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상환 어려운데 CGI홀딩스 실적 개선 난망…‘회복 vs 반등 어려워’ 영화산업 전망도 엇갈려
#CJ CGV를 둘러싼 우려
CJ CGV는 지난 1월 5일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200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로써 CJ CGV의 단기 차입금은 75억 원에서 275억 원으로 늘었다. 단기 차입금이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빚을 뜻한다. CJ CGV는 최근 18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입금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건물 임차보증금을 담보로 조달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15일에는 2000억 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도 발행했다.
이처럼 CJ CGV가 전방위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유상증자 실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 CGV는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CJ CGV는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약 5700억 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CJ CGV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예상 보다 적은 4153억 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CJ CGV로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CJ CGV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929억 원이다. 이 중 대부분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채무 상환에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CJ CGV 자회사들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CJ CGV는 지난해 12월 15일 미국법인에 368억 6200만 원을 대여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0일에는 홍콩법인 CGI Holdings Limited(CGI홀딩스)에 302억 7950만 원을 신규로 대여했다. 또 CGI홀딩스의 기존 대여 금액인 1053억 2000만 원의 채무상환 기한을 2023년 12월에서 2024년 12월로 연장했다.
채무보증도 늘어나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 10~12월 CGI홀딩스에 대한 총 1111억 6500만 원 규모의 채무 보증을 연장했다. 뿐만 아니라 CJ CGV는 지난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법인, 튀르키예 법인, 베트남 법인에 총 1300억 원대의 채무보증을 신규 공시했다. 하지만 해당 해외 법인들은 2022년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아시아 사업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CGI홀딩스는 CJ CGV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100%를 갖고 있다. CJ CGV는 2019년 CGI홀딩스 설립 당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CGI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을 조건으로 약 3336억 원을 투자받았다. CJ CGV는 CGI홀딩스의 실적 악화로 상장이 불가능해지자 지난해 FI와 매수청구권(콜옵션) 계약을 체결하며 2024년 6월로 상장 기한을 연장했다.
문제는 CGI홀딩스에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CGI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이 끝내 불발되면 콜옵션 계약에 따라 CJ CGV가 FI의 지분을 되사야 한다. CJ CGV의 현재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지분 매입은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CJ CGV가 새로운 CGI홀딩스 투자자를 모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CGI홀딩스의 매력이 과거 대비 하락해 투자자 모집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FI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FI와 CJ CGV의 CGI홀딩스 지분이 모두 매물로 나오게 된다. CJ CGV가 CGI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사실상 아시아 사업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
#영화 산업의 미래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영화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영화 시장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65% 수준까지 회복됐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4년부터는 국내외 블록버스터 신작과 검증받은 시리즈물 위주의 개봉작이 늘어나면서 영화시장 매출이 2019년의 8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 ‘서울의 봄’이 2023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면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어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4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CJ ENM이 배급한 ‘외계+인’ 2부도 개봉 첫날인 1월 10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10만 명 가까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문행 수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23년 극장 산업이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전망하던 무렵에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복병으로 등장해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 영향이 2024년이라고 해서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2023년에 영화업계가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노력 등을 통해 비용을 감축한 결과가 올해는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OTT 플랫폼과의 제휴나 협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영화 산업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제작 편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급격한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ICT 박사)은 “영화는 제작에 1~2년 이상 걸리는데 재작년부터 투자 감소로 제작 편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점이 올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며 “극장 관람수요는 늘어날 수 있지만 영화 편수나 스크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므로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소비의 패턴이 바뀐 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대작이어도 입소문을 타지 못하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가령 2014년에 개봉한 ‘명량’은 12일 만에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서울의 봄’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상영한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 관객들이 개봉 후 평판 조회를 통해 작품을 굉장히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예전에는 마블 영화 등이 흥행이 보장된 작품이었다면 지금은 아무리 텐트폴(흥행 공식에 맞춰 유명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한 대작) 영화여도 흥행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CJ CGV 관계자는 “CGI홀딩스 상장 이슈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보다는 훨씬 빠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FI들과도 원만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는 영화뿐만 아니라 함께 응원하면서 즐길 수 있는 한국시리즈나 아시안컵 등을 극장에서 생중계하고 4DX나 스크린X 같은 특별관을 통해 모바일이나 TV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