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등 대검 입건 40% 허위사실 유포·흑색선전…벌금 100만원 이상 땐 당선 무효, 수사 속도전
#수사 1순위 양문석 당선인 불법대출 의혹
가장 관심이 쏠리는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당선인의 불법 대출 의혹이다. 2020년 31억 2000만 원을 주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아파트를 샀는데, 2021년 4월 양 당선인 장녀를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 13억 2000만 원을 설정했다. ‘사업 운전자금’ 11억 원가량을 빌린 것인데, 이를 137㎡ 규모 아파트 매입 관련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편법 의혹을 받고 있다. 양 당선인은 선관위에 공시가격인 21억 5600만 원으로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선관위는 4월 5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양 당선인을 경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양 당선인은 불법 대출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편법 대출”이라면서도 “사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구 수성새마을금고도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하는 상황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양 후보의 딸과 대출모집인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양 당선인과 그의 딸에 대한 수사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이뤄지고 있고, 재산축소 신고 사건은 안산 상록경찰서에 고발장이 제출됐는데 검찰은 두 사건을 병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소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허위 문서로 새마을금고를 속인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돈을 빌려준 새마을금고가 피해자가 된다”며 “금액도 적지 않은데 사업 관련 대출이 아닌데, 이를 허위로 속였다는 진술이나 증거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기소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총선 기간 상대 후보 고소고발 사건도 쌓여 있어
총선 기간 여야가 상대당 후보를 고소고발한 사건들도 다수 수사기관에 접수돼 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비례대표 당선인은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의 거액 수임료에 대해 “전관예우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화성을 당선인) 역시 허위사실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민주당 공영운 후보의 딸 부동산 보유 여부를 물으면서 “대출 10억 끼고 전세까지 껴서 샀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공 후보 측은 “후보 딸 부부는 임대를 놓은 사실도 없고 전세를 끼고 주택 투자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이를 토대로 고발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경기 이천 국민의힘 송석준 후보에 대해서도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몇 명이 배지 잃을까
자연스레 22대 국회에 입성할 당선인들 중 일부는 4년의 국회의원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통상적으로 선거가 끝나고 나면 수사기관은 선거 기간 동안 있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사례들을 수사해 재판에 넘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관련 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다. 검찰은 선거일을 기준으로 6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기간 안에 기소를 하지 않으면 그 후에는 기소가 불가능하다.
선거 관련 범죄를 저질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당선인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배우자나 회계 책임자의 경우에는 벌금 300만 원 이상이 기준이다. 일반 형사사건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법원도 ‘빠른 판단’을 요구받는다. 선거 관련 재판을 맡는 1심 법원은 기소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2심과 3심 법원은 각각 이전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 수사 최장 6개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최장 1년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산술적으로는 이르면 2025년에 당선이 무효가 되는 당선인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당선인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나 회계 책임자 등의 유죄 판결로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1대 총선에서는 27명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 가운데 4명이 최종적으로 당선이 무효가 됐다.
20대 총선 때도 33명의 당선인이 재판에 넘겨져 6명의 당선이 취소됐고, 19대 총선 때는 40명의 당선인이 기소돼 5명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한 자릿수 규모의 당선인이 ‘배지’를 뺏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선거 사건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선거마다 입건되는 사건의 트렌드가 변화하는데 최근 흐름은 허위사실 공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금품을 뿌리는 명백한 범죄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거짓말을 했다’며 상대방을 트집 잡는 고소 고발이 늘고 있다, 그만큼 어떤 의미로 우리나라 선거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 중에는 ‘허위사실 공표 및 흑색선전’이 40%대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선거가 끝난 10일 자정 기준으로 입건한 765건 가운데 41.2%(315건)가 허위사실 유포 및 흑색선전 사범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품선거(18.4%), 선거폭력방해(4.4%), 공무원단체불법(4.1%) 순이었다. 이번 총선 때 허위사실 유포 및 흑색선전 사범의 비율은 지난 총선(36.8%)에 비해 4.4%포인트 증가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선거법 사건의 경우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것은 맞지만 사건을 바라볼 때에는 판례나 기존 사건 처리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논란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게 검찰의 본능”이라며 “6개월의 제한된 공소시한이기 때문에 각 지청의 선거 전담 부서나 검사는 빠르게 수사 순서를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