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매장 확대에 와이너리 인수 검토…“와인 매개로 대기업 다른 파생상품 연계해 매출 증대 고려한 듯”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29일 서울 서초동에 와인 복합공간 ‘오비노미오’ 다섯 번째 매장을 열었다. 신용산점·광명점·금정점·청담점 등 기존 4개 매장에 한 곳을 더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와이너리인 ‘E&J 갤로’와 협업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E&J 갤로 와인에 대한 국내 주류시장 내 판매를 강화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소주와 맥주 등 타 주종을 판매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차원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도 검토 중이다.
롯데칠성의 이 같은 움직임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침체된 와인시장 지표에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9년 4만 3000톤 △2020년 5만 4000톤 △2021년 7만 7000톤에서 2022년 7만 1000톤으로 소폭 줄다가 지난해 들어 5만 6000톤으로 대폭 감소했다. 와인 수입액으로 보면 △2019년 2억 6000만 달러 △2020년 3억 3000만 달러 △2021년 4억8000만 달러 △2022년 5억 8128만 달러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역시 지난해 4억 달러를 기록하며 17% 가량 하락했다.
현재 롯데칠성의 와인 사업 매출 성적은 비교적 긍정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585억 9500만 원 수준에서 종료 시점 직전인 2022년 996억 2800만 원까지 늘었다. 롯데칠성이 공식 수입하는 호주 대표 캐주얼 와인 ‘옐로우테일’은 지난 3월 한국 시장 판매 20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병을 돌파했다.
소주 ‘새로’와 청하 브랜드 ‘별빛 청하’에 이어 와인 사업을 통해 본격 실적 반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롯데칠성 주류 부문 매출의 최고 효자 종목은 소주로, ‘새로’는 2022년 9월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 이상을 판매했다. 새로의 지난해 연매출은 1256억 원에 이른다. 별빛청하도 주류 매출에 ‘한몫’하고 있다. 기존 청하에 화이트와인과 탄산을 더한 별빛 청하는 주로 젊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대거 소비되며 일부 주점에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별빛청하 출시 이후 청하 브랜드 전체 판매량은 2021년 4300만 병에서 지난해 6300만 병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맥주 부문은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테라’ 등에 밀려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맥주 부문 매출은 839억 원으로 전년(980억 원) 대비 17.3%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 전체 매출은 8039억 원으로 전년(7745억 원)보다 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36억 원으로 전년(360억 원) 보다 8.9%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그 원인을 일단 소주 가격 변수로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원부자재 값이 오르며 타 브랜드의 소주 가격이 인상될 때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값을 올리지 않았다”며 “올해부터 소주 값이 인상되면 실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선 롯데칠성음료의 와인사업 확장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와인수입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와인이 사치재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일반주류로 굉장히 친근해지고 저변 확대가 크게 이뤄졌다”며 “이는 롯데칠성음료가 장기적 관점에서 와인을 매개체로 대기업의 다른 파생상품들까지 연계해 매출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와인이 다시 주류 트렌드 중심에 설 때를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으로 연결된다. 트렌드 변화에 주종 소비량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전진아 박사는 “2019년 수제맥주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더니 최근에는 다시 침체기에 들어서지 않았나”라며 “수제맥주, 와인, 하이볼 등 주류 트렌드는 돌고 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현재 성장세가 떨어질 때 와인시장을 잡고 있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