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민생관리 실책에 여권 위기감…중도층 투표 참여·보수 결집 여부 남은 변수
지난 2월 설 명절 전후로 쏟아진 총선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양상을 보였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40%대 중반을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두 자릿수 격차를 보이며 앞선 결과가 나왔다. 4월 총선 성격에 대해서도 ‘정권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 수치가 딱 붙어 접전을 벌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계가 내홍에 휩싸인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2월 당시 국민의힘 총선 후보적합도 조사가 진행돼 보수층이 과표집 됐다는 반론도 있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과반 의석을 넘어 180석에 가까운 압승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 나왔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들어 여론조사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져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3월 19~21일 사흘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가 58%, ‘잘하고 있다’ 34%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긍정평가’ 가장 높았던 수치가 3월 1주 39%였는데, 2주 만에 5%포인트(p) 하락했다. ‘부정평가’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53%에서 2주 만에 5%p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4%와 33%로 접전을 보였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8%를 기록해 범민주 지지율을 합치면 42%로,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22대 총선 결과 기대’ 질문에도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1%로 절반을 넘겼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부정평가가 64.1%를 기록했다. 특히 ‘매우 잘못한다’는 강력 비토층이 53.8%로 절반이 넘었다. 긍정평가는 32.5%에 그쳤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어 ‘22대 총선 지역구 투표 의향’은 민주당이 50.4%로, 응답자 절반이 민주당을 선택했다. 국민의힘은 35.3%였다. ‘비례정당 투표’ 역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21.6%와 29.1%를 나타내, 합계가 50%를 넘었다. 국민의미래를 고른 응답자는 28.1%였다.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요인으로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회칼테러 발언’ 논란이 꼽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3월 17일 이종섭 대사에 대해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상무 수석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다”고 압박했다.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수석이 3일 만에 충고대로 거취를 정하자 한 위원장은 3월 20일 “오늘 다 해결됐다”며 “우리는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정당이고, 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하는 정당”이라고 되받아쳤다. 하지만 한 위원장 호언에도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민생 관리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총선 악재’에 대해 응답자 34.9%가 ‘물가 급등·민생 문제’를 꼽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역시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에게 선택의 이유를 묻자 ‘경제·민생·물가’가 22%로 1위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 발언 후폭풍이 이어지는 것도 민생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다보니 여권에서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최근 각 지역구별 후보 맞대결 여론조사를 봐도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여당에 유리하다고 평가 받던 충청이나 부울경(PK) 지역도 야당 후보가 앞서거나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체 분석 결과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3월 29일 “170개 정도의 선거구에 대해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마쳤고, 어제 결과를 보고 받았다”며 “우리가 우세였는데 열세로 돌아선 곳이 여러 곳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합 지역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대략적으로 (격차가) 플러스마이너스 5%p면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경합 지역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읍소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3월 28일 재외선거권자 대상 비례대표 선거운동 방송 연설에 국민의미래 연사로 나서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희망을 드리지 못하는 우리의 정치를 반성한다”며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서 정치 쇄신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이 각종 논란에 직접 대국민 사과 입장을 표하고, 국정 기조 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여권에서조차 비슷한 맥락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 북구갑 서병수 후보는 3월 27일 조선일보에 “부산 시민들이 윤 대통령에 화가 많이 나 있다”며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며 ‘이런 점은 잘못했다, 미안하다, 앞으로 소통을 잘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후보도 3월 29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강행 방침’에 “2000명을 고집하지 말고 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 문제를 풀어갔으면 한다”며 “국민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었다”고 꼬집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 ‘매우 잘못한다’ 응답이 50%를 넘는다. 이들은 절대 투표 성향이 바뀌지 않는 강력한 비토층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선거를 어떻게 치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 역시 3월 27일 선거대책본부장단 회의에서 “정권 심판 민심이 우세해지고, 그에 따라 우리 당 후보 판세가 상승 추세에 있는 것 자체는 분명하다”며 “254개 지역구 중 확실하게 우세한 곳은 현 시점에 110개 정도로 본다”고 전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민주당 승리를 점친다. 다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151석 이상 과반을 차지할지는 의견이 갈렸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민주당 압승을 점쳤다. 장 소장은 3월 28일 신용산객잔 ‘보수협객’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2020년보다 더 많이 얻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101개 대 199개 정도다. 국민의힘이 어렵다고 보여진다”며 “분당갑을, 동작갑을이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 잃으면 100석이 깨질 수도 있다. 이곳에서의 결과는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와도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관련기사 ‘보수협객’ 장성철 “총선 판세 101대 199? 국민의힘 어렵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과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확신했다. 이강윤 소장은 “민주당이 160~165석 정도 나올 거라고 본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은 13석 정도 당선된다”며 “그럼 국민의힘은 110~120석 수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소장은 구체적 의석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여유 있게 과반 의석을 넘길 듯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103석)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국면이다”라고 전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민주당이 과반 언저리인 145~155석 사이에 의석을 확보할 거라고 예측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35석 정도로 예상했다. 김대진 대표는 “현재 경합 지역구가 30여 곳 된다. 정권심판론 불이 붙어 경합지에서 국민의힘이 다 지면 의석수 차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의 경우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9석, 14~15석 중 나눠가지게 될 것이라고 봤다. 조국혁신당 돌풍이 지속되면 조국혁신당 15석 더불어민주연합이 9석을 갖게 되고, 민주당 지지층에서 민주당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더불어민주연합 15석 조국혁신당이 9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이 130석에서 150석 사이에서 의석수가 결정될 거라고 전망했다.
총선 결과의 관건은 투표율이라는 분석이다. 투표율이 60%가 넘으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이 유례없는 180석 압승을 거둔 지난 21대 총선에서 투표율은 66.2%였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은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60% 안팎으로 높지 않다. 여야 지지층이 주로 투표한다는 의미다. 이미 양당 집토끼들은 결집했다”며 “중도층은 지난 1년여 동안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 정서가 바뀐 적이 없다. 지난 2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짝 상승했을 때도 중도층에서는 ‘정권심판’ 여론이 더 높았다. 민주당에 남은 과제는 중도층을 얼마나 투표소로 끌어내느냐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 유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를 섣불리 점치긴 어렵다. 총선 참패 위기감에 보수층이 총결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서도 수도권에서 보수정당이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지자 TK·PK지역 보수 지지층이 뭉쳤다. 이에 민주당이 부산에서 8석까지 기대했지만, 3명밖에 당선되지 않았다.
신율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 ARS 방식과 전화면접 방식에서 수치의 차이가 난다. ‘샤이보수(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보수층)’가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