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이문열 등 200여 명사들 기보 담아 기록적 가치도 커
이 책은 프로기사로서 일생을 바둑에 바친 한 인물의 바둑 인생을 정리하고 집대성한 기념집이다. 평전이나 자서전 성격으로 꾸미지 않았다는 게 눈에 띈다. 55년간 함께한 200여 명의 명사, 애기가들의 바둑이야기와 그들의 기보를 담아 바둑사적으로도 기록 가치가 크다.
조순 전 총리를 비롯해 김중기 전 한국은행 총재, 시인 송영, 소설가 이문열, 서예가 정도준 등 각종 정치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양상국 9단은 “방랑시인 김삿갓과 바둑시를 여러 수 남긴 허난설헌이 바둑을 알았고 즐겼다는 사실(史實)은 있어도 기보 한 점 전해지지 않는 현실이 무척 아쉬웠다”며 “이번 기념집에 동시대를 산 각계 명사들의 기보를 작심하고 수록한 까닭은 평생 쌓은 네트워크를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 시대 사람의 흔적과 시간을 남기는 일이요, 후세에 역사로 새기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70년 입단한 양 9단은 2006년 입신(入神·9단)에 올랐으며 1970~1980년대 왕위전과 국수전을 비롯한 메이저기전 본선리그 멤버로 맹활약했다. 특히 1990년 12월 한국교육방송 개국과 동시에 시작한 ‘EBS바둑교실’은 24년 3개월간 한 번의 결방 없이 1203회 방송을 이어간 장수프로그램으로 바둑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