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혁신 경쟁, 스승 조국과는 치열하게 다툴 것…채 상병 특검법 전향적 검토, 내용은 조심해 다뤄야”
일요신문은 4월 16일 오후 도봉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김 당선인을 만나 선거 승리 비결과 참패한 보수를 재건할 방법에 관해 물었다. 사무소는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기자들로 붐볐다. 한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다음 하루 10개가 넘는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북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소속이라도 이 친구가 소신껏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두 번째는 굉장히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했던 도봉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김재섭이라고 판단하신 것 같다.”
―선거 때 도봉구 토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제가 한평생을 여기서 다 산 것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회사 다닐 때 다른 곳에서 산 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할머니나 부모님이나 친척들이나 다 이 동네에 산다. 그러니까 한 번도 제가 도봉 사람이라는 아이덴티티에서 멀어진 적은 없었다.”
―도봉 사람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도봉에서 해결이 필요한 민원이 정말 많다. 이것을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거다. 단순히 ‘동네에 사니까 뽑아주세요’ 이런 느낌이 아니다. 제가 다 다녀봤던 길, 제가 경험했던 이슈들이다 보니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문제가 있다. 지하철 노선이 2개밖에 없다. 마을버스 수도 부족하다. 자동차를 타고 가려면 동부간선도로에서 엄청나게 막힌다. 자동차로 출근하나 지하철로 가나 버스로 가나 아침에는 지옥이다. 저는 이런 교통 불편을 매일 겪었었다. 저녁 8시 약속이면 늘 1~2시간 전에는 무조건 출발했다. 도봉구 주민들에게는 일상이다.”
―청년정치학교에 다녔다. 같이오름(2020년 1월 4일 결성된 창당준비위원회,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합류) 창당위원장도 맡았었다. 청년 정치를 시작해야겠다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청년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정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정치에 입문하던 시기는)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그때 보수정당이 자유한국당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을 지지해 왔지만 뽑기 어려운 정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때문이다. 축구에 비유하면 ‘내가 차도 저거보다 잘 차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원 동기들끼리 의기투합했었다.”
―답답해서 내가 뛴다는 건가.
“그렇다.”
―도봉구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정치인이 됐다’는 순간들이 있었나.
“저를 알아보고 민원을 제기하는 분이 생겼다. 지역에서는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진 거다. 그리고 민원을 들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청사진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이것은 구청 어디에 가서 뭘 해야 하고, 이것은 시의 협조를 받아서 무엇을 해야 하고, 입법 과제가 필요하면 이것은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겠다는 정도의 그림은 나온다. 대부분의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자기 입장을 가지게 된다. 정치인의 시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때 일과가 궁금하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동네를 돈다. 어떤 날은 아침에 방송하고 오후에 지역을 돌 때도 있고, 방송만 한 날도 있다. 말이 선거기간이지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4년 동안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지역을 계속 돌았고, 모든 행사에 다 참여했고,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렸고,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했다. 요령이 없다. 험지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요령을 부리면 진다.”
―‘헬스부 장관’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기간에 운동할 시간이 있었나.
“운동은 그냥 좋아서 한다. 그런데 선거 때는 못 했다. 선거운동만 했다. 지역구를 다니는데 세어 보니 650km 정도 걸었다. 국토대장정 수준이더라.”
―플래카드에 개인 번호를 공개했다.
“저를 만나지 못하는 분들도 문자를 통해 민원을 넣을 수 있다. 많은 민원을 습득할 수 있었다. 지역을 돌지 않더라도 이 지역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거다. 이동 중일 때나 인터뷰 중간중간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답장을 보냈다.”
―선거기간 때 겪었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너무 많다. 특히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좋아해 주더라. 저한테 형이라고 하면서 ‘이거 해주세요. 뭐 해주세요. 잔디 깔아주세요’라고 한다. 저희가 잔디 까는 공약을 강조했다. 선거랑 상관없이 아이들이랑 노는 게 좋았다. 아이들이 응원도 보내주고, 때로는 부모님께도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좋았다.”
―아내의 선거 활동이 화제가 됐다. 당시 정치인들의 피습이 잇달아 터졌다. 걱정되지는 않았나.
“걱정은 됐다. 실제로 문제도 발생했었다. 그런데 아내가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아내는 용산에서만 살다가 도봉으로 왔는데, ‘왜 남편이 도봉구 발전을 이야기했는지 알겠다’면서 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운동 중 폭행 사태가 터졌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폭행범은) 선거 방해죄로 하나 걸려 있고, 선거사무원을 폭행한 것으로 하나 걸려 있다. 상해 폭행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는 범죄)라 선처할 수 있다. 선거 방해는 제 의사와 상관없이 입건됐고, 진행되는 중이다. 선처한 부분은 선처받을 것이고, 선처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부분은 그대로 될 것이다.”
―당선인이 됐다. 일상에 변화가 생겼나.
“너는 ‘원외 위원장이니까 그것은 못하겠지’하고 지나가셨던 분들이 이제는 붙잡고 부탁한다. 법을 바꿔 달라는 분들도 많다.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이 봤다. 도봉구에서 늘 보수정당을 지지했는데, 보수 후보가 당선돼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더라. 민주당 지지자들은 ‘뽑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잘 뽑힌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임기가 시작되면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방송을 줄일 것이다. 그동안 주민들을 만나서 들었던 내용을 입법해야 한다. 4년 동안 충실히 입법활동과 의정활동을 하고,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이어나갈 거다.”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나게 된다. 김재섭과 조국의 관계는 사제지간인가 정적인가.
“그냥 야당 대표다. 그분이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여당 국회의원과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치열하게 다투는 관계가 될 것이다.”
―법대에서 봤던 조국 교수와 정치인 조국의 차이가 있나.
“그가 진보적인 학자이던 시절에 내뱉었던 말은 사실은 위선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는 라이벌 관계인가.
“혁신 경쟁을 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 당이 다르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보수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다. 누가 더 잘하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은 4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힘은 정통보수가 아니고 개혁신당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도발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 개혁신당과는 범보수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 경쟁이라고 했다. 보수가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한다고 보나.
“40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20대들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여성 표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 이러한 사실들을 봤을 때 보수가 변화를 꾀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과거에 보수정당이 내세웠던 정의, 유능함 등을 복원하는 데 미진했다고 본다.”
―국민의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여당은 대통령과 발을 맞춰야 하지만, 동시에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긴장 관계를 맺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너무 대통령과 발을 맞추는 데에만 초점을 뒀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 여당의 정치인이 나와서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내놓거나 ‘억지 실드’를 쳤다. 이게 여당의 역할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힘 비대위와 앞으로 꾸려질 새 지도부는 어떻게 구성돼야 한다고 보는가. 그리고 당이 역할을 맡긴다면 수락할 의향이 있나.
“수도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들이 최대한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당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당 대표 같은 역할은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생각이 있나.
“의혹이 있는 것들은 털어내야 한다. 그러나 (특검법의)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찬성은 무책임한 말이다. 정치공작으로 쓰려고 하는 목적이 있는 법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그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4월 16일 나온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어떻게 평가하나.
“(윤 대통령이) 반성은 일단 한 것 같다. 그러나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것은 잘못된 것 같다’를 이야기한 다음 ‘어떻게 할 것이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