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영업익은 장부상 착시, 2차전지 무리한 투자 ‘발목’, 최재원 부회장은 소속 옮겨…SK “배터리 수익성 개선 노력”

겉만 봤을 때 SK이노베이션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웠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4조 21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늘었고, 영업이익은 2조 1622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중립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며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냈다. 메리츠증권은 적정가를 당시 주가보다 낮은 12만 5000원으로 제시하며 상승 여력이 전무하다고 봤고, 한국투자증권은 아예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호실적이 외면당하는 배경에는 캐시카우인 정유부문의 1조 9303억 원 영업이익이 본원 경쟁력 강화가 아닌 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과 7800억 원에 달하는 재고평가이익에 기댄 ‘장부상 착시’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대규모 재고 손실로 전환될 수 있으며 지나친 제품가 상승은 글로벌 수요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정유부문의 구조적 한계도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초 정부에 울산 석유화학단지 구조개편을 위해 SK지오센트릭·에쓰오일·대한유화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기업 간 이해관계가 꼬이며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는 평가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감축 규모뿐만 아니라 설비 조정, 인력 재배치를 고려해야 하는 데다 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권 표심까지 얽혀 있는 문제인데 중동 리스크까지 겹쳐 연내 최종안을 내놓기 힘들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SK 측은 별개 설비의 자체 매각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 자회사인 SK피아이씨글로벌과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지오센트릭의 울산 설비들을 묶어 매각하는 방안이다. 사업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어떠한 방식도 성과를 보지 못하며 지지부진하다.
미래 사업으로 내세웠던 2차전지는 더 큰 문제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1분기 매출 1조 7912억 원, 영업손실 3492억 원을 내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적자폭은 전년 동기 대비 16.7% 확대됐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AMPC) 977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분기 영업손실은 4469억 원에 달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수요 둔화)’을 딛고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SK온은 여전히 시장에서 소외 받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인도량이 1년 전보다 23.1% 늘며 배터리 총사용량도 117.4GWh로 17.4%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10.4% 감소한 9GWh에 그쳤다. 글로벌 점유율 순위도 4위에서 7위로 주저앉았다. 파이는 커지는데 SK온의 몫만 쪼그라든 것이다.
원인은 ‘포트폴리오 패착’에 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전기차 시장 다변화에 맞춰 원통형·각형 폼팩터로 전선을 넓히고, 중국이 장악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ESS 시장으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해 반전을 노리고 있는 점과 달리, SK온은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에만 사활을 걸어왔다.
NCM 올인 전략은 포드 등 주요 고객사를 겨냥한 것이었으나, 포드의 전기차 사업 부진과 투자 축소가 맞물리며 SK온의 미국 현지 투자는 매몰비용만 남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순차입금은 22조 5110억 원으로, 이 중 SK온의 순차입금이 3분의 2 이상인 15조 3926억 원이다. 정유와 석유화학으로 벌어들인 돈이 SK온이라는 밑 빠진 독에 끝없이 부어지는 구도다.
다급해진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사활을 건 구조조정과 자금 수혈에 나섰다. 지난해 8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과 함께 캐시카우인 SK엔무브를 SK온과 합병시키는 리밸런싱을 진행했고, SK온의 재무적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3조 5880억 원을 투입해 재무투자자(FI)에게 매각했던 SK온 전환우선주(CPS)를 다시 사들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과 주주 입장에서는 SK온이 태생부터 ‘오너 동생 밀어주기’ 프로젝트였다는 점이 뼈아프다. SK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사업을 시작하던 202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으며 글로벌 톱티어 2차전지 회사로의 발전을 장담했던 회사다.
하지만 무리한 증설과 수조 원대 누적 적자로 재무 구조가 회복 불능 수준으로 치닫자,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024년 중순 SK온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겼다. 이어 최 수석부회장은 2025년 12월 인사에서 그룹의 새로운 ‘황금알’이자 AI(인공지능) 훈풍을 탄 SK스퀘어로 자리를 옮겼다. 배터리 사업의 무리한 확장으로 그룹의 기틀인 정유사업의 투자 여력까지 고갈시켜 놓고, 사태 수습이 한창인 도중 SK하이닉스의 후광이 비치는 반도체와 AI 사업으로 ‘엑시트(Exit)’를 감행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쟁 프리미엄이 걷힌 정유의 한계와 주인을 잃고 표류하는 배터리의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주주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SK그룹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EV(전기차) 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지속되는 환경 속에서도 운영 최적화, 고정비 절감 등 전사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을 추진 중”이라면서 “ESS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SK스퀘어 이동 사유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스퀘어의 AI 반도체 투자 활동의 시너지가 높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