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미국 사업 정리 수순, 아시아 법인은 FI가 지분 매각 나서…CJ CGV “FI와 지속 협의”
#미국 법인 지분 100% 매각 추진
CJ CGV는 미국 영화관 운영법인(CJ CGV AMERICA LA, LLC.)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지난해 12월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CJ CGV의 완전 자회사인 미국 지주사(CJ CGV AMERICA, INC.)가 CJ CGV AMERICA LA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CJ CGV는 2010년 미국에 CGV LA점을 열면서 미국에 진출했다. 2017년 CGV LA 남동쪽에 위치한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파크점을 열었다. 2021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3호점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샌프란시스코점은 휴업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점을 폐점했다.
CJ CGV 미국 사업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CJ CGV AMERICA LA, LLC.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CJ CGV AMERICA LA, LLC.의 매출은 70억 원, 순손실은 86억 원이었다. 2022년에는 매출 82억 원, 순손실 515억 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미국 사업 정리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지주사가 미국에서 다른 회사를 살 수도 있지만 사업 철수를 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사업 정리 정황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미국 영화관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보다는 회복되는 추세다. 글로벌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박스오피스 시장 규모는 69억 달러(약 9조 원)다. 2021년(43억 달러, 5조 8000억 원) 대비 62%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 수입은 90억 달러(12조 원)를 기록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팬데믹 이전 100억 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CJ CGV 측은 미국 시장에 2호점을 내며 미국 시장을 ‘K-무비(movie)’의 새로운 거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확장 전략을 펴지는 못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현지 영화관 업체들의 영향력이 공고하다. CJ CGV가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정도를 성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CJ CGV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극장의 스크린 수는 11개에 불과하다. 중국(사이트 126개·스크린 1001개), 튀르키예(사이트 85개·스크린 717개), 베트남(사이트 82개·스크린 477개), 인도네시아(사이트 74개·스크린 422개) 대비 현저히 적다.
CJ CGV는 지난해 CJ CGV AMERICA, INC.에 대해서는 장부가액 72억 원 전부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로 인해 이 법인에 대한 장부가액은 현재 0원이 됐다. 장부가액이 0원이 됐다는 것은 회계상 기업 가치가 사라져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중국·동남아 시장은 포기 어려울 듯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법인 CGI홀딩스의 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 PE본부는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2019년 이들 FI는 3336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했다. FI들의 CGI홀딩스 지분율은 27.57%다. FI 투자 당시 CGI홀딩스 지분가치는 1조 1676억 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CGI홀딩스는 중국 내 영화상영 운영법인들을 관리하는 ‘UVD ENTERPRISE LIMITED’, 중국 극장 개발·운영 법인 ‘CJ CGV(SHANGHAI) ENTERPRISE MANAGEMENT CO., LTD.’, 베트남 영화관 운영 법인 ‘CJ CGV VIETNAM HOLDINGS CO., LTD.’ 인도네시아 영화관 위탁 사업을 영위하는 ‘PT GRAHA LAYAR PRIMA TBK.’를 자회사(인도네시아 법인만 지분 51% 보유, 나머지는 100% 보유)로 두고 있다.
FI는 CGI홀딩스에 투자할 당시 지난해 6월까지 홍콩 증시 상장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CGI홀딩스의 순손실이 이어져 기업공개(IPO·상장)를 진행하지 못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상장 이전 3년간 최소 8000만 홍콩달러(약 137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FI는 CJ CGV와 매수청구권(콜옵션)을 체결하면서 IPO 기한을 올해 6월로 연장해 줬다.
CJ CGV가 콜옵션을 행사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CJ CGV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94억 원이다. 그렇다고 CGI홀딩스 IPO를 추진하기는 어렵다. CGI홀딩스는 지난해에만 19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새로운 FI를 찾는 게 CJ CGV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FI는 CJ CGV가 보유한 CGI홀딩스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도 갖고 있다. CJ CGV 입장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은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매출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CJ CGV는 중국 영화관 사업에서 3090억 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277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사업은 CJ CGV 전체 매출의 20%,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업은 18%를 차지했다.
실제 CJ CGV는 사업보고서에 첨부한 영업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인니와 같은 성장시장은 차별화 및 공격적 성장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미 대규모 시장을 보유 중인 중국에서는 철저한 수익 기반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의 영화업계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멀티플렉스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젊은 층이 많아 성장성이 좋은 시장”이라며 “국내 영화관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CJ CGV가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기 더 유리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CJ CGV는 4DX 등 기술특별관 포맷을 판매하는 포디플렉스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4DX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에서라도 중국과 동남아 쪽 시장은 계속 유지를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CJ CGV 관계자는 “미국 사업은 어려움이 지속됐었다. (미국 영화관 운영법인)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매각을 추진 중이지는 않다”며 “CGV는 국내보다는 CGI홀딩스 산하 해외(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국가에서 빠른 회복세에 있다. 현재 (CGI홀딩스) FI와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