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능 없애고 기소권만 남기겠다는 취지…‘압도적 과반’ 민주당도 검찰개혁 공약, 공조 가능성
법조계는 자연스레 검찰개혁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 기소만 전담하는 기소청으로 손봐야 한다는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검찰이 담당했던 수사를 담당할 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 전문수사청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선거가 끝나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이 실제로 이들 공약 추진에 나설 경우 여당과 검찰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수사권 완전 뺏고 기소청
검찰은 2022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직접 수사 권한이 경제·부패 범죄로 제한된 상태다. 하지만 조국 대표는 여기에 보태, 수사 권한을 가진 조직과 기소 권한 가진 조직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완전히 없애고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기만 하는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만 남기겠다는 취지다. 일명 ‘기소청’으로 검찰의 역할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검찰의 수사 영역을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 전문수사청을 설치하는 공약도 마련했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시 가장 먼저 검찰개혁을 반드시 철저하게 이뤄내겠다”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완성해 공소제기 및 유지의 기능만을 행사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이는 문재인 정부 이후 야권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거론됐던 검찰개혁 모델 가운데 하나다.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이름의 기관을 신설해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 기능을 넘기고 검찰에는 기소 역할만 남긴다는 내용이다.
또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해 검찰의 중앙집권적 피라미드 권력 구조를 해체하겠다고도 밝혔다. 검찰 권력을 분권화하고, 직선제를 통한 경쟁구조를 마련하는 고강도 검찰개혁 정책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2022년 검찰 수사권 조정만으로도 경찰 업무 처리 능력 저하 등으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긴 만큼, 추가적인 수사권 조정을 원치 않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검찰 특수수사 방식에 대해서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받은 바 있는 법원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를 직접 받아 보니 ‘저인망식 수사’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처럼 법조계에서 얘기되어 온 ‘불륜을 찾아내 협박하는 방식의 수사’라는 게 실제로 가능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최근 경찰의 수사력 부족으로 사건 처리를 놓고 불만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이 늘고 있어 이런 지점을 고려할 때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변호사들 대부분이 불만을 토로하는 지점이다.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가 줄어든 만큼, 경찰의 수사 범위가 늘어났지만 그와 반대로 수사 업무가 폭증하는 경찰에 대한 수사 인력 보강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 한 간부는 “경찰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문제 때문에 변호사들 사이에서 이를 문제제기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변호사 참여권을 당연하게 보장해주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변호사의 동석을 원치 않아 ‘함께 오지 말라’고 제안하는 등 변론권 제한 논란도 발생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사장 직선제 역시 미국처럼, 정치 출마를 원하는 법조인들의 ‘커리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면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직 지방검사장이 법리를 ‘지역주민들을 위해’ 적용하게 될 텐데 이럴 경우 정치적인 수사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검찰 권력을 독립시킬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검찰 구조에서 검사장 직선제가 도입되면 검찰총장의 통제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검찰개혁 시즌2' 내세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선 이후 '검찰개혁 시즌2'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1당이 된 민주당 역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경찰국을 폐지하는 등 사실상 2022년 개정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즌2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경찰 등 수사기관 전문성 확보 △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 실질화 등 검찰개혁 추진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한 경찰의 민주적 통제 △경찰국 폐지를 통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선에서 민주당 등 야권 압승에 검찰개혁을 외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진 데다, 차기 대선 등의 결과에 따라 ‘검찰개혁’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몸담은 팀이나 조직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다가 항상 팀이나 조직을 위기에 빠지게 하고 정작 본인은 빛이 나는 자리로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여줬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으로 ‘공정’의 기치를 내걸고 대통령이 됐지만 정작 스스로의 이슈에 대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결국 ‘검찰개혁’이라는 구호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