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72억 썼지만 주요 격전지 결과 뒤집혀…사상 최고 사전투표율 탓 보정에 어려움
#이긴 줄 알았는데
4월 10일 오후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민주당은 178~197석을 얻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나왔다. 국민의힘은 85~105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12~14석, 새로운미래는 0~2석, 개혁신당은 1~4석, 녹색정의당은 0석으로 예측됐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는 민주당 178~196석 국민의힘 87~105석, MBC는 민주당 184~197석 국민의힘 85~99석, SBS는 민주당 183~197석 국민의힘 85~100석으로 예측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각 당 희비가 엇갈렸다.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는 환호성이, 국민의힘 상황실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당직자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새로운미래 상황실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상황실에 착석한 정의당 후보들은 고개를 떨궜다. 개혁신당 당직자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개표가 시작되자 민주당 상황실에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오차 범위 바깥에서 이기던 걸로 나오던 지역구 몇 곳이 초접전 지역구로 바뀌면서다. 개표가 끝나자 여러 격전지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뒤집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격전지인 한강 벨트와 낙동강 벨트에서 출구조사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한강 벨트의 서울 동작을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52.3%를 얻어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47.7%)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 후보는 개표가 시작된 후 줄곧 류 후보를 앞섰다. 개표 결과 나 후보는 득표율 54.01%, 류 후보는 45.98%를 기록했다. 출구조사와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용산도 출구조사가 뒤집혔다.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강태웅 후보가 50.3%로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49.3%)보다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개표 결과는 반대였다. 권영세 후보는 득표율 51.77%로 강 후보(47.02%)를 4.75%포인트(p) 앞섰다.
마포갑과 도봉갑에서도 이변이 나왔다. 마포갑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이지은 후보는 52.9%, 국민의힘 조정훈 후보는 43.5%로 집계됐다. 도봉갑에서는 민주당 안귀령 후보 52.4%,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 45.5%로 나왔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마포갑에서는 조정훈 후보가 48.3%를 얻으며 이지은 후보(47.75%)를 상대로 신승을 거뒀고, 도봉갑에서는 김재섭 후보가 49.05%를 기록하며 47.89%를 얻은 안귀령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됐다.
경기 화성을에서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화성을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 43.7%, 이 후보 40.5%,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 15.8%로 나왔다. 개표 결과는 반대였다. 이 후보는 42.41%의 득표율로 공 후보(39.73%)와 한 후보(17.85%)를 꺾고 당선됐다.
경기 성남 분당 지역구에서도 승패는 뒤집혔다. 분당갑에서는 민주당 이광재 후보 52.8%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 47.2%로, 분당을에서는 민주당 김병욱 후보 51.7%,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48.3%로 나타났다. 개표 결과 안철수 후보가 53.27%로 이광재 후보(46.72%)를 이겼고, 김은혜 후보(51.13%)는 김병욱 후보(48.86%)를 2.27%p 차로 꺾었다.
동구미추홀구을에서는 국민의힘 윤상현 후보가 민주당 남영희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초접전 끝에 승자가 됐다. 출구조사에서는 남 후보가 53.2%로 윤 후보(46.9%)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개표 결과 윤 당선인은 득표율 50.44%를 얻으며 남 후보(49.55%)를 0.89%p 차로 이겼다.
부산·경남에서도 개표 결과와 출구조사 결과가 어긋나는 사례가 나왔다. 낙동강벨트 경남 양산을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김두관 후보는 50.6%,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는 49.4%로 나왔다. 김해을에서는 민주당 김정호 후보가 57.8%, 국민의힘 조해진 후보는 42.2%로 나타났다. 부산 사하갑에서는 민주당 최인호 후보 52.1%, 국민의힘 이성권 후보 47.9%였다.
경남 양산을과 부산 사하갑의 결과는 뒤집혔다. 양산을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51.05%를 얻으며 김두관 후보(48.94%)를 누르고 당선됐다. 사하갑에서는 이성권 후보가 50.39%를 기록하며 최인호 후보(49.6%)에게 신승을 거뒀다.
△부산남 박재호(민)51.3%-박수영(국) 48.7% △부산북을 정명희(민)52.1%-박성훈(국)47.9% △부산진갑 서은숙(민) 52.1%-정성국(국) 47.9% △경남 창원진해 황기철(민) 55.1%-이종욱(국) 44.9% 등 4곳 출구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개표 결과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득표율은 각각 박수영 54.4%, 박성훈 52.56%, 정성국 52.78%다. 창원진해에서는 이종욱 후보가 49.75%를 얻으며 출구조사 약 10%p 차이를 뒤집었다.
울산 동구에서는 민주당이 출구조사 뒤집기에 성공했다. 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 권명호 후보(46.2%)가 1.7%p 차로 이길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민주당 김태선 후보가 45.88%를 얻어 권명호 후보(45.2%)를 단 568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김 후보는 처음으로 울산 동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강원 원주갑에서는 출구조사와 달리 국민의힘 박정하 후보가 민주당 원창묵 후보를 이겼다. 출구조사에서는 원 후보가 약 6%p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개표 결과 박 후보가 50.71%로 원 후보(49.28%)를 초접전 끝에 꺾었다.
#출구조사 빗나간 이유
전문가들 설명에 따르면 총선 출구조사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국 단위 선거인 대선과 달리 총선은 254개의 지역 단위 선거다. 표본도 적다. 무엇보다 사전 투표 결과를 보정해야 한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31.28%로 역대 최고였다.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 출구조사는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1384만 9043명의 표심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사전투표에 60대 이상 비중이 늘어난 것도 출구조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의 표심이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0대 사전투표 참가자가 314만 1737명(22.69%)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311만 7556명(22.51%) 40대 216만 7505명(15.65%) 70대 이상 207만 3764명(14.97%) 순이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지역구는 일단 작다. 254개에다가 각 지역마다 조사 표본을 높여야 한다. (사전 투표 보정의 경우) 선거 끝나고 사전 투표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한다. 다른 기법들을 통해서 보정한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반면 대선은 전국 단위 하나만 조사하면 된다. 그러니까 (대선의 경우) 표본 검출도 쉽고 틀릴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4월 11일 SBS는 ‘예측 빗나간 출구조사…시청자 혼선에 사과’ 보도를 통해 오차가 생긴 점에 대해 사과했다. 같은 날 KBS도 ‘출구조사 왜 빗나갔나…역대 최고 사전투표율·60대 최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MBC는 ‘실제 총선 결과와 차이 난 출구조사 발표…사전투표율도 변수’ 리포트를 내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