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 “매우 흥분된다”…김하성 “박찬호 선배가 선수단 서울 회식 도와줬다”
샌디에이고는 한국 국가대표 내야수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 중인 구단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한국 선수 최초로 MLB 유틸리티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 불펜 투수로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고우석도 선수단과 함께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샌디에이고에는 몸값 비싼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하다. 야수로는 매니 마차도(1709만 909달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171만 4295달러), 잰더 보가츠(2545만 4545달러) 등이고, 투수로는 다르빗슈 유(1600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2000만 달러) 등의 몸값이 눈에 띤다. 김하성은 700만 달러(92억 원)를 받는다.
3월 14일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훈련장을 찾았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범경기를 마치고 저녁에 피닉스 공항으로 이동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스케줄이었다. 선수들 클럽하우스는 한국으로 가져갈 짐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선수들은 자신의 라커룸에 있는 옷들과 장비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김하성도 여행 가방을 챙기는 와중에 취재진을 맞이했다. 김하성은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15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숙소에 도착해서) 잠을 잘지, 아니면 참고 버틸지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LA 다저스와 2연전을 마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경기 시간에 맞출 생각이다. 한국에 계속 있을 게 아니기 때문에 (LA 다저스와) 두 경기에 맞춰서 수면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여기(미국) 오면 또 다시 이곳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와 개막전을 치르기 전 팀 코리아, LG 트윈스와 연습 경기가 예정돼 있다. LA 다저스는 팀 코리아,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만약 샌디에이고의 연습 경기 상대 팀이 키움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김하성은 이전 인터뷰에서 “물론 키움과 연습 경기를 치르는 것도 좋겠지만 친한 선수들이 많아 장난을 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하성으로선 한국에서 치르는 MLB 개막전인 만큼 선수들한테 이런저런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처음 한국에 가기 때문에 경기도 경기지만 여러 문화 등을 궁금해한다. 최대한 동료들의 생각을 반영해서 다닐 예정이다. 한국행을 앞두고 선수들이 야구와 관련해서 팬들은 어떤지, 야구장은 어떻고 한국은 어떤 야구를 하는지 물어본다. 야구 외적으로는 외출해보고 싶다거나 코리안 바비큐를 먹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보통) 해외 스포츠 팀이 한국에 오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이 선수들도 해보고 싶어 한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구단주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박찬호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들 인원이 많아서 이들과 모두 다 같이 다닐 수 없다. 선수단 단체회식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걸 박찬호 선배님이 도와주셨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박찬호 선배님이 많이 애써주셨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박찬호는 오는 20일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정규리그 개막전에 시구자로 나선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한국 방문을 앞두고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 유학 경험이 있고, 한국어에 능통한 미국인 강사를 초빙해 선수들에게 한국 문화, 한국식 인사법 등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내용은 김하성의 설명으로 알려졌다. 그 강의 후 선수들이 경기할 때 “잘했어” 등 간단한 단어를 한국어로 말한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선수들 중 가장 한국어 습득이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 김하성은 자신의 라커 옆에 앉아 있는 주릭슨 프로파를 꼽았다.
“(프로파의) 언어 습득력이 아주 뛰어나다. 한 번 알려주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김하성이 프로파에게 한국어를 말해보라고 하자, 프로파는 “힘내, 잘했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주릭슨 프로파는 네덜란드 대표팀 소속으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1라운드 A조 상대 팀인 한국 대표팀을 만나 선발투수인 우규민을 상대로 1회초 우월 2점 홈런을 날린 바 있다. 네덜란드는 한국과 경기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즉 프로파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미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는 기자와 개별 인터뷰에서도 “2017년에 한국에서 경기했는데 굉장히 좋았다”며 “(이번 한국서 치르는 개막전에) 와서 경기를 즐겨달라. 굉장히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어서 프로파는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는 말도 덧붙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인터뷰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미리 인사를 전했다.
“한국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를 응원해줘서 감사하고 빨리 한국에 가서 팬들을 만나 볼 수 있길 기대한다.”
한국에서 치르는 MLB 정규리그 개막전이니만큼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이크 쉴트 감독도 한국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13일 미국 애리조나주 캐멜백랜치-글렌데일의 다저스 훈련장에서 만난 로버츠 감독은 한국 방문을 앞두고 “매우 흥분된다”며 다음과 같은 소감과 희망사항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걸 모두 기대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시즌이 시작되는 걸 기다린다. 한국과 아시아 전역의 팬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분명 샌디에이고 유니폼이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내가 박찬호와 함께 뛰었기 때문에 (한국 팬들이) 샌디에이고뿐 아니라 우리를 응원하는 다저스 유니폼도 있었으면 좋겠다.”
14일 오전 파드리스 훈련장에서 만난 마이크 쉴트 감독은 전날 취재진에 “좋은 아침”이라고 한국어 인사를 전한 바 있다. 쉴트 감독은 전날 LA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이 한국에서 다저스 유니폼도 많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하자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우리 팀에는 키미(김하성 애칭)와 고(고우석)가 있기에 팬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양 팀 팬들이 모두 섞인 모습은 정말 흥미로울 것이다. 우리는 많은 한국 팬들이 파드리스를 사랑해주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는 방문이 될 것이다.”
MLB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2024년 정규 시즌, 이벤트 경기 등을 ‘미국 외 국가’에서 치르기로 했고,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MLB 개막전이 미국 외 국가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9번째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구장 적응 훈련을 마친 뒤 마이크 쉴트 감독과 김하성,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등이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LA 다저스에서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이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17일과 18일에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국 대표팀인 팀 코리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19일 휴식을 취한 다음 20일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역사적인 첫 MLB 개막전이 시작된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