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미우면 그집 아이도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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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국은행 국정감사는 정책보다는 임직원들의 업무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이 많아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 국정감사 현장. 일요신문DB |
한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있던 지난 9일 한은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하소연이다. 실제 이날 한은은 국감에서 무능력하고 비리의 온상처럼 다뤄졌다. 의원들의 지적사항도 한은의 정책적 판단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김중수 한은 총재나 금융통화위원들, 한은 직원들의 업무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그 배경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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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
여기에 회의에 사용한 돈도 문제가 됐다. 전임 이성태 총재의 경우 국제회의를 20번 하는 동안 사용한 임차료(행사장 임대료)는 1715만 원으로 행사당 임차료가 85만 원이었다. 반면 김중수 총재의 경우 11번 국제회의를 하면서 사용한 임차료가 19억 2348원이나 됐다. 1회 임차료가 거의 2000만 원에 육박한 셈이다. 김중수 총재에 대한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김중수 총재가 세계 최악의 중앙은행 총재로 뽑혔던 점을 들어 한은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7명 중 3명이 채권 투자를 한 점과 직원들의 해외 유학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지적대상이 됐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 7명 중 3명이 금리 영향을 받은 채권에 6억 원이나 투자를 한 것이다. 특히 한 금통위원은 3억 1000만 원어치의 채권을 보유한 것은 물론, 대부업체의 채권까지 손을 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은은 공직자윤리법상 채권 보유는 허용된다고 주장했지만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해외유학 중인 직원들이 유학 기간에 연간 5000만∼9000만 원의 기본급을 전액 받은 것도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기본급에 등록금과 체재비까지 무이자로 수천만 원씩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휴직한 상황에서 일반인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챙긴 셈이다. 특히 부처 공무원의 경우 해외 유학시 지원액이 최고 5000만 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돈을 펑펑 쓰면서 지난해 한은이 사회공헌활동 지원에 사용한 예산은 5900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 2008년에 기부금 예산이 1억 800만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대거 지적되자 한은 내부에서는 차라리 지난해 고물가 당시가 국정감사에 대응하기 쉬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한 한은 직원은 “지난해에는 워낙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 질의가 물가에 집중됐다. 한은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안정인데 이를 제대로 못한다는 질책에 대해서는 세계 원자재 가격 상황 등을 들어 해명할 수 있고 공과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총재나 금통위원, 직원들의 업무나 투자, 유학 등에 대한 지적은 해명하더라도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은이 다른 해보다 업무 외 문제로 많은 지적을 받은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김중수 총재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김중수 총재의 임기는 2014년 4월까지다. 한은 총재의 임기는 정권이 바뀌면 교체되는 다른 부처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들과 달리 철저하게 보장된다. 새로운 정권이 1년 이상 ‘친이’ 김중수 총재와 함께해야 하는 것에 대해 여야 모두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김중수 총재가 한은 독립성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춘 행보를 보인 것 때문에 이러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기획재정위 국정감사가 최태원 SK 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등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파행되지 않았다면 한은은 더 두들겨 맞았을 수도 있다”면서 “국정감사가 오후에서야 재개되면서 의원들의 질의 시간이 줄어들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 한은 국정감사는 증인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을 벌이다 10시30분에서야 시작됐으나 바로 정회됐다. 여야 간 정상화에 합의된 뒤인 오후 2시에야 한은 국정감사는 속개됐다.
이준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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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숙 기자 |
체감물가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
한국은행이 물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올해 무슨 물가 고민일까 싶지만 소비자 물가지수가 체감물가와 다르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물가는 2011년 4.0%에 달했지만 2012년 6월 2.2%를 기록한 뒤 7월 1.5%, 8월 1.2%, 9월 2.0%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태풍 이후 채소류와 과실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석 때 곤란을 겪었던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수치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체감물가 파악을 위해 도입한 생활물가는 오히려 소비자물가보다 더욱 낮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6월 1.8%, 7월 0.8%, 8월 0.6%, 9월 1.7%에 불과하다. 게다가 농산물 가격 급등에도 생활물가 중 식품물가 상승률은 7월 1.2%, 8월 -0.2%, 9월 2.2%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물가 안정을 목표로 둔 한은이 팔을 걷어붙였다. 소득별 소비지표와 실제 소비 비중 등을 고려해 새로운 보조 물가지수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한은이 개발에 들어간 지표는 ‘민간소비지출가격지수’로 소비자들의 실제 소비 행태 변화를 반영하면서 실제 구매량에 맞춰 가중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현행 소비물가지수는 물품 가격과 판매량이 달라지더라도 가중치에 변동이 없어 제대로 된 물가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은은 민간소비지출가격지수에 반영되는 품목 범위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은이 추진하는 민간소비지출가격지수는 현재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전망의 기준지표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은은 지수 자체를 대외적으로 알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자칫하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차이점이 부각되면서 소비자물가 통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