권 인수에 실패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올라갈 일만 남은 윗선 수사
일단 기소된 것은 배 대표지만, 검찰은 SM엔터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다른 경영진도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경영쇄신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5% 보고)도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기소가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하지만 카카오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카카오엔터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도 수사가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1월 29일 카카오엔터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성수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은 시세 차익 공모 등 의혹을 더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범수 센터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 및 배임 의혹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 부장검사)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이 2023년 9월 “김 센터장 등이 자회사를 통해 가상화폐 클레이를 발행, 투자자를 끌어 모은 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김범수 센터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미 확정됐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4건과 관련한 수사의 정점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 센터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은 원래 기업 관련 인지 수사를 확대해서 펼치기보다는 주가조작 등 개별 의혹에 대해 수사로 확인해 털고 나오는 성격이 강했다”며 “그런데 이번 카카오 수사는 여러 부서가 전방위로 달라붙어 파헤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처럼 하고 있다 보니 ‘서울남부지검이 카카오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사팀까지 꾸려 전선 펼친 서울남부지검
동시에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조사1부와 2부의 일부 인력을 동원해 불법 공매도 수사팀도 꾸렸다. 굵직한 2건이 현재 진행 중인데 모두 금융당국의 고발에서 시작된 사건들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매입해 빌린 만큼 되갚는 투자 전략이다. 해당 법인들이 공매도를 한 시점은 ‘주식이 없는 무차입 상태였다가 나중에 빌리는 사후 차입’이 자본시장법에 의해 금지된 상태였다.
BNP파리바 홍콩법인, HSBC 홍콩법인 등 두 법인은 수개월에 걸쳐 총 56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혐의로, 글로벌 헤지펀드 1곳은 2019년 SK하이닉스 블록딜 거래 참여자로서 거래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기 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해당 주식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넣은 혐의로 각각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헤지펀드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맥쿼리증권·UBS증권·씨티은행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 3개 금융회사는 부정거래 주문을 받아 수행한 ‘창구’ 역할을 한 곳이다.
금융감독원이 해외 IB를 상대로 불법 공매도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인 탓에, 수사팀에게 배당되는 사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법인 등 문제가 된 헤지펀드나 투자법인이 해외 소재 회사이기 때문에 해외 사법당국의 공조가 필요하다.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는 꾸준히 존재했지만 불법 공매도 기소 및 형사처벌 사례가 전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부지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금융범죄 전담수사청 출범 초반부터 2023년까지는 개별 상장사의 주가조작 및 횡령, 배임 등 상장사나 세력들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카카오와 해외 펀드 및 기업까지 수사 대상이 확대된 것 같다”며 “금융범죄가 가진 파급력이 커진 탓도 있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을 감안한 수사 성격도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