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해야” 입장 송경호 교체 가능성…대통령실 입김 반영 ‘친윤’ 넘어 ‘찐윤’ 발탁될 듯
조국 대표의 언급은 총선 전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던 ‘총선 후 인사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5월 인사설’이 등장했었다. 아직까지 검찰 내 인사 가능성이 크게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검사들은 “인사 폭과 규모만 미정일 뿐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아직 법무부는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들에게 인사검증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2주년 맞는 송경호 지검장
2022년 5월 23일 취임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오는 5월, 취임 2주년이 된다. 송경호 지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중앙지검 수장이자 제63대 지검장에 발탁됐다. 송 지검장은 취임 일성으로 “권력형 비리,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 범죄나 금융 비리 등은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며 “엄격한 정치적 중립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 정치·기업 등 굵직한 수사를 주도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은 ‘각 정권이 가장 신뢰하는 검사’가 가는 자리가 됐다. 원래 1년마다 통상적으로 교체를 하지만, 59대 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2017년 5월 22일부터 2019년 7월 24일까지 2년 2개월 동안 자리를 지켰고, ‘친윤석열계’였던 송경호 지검장도 취임 2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2023년 연말과 2024년 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검찰 수사를 놓고 서울중앙지검과 대통령실이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지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대통령실은 ‘총선이 앞에 있으니 지금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경질을 위한 검찰 고위직 인사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됐었다.
당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송경호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김 여사 처분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여러 이견이 있어 검사장 교체 계획이 있다는 얘기가 저한테도 들어왔다”고 질문했었다. 당시 송 검사장을 부산고검장으로 ‘승진시키지만 좌천하는’ 인사안이 마련됐다가 송 검사장의 ‘사의 표명’에 인사가 불발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민주당 압승…김건희 여사 조사 가능성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며, ‘검찰 개혁 시즌2’를 예고한 상황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조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여사 조사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검찰 사이에 균열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을 주장하고 추가 검찰개혁안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상황이 올 때 검찰이 김건희 여사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설 경우, 대통령실과 검찰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엘리트 조직의 특성상 조직을 살리기 위해 정치적인 흐름을 읽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검찰을 권력 집단으로 보고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에 표를 던진 만큼 검찰이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수사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에 관련 질의에 말을 아꼈던 것에 비하면 반응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그럼에도 다분히 원칙론적인 답변이지만 이미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들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진동·신응석·신봉수 등 '차기' 거론
자연스레, 5월 검찰 인사설이 다시 회자되는 대목이다. 명분은 충분하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교체되면,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검찰 인사가 단행된다. 하지만 2024년 2월 박성재 장관 취임 이후 인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송경호 지검장 경질을 위한 인사설이 나왔지만, 박 장관이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 총선 후로 공이 넘어갔다.
5월, 늦어도 6월에는 검찰 인사를 단행해 대통령실이 김 여사 사건 등 현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를 단속하기 위해 ‘친윤’을 넘어 ‘찐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송경호 지검장과의 갈등설이 나왔을 때 대통령실에서 ‘친윤계가 아니라, 친한동훈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다”며 “그러다 보니 다음 검찰 인사에서는 한동훈계를 지우고 진짜 윤석열 라인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사법연수원 28기), 신응석 대구지검장(28기), 신봉수 수원지검장(29기), 이창수 전주지검장(30기) 등이 거론된다. 대부분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는 특수통 검사들이다.
특히 일련의 과정에서 ‘원칙주의’ 성향의 이원석 검찰총장도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인사가 이뤄지면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입김이 가장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이원석 검찰총장도 2024년 9월로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인사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고, 자연스레 법무부와 대통령실에서 주도하는 검찰 인사가 되지 않겠냐”며 “이번 인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를 가장 현재 신임하고 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