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하며 흘러 넘치는 듯한 풍경화’…‘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영속성 자문해
김 작가가 쓰는 색깔은 계절의 변화를 암시하며 몽환적이며 뚜렷하다. 날 것 그대로를 토해내는 듯하지만, 명도와 채도를 극단적으로 밝거나 어둡게 쓰지 않는다. 작가는 ‘그냥 지나쳐 가는 풍경’을 전후 또는 좌우로 시선을 멀리 널찍하게 펼쳐 보인다. 작품 속 길은 풍경의 일부이고 풍경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번 전시 ‘소녀와 레후아’는 하와이섬 토종 식물 오히아 레후아(Ohia Lehua)를 비롯한 동식물 만을 풍경 속 대상으로 삼은 이전 작품과 달리 소녀,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신비스러운 동양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의 화자인 소녀와 소년은 관람자를 정면에서 응시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 꽃 오히아 레후아, 대지의 기운이 물처럼 흐르는 장소와 형언 불가한 황혼의 하늘은 현대인이 사는 현실이고 알 수 없는 미래로 보인다. 소녀와 소년은 작가 자신과 모두의 실체적인 희망을 암시한다고 전해진다.
김상경 작가 풍경화는 진리 넘어 실재인 ‘완전하게 충만된 본질’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세계의 출발점이었던 인물,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삶의 영속성’에 대해 자문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경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20회 개인전 및 2회 영상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