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깜짝 발표, 직장인 ‘실연 휴가’ 속출…슈퍼스타의 신부는 농구선수 출신 다나카 마미코로 추정
#“충격으로 회사 조기 퇴근·실연 휴가”
오타니는 2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어와 영어로 “여러분께 결혼했다는 소식을 알린다”며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새 인생을 살게 됐다”고 썼다. 상대에 대해서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으로 모국 일본에서는 ‘오타니 쇼타임’이 펼쳐졌다. 축하 댓글이 끝없이 이어졌으며,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오타니 결혼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을 독점했다.
놀라움의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한 여성팬은 “모두의 오타니 선수였는데, 왠지 빼앗긴 것 같아 쓸쓸하다”고 말했다. 20대 남성팬은 “너무 놀라서 머리가 멍해졌다”며 “충격으로 회사를 조기 퇴근했다”고 밝혔다. 후지TV에 따르면 “상실감에 빠져 ‘실연 휴가’를 내는 등 이른바 ‘오타니 로스(Loss·상실)’를 호소하는 직장인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 광고회사 써니사이드업의 츠기하라 에츠코 사장은 X를 통해 “오타니 선수가 결혼 발표! 역시나 바로 실연 휴가서가 제출됐다. 과연 내일은 몇 명이나 실연 휴가를 낼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실연 휴가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에 복귀하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다. 현실 연애를 포함해 좋아하는 아이돌이 결혼했을 때에도 신청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당연히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오타니도 실연 휴가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오사카의 음식점에서는 오타니 선수의 결혼으로 슬픔에 잠긴 여성을 위로하고자 3월 1일부터 7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오타니 로스 원드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타니의 여성팬에게 음료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가게를 방문한 한 여성팬은 “올해 일어난 일 중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며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맥주를 들이켰다.
#오타니 이상형 ‘키 크고 밝은 여성’
일본에서는 여성 아나운서와 결혼하는 야구선수가 많지만, 오타니는 ‘결혼 상대로 아나운서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뜬소문이 나는 걸 피하기 위해서인지 여성 아나운서의 개별 취재를 거절하는 ‘철벽남’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전인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오타니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잘 웃고 긍정적인 성격” “키가 크고 활동적인 여성”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이상형을 밝혔다.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성품을 우선시하는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12월에는 “결혼이나 아이를 포함해 평온하게 살고 싶다. 마음이 평온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생활은 그랬으면 좋겠다”라며 결혼관을 털어놨다.
야구 외에도 늘 이슈를 몰고 다니는 오타니이지만, 과거 여성과의 파파라치 사진이 단 한 장도 찍힌 적이 없다. 일본의 한 스포츠지 기자는 “오타니의 열애, 결혼 특종은 어디나 노렸고 파파라치가 수없이 따라붙었다. 열애가 보도되면 시끄러워지는 것은 필연적. 누구보다 오타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전에 결혼은커녕 아무도 열애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만큼 지극히 일부 사람만 아는 특급 비밀이었던 같다”는 추측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스포츠 역대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300억 원)에 다저스와 계약하며 선수 생활에 큰 전기를 맞았다. 또한, 30세라는 고비를 앞두고 인생에서도 결혼이라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MLB닷컴은 “이제 오타니는 FA 시장에도, 결혼 시장에도 남아 있지 않다”고 전했다.
#‘유력 후보’는 180cm 농구선수 출신
슈퍼스타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은 누구일까. 오타니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왠지 모르게 함께 지내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내의 신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3월 2일에 공개된 ‘넘버(Number)’ 독점 인터뷰를 통해서 어느 정도 궁금증을 채워줬다. 나이는 2~3세 아래, 호칭은 ‘쇼헤이 씨’라 불리며, 아내가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 준 일화 등이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는 ‘유력 후보’로 꼽히는 여성이 있다. 농구선수 출신 A 씨다. 180cm의 장신인 A 씨는 명문 사립 와세다대학을 졸업했으며,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세로 오타니가 인터뷰에서 밝힌 연령차와 일치한다. 또 “밝고 긍정적인 선수”라는 주위의 평판 역시 오타니가 말한 이상형에 들어맞는다. 포스트세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실업단을 은퇴한 뒤 미국으로 떠났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삭제했다”고 한다.
오타니는 넘버 인터뷰에서 “아내와 처음 만난 장소가 트레이닝 시설 안 복도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들은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센터(NTC)가 유력해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NTC는 370억 엔(약 3302억 원)을 들여 설립한 일본 국내 유일의 운동선수 전용 훈련시설이다.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으며, 일본 정상급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집결한다.
광활한 부지 안에는 올림픽 경기의 각 코트 외에도 재활할 수 있는 의료 시설, 대욕탕이 딸린 숙박 시설, 선수끼리 교류할 수 있는 라운지 등을 갖췄다. 일본 매체 ‘여성자신’에 의하면 “오타니는 시즌이 끝나고 일본에 귀국할 때면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에 매달렸다”고 한다. 여성자신은 “A 씨도 2020년부터 2021년경 여자농구 일본 대표팀 후보로서 NTC에서 실시된 강화합숙 훈련에 자주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이때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A 씨라고 보도된 여성이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농구선수 다나카 마미코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름이 비슷한 농구선수 다카다 마키가 혼선을 빚자 “제가 아니다”며 X를 통해 밝히기도 했지만, 다나카는 아직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타니의 결혼 소식으로 며칠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평범하게 있고 싶은 것은 오타니 자신일지 모른다. “굳이 결혼 발표를 지금 한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오타니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시끄럽고 결혼을 해도 시끄러우니까. 야구에 집중하려고 결혼을 발표했다”며 웃기도 했다. 결혼 발표를 계기로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다짐이었지만, 그를 향한 과열된 인기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