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가치 상승분 100% 기부? 낮게 책정된 데다 강제성도 없어…부산시 “건축사용 승인 전까지 절차 완료”
부산·경남에는 개발업자들의 조건부 인·허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뤄지고 있다. 기부채납을 받을 경우 지자체로서는 열악한 재정능력으로 하지 못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조건부 허가를 진행하지만, 지자체와 사업자는 이를 두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에 불거진 이른바 ‘합천군 250억 원 먹튀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개발업자가 기부채납한다는 협약서만 믿고 추진한 사업이 합천군에게 250억 원이라는 빚만 안기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현재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엘시티도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유사한 사례다. 생활형숙박시설을 조성해 관광특구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해운대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숙박시설을 조성하려는 계획은 결국 전국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주거용 아파트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얻은 것은 없었다.
해운대센트럴PFV는 해운대구 중동 193번지 일원은 현재 용도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다.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아파트를 건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해운대센트럴PFV가 해운대구의회나 주민들이 반대하는 준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용적률 200%가 672%로 상승함에 따라 아파트 100세대를 건축할 수 있는 곳에다 300세대로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가치 상승분을 살펴보면 예정사업지 해운대구 중동 193번지의 공시지가는 1㎡당 308만 원이며 예정사업지 인근 준주거지역 공시지가는 1㎡당 495만 원으로 차액은 187만 원이다. 해운대구 중동 지구단위계획을 열람해 보니 제2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면적은 9998㎡다. 공시지가 차액 1㎡당 187만 원을 용도변경하는 면적 9998㎡에 곱하면 공시시가 기준 187억 원의 토지가치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이는 공시지가 기준 상승분이므로 실제 토지거래 상승분은 보통 이를 상회한다.
지구단위계획에 기재된 기부채납 계획을 살펴보면 열람서에는 ‘지가 상승분이 242억 3200만 원이지만 260억 8600만 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확정하고 기부금 중 71.9%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일반주거지역은 1㎡당 900만 원, 준주거지역은 1500만 원에 거래된다. 실제 토지거래 상승분과 공시지가와는 600만 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는 면적 1㎡에 600만 원을 곱하면 499억 원이라는 토지가치 상승요인이 발생한다.
이처럼 통상적인 토지거래와 단순 비교해도 해운대셀트럴PFV 기부채납분은 이미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는 세대가 이미 3배가량 상승하기에 토지가치 상승분은 전체 이익 규모와 비교할 때 커다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이마저도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부산시가 사업자와의 확약서로 기부채납 협의를 마무리하고 준공 전까지 이행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지만, 기부채납을 강요할 수 없는 부산시와 사업자 간의 강제성 없는 확약서 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부산시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사업자 측과 확약서를 작성하고 기부채납은 공공시설물로만 받는다”며 “안전장치는 없지만 건축사용 승인 전까지 기부채납 신청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