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탄핵론’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청년 지지 기반 미미·사법리스크 넘어야
제3지대에서조차 아웃사이더로 분류됐던 조국혁신당은 지지율이 급등하며 총선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지민비조 프레임이 야권 지지층 새로운 투표 전략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지민비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민주당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면서 대안세력에게도 권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투표 일환”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3월 1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현실적인 목표는 득표율 25~30%”고 말했다. 황 의원은 “다른 당이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1~2석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12~13석, 14~15석 정도가 조국혁신당의 현실적 목표”라고 했다.
당초 조국혁신당은 ‘조국의 강’을 넘어설 수 있을지를 두고 물음표를 떼내지 못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조국의 바람’이 정국을 강타하는 양상이다. 조국혁신당 내부에선 “지역구 후보까지 공천했으면 50석 규모까지도 노려볼 만하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도 들린다.
조국혁신당 돌풍 이면엔 조국 대표의 ‘강경 행보’가 있다. 조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넘어 정권탄핵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야권 지지층 표심을 결집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언하면서,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조국 대표는 “1차로 레임덕, 2차로 데드덕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했다. 탄핵이라는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띄우며 ‘반윤’ 대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민비조’에 맞설 만한 프레임을 내놨다. ‘더불어 몰빵’이라는 슬로건이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메시지다. 민주당 선대위는 조국혁신당 돌풍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더불어 몰빵’ 구호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3월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강원도 춘천 거리 유세에서 “몇 년 전 우리가 박근혜 정권을 내쫓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정권 심판론과 관련해 발언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대정부 투쟁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리스크도 뚜렷하다. 조국혁신당은 빈약한 청년 지지 기반이 약점으로 꼽힌다. 2019년 조국 사태 핵심 논란은 딸 조민 씨를 둘러싼 입시 비리 사건이었다. 청년층이 가장 분노한 사건이었던 까닭에 조국혁신당 돌풍에 청년층 지지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내세운 ‘비례대표 라인업’도 변수다. 3월 19일 조국혁신당은 남녀를 교차로 배치한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 순번은 당원과 국민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됐다. 1번 박은정 전 검사, 2번 조국 대표, 3번 이해민 전 구글본사 시니어 프로덕드 매니저, 4번 신장식 변호사, 5번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순이다.
그 다음으론 6번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7번 ‘가수 리아’로 잘 알려진 김재원 백제예술대 겸임교수, 8번 황운하 의원, 9번 정춘생 전 대통령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 10번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이 배치됐다.
비례대표 명단 10번 안에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인물이 여럿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꼽힌다. 1번 박은정 전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2번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사건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 중이다.
8번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10번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여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선 가능한 순번에 배치된 인사 중 다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거론된다.
빈약한 청년 지지 기반과 비례대표 라인업 리스크와 별도로 야권 전체에 감도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조국혁신당 돌풍이 점점 거세질 경우 ‘보수 결집’ 및 ‘중도 이탈’로 야권 전체 파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야권 지지층 내에서 선거 프레임이 조국 대 이재명 구도로 개편된다면, 야권에 조금 더 마음을 기대고 있는 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여지가 있다”면서 “야권 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국민의힘 반사이익으로 이어진다면 판세가 미묘해진다”고 바라봤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후보들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실망한 야권 지지 심리가 조국혁신당으로 옮겨진 상황”이라면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2019년 조국 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조국수호파’와 ‘조국심판파’의 대립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채 교수는 “조국혁신당이 지금은 컨벤션효과를 노리고 있고, ‘사적 복수’가 정권심판론과 연계되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치가 사적 보복 및 방탄 수단으로 쓰인다고 보일 수 있다는 점, 청년층 중 조국 사태 이후 여전히 상실감을 느끼는 비율이 작지 않은 점 등이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