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관리도 안되는 의료장비 연평균 약 2억 8000건 사용
▲ 종영한 KBS 드라마 <브레인> 세트장.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국내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의료장비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흔히 X-ray 나 CT, MRI 등 '의료장비'를 통해 검진을 받는다. 의료장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인큐베이터(보육기)를 비롯해 혈관조영장치나 골밀도검사기, 초음파영상진단기, 심전도기 등 그 각각의 목적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료장비를 관리하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요양기관 현황에 대한 신고)와 동법 시행규칙 제12조(요양기관 현황 신고 등)」에 따라 요양기관이 의료장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의료장비는 믿고 쓸 수 있을까? 품질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2011년 「의료장비현황 신고대상 및 식별부호화에 관한 기준」고시로 제정한 192종에 대한 품질관리 여부 확인 결과, 현재 192종 중 품질관리를 하고 있는 의료장비는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유방촬영용장치(Mammography) 3종뿐이었다. 나머지 189종의 의료장비는 국가적 차원의 품질관리가 전혀 안된 채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장비의 사용실적은 어떨까?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연도별 의료장비 급여비용 청구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부가 의료장비 신고대상으로 선정한 192종 의료장비 중 산출이 가능한 115종 의료장비의 급여청구건수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11억 4739만 건(연평균 약 2억 8684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품질검사를 받고 있는 3종 의료장비의 청구건수는 총 2426만 건(연평균 607만 건)으로 전체의 약 2.1%에 불과했고, 품질검사를 받지 않는 의료장비는 전체의 97.9%인 총 11억 2312만 건(연평균 2억 8078만 건)이나 청구됐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115종 의료장비 활용으로 인해 발생한 급여비용은 16조 3173억 원(연평균 4조 793억 원)이나 청구됐다. 이 중 품질검사를 받고 있는 3종 의료장비의 청구급여는 총 3조 6638억 원(연평균 9159억 원)으로 총 비용의 약22.5%에 불과했고, 품질검사를 받지 않는 의료장비의 청구급여는 총 비용의 77.5%인 총 12조 6536억 원(연평균 3조1,63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그동안 우리는 품질관리도 안되는 대부분의 의료장비를 통해 진료를 받았고, 진료비도 지불한 셈이다.
이에 대해 최동익 의원은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의사나 간호사들은 다양한 의료장비를 활용해 진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연히 그 의료장비의 품질관리가 잘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품질관리가 안된 의료장비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결국 손해는 아무런 잘못 없는 국민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보건복지부는 품질관리가 되는 의료장비의 범위를 시급히 확대 실시하고 의료장비 품질인증제를 함께 실시하여 국민들이 품질인증을 받은 의료장비를 통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