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 소속팀 용원항저우 꺾고 정상 등극…한국 용병들 포스트시즌서 진가 발휘 눈길
#한국 기사 10명 용병 참여
1999년 출범한 중국갑조리그는 16개 팀이 15라운드 풀리그로 정규리그를 치러 상위 1∼8위가 우승컵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하위 9∼16위도 플레이오프를 통해 을조리그로 강등하는 2팀을 가린다. 매 경기는 4인단체전으로 이기는 팀이 3점을 획득한다(2-2 무승부 시 주장전 승리 팀 2점, 패한 팀 1점).
이번 시즌 갑조리그 용병으로 참여한 한국 기사는 10명이다. 쑤보얼항저우의 신진서 9단은 아홉 번째 참가 중이며 박정환(선전룽화), 변상일(용원항저우), 신민준(르자오), 김명훈(민생베이징), 원성진(충칭), 강동윤(시짱), 김지석(취저우), 박건호(산시), 이창석(톈진)이 소속 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 중 박정환이 속한 선전룽화가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며, 신진서의 쑤보얼항저우가 2위, 변상일의 용원항저우가 정규리그 6위로 상위 포스트시즌에 올라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선 한국 용병들이 본격적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 랭킹 1~3위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이 속한 팀들이 나란히 4강에 올라 우승을 다투게 됐다. 그런데 4강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신진서가 속한 쑤보얼항저우가 변상일의 용원항저우에 패해 탈락한 것이다.
쑤보얼항저우는 지난해 챔피언 팀으로 올해도 신진서를 비롯해 롄샤오, 셰커, 리친청 등 지난해 우승 멤버를 그대로 간직해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지역 라이벌 용원항저우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용원항저우의 변상일은 2차전에서 롄샤오를 꺾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국내 무대에서 신진서에게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변상일로서는 중국리그에서 톡톡히 설욕한 셈이 됐다.
#박정환-커제 10년 만에 우승 합작
챔피언결정전에는 박정환의 선전룽화와 변상일의 용원항저우가 진출했다. 결승1차전에서 2승 2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3월 25일 속개된 2차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맞붙었다. 용원항저우와 선전룽화의 2차전은 용원항저우가 변상일과 진위청의 활약으로 앞서나갔으나, 선전룽화의 박정환이 샤천쿤을 꺾고 반격에 성공하면서 커제-딩하오의 주장전 결과에 따라 우승컵의 향방이 가려지게 됐다.
딩하오를 꺾고 극적으로 우승을 결정지은 커제는 우승이 확정된 후 “중반부터 워낙 불리한 바둑이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대 딩하오 9단의 실수가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실제 그것이 일어났고 나는 이 대국에서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를 필사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마음이 팀 우승으로 이어져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정환 9단도 “커제 9단과 함께 합작으로 우승을 일궈내 정말 기쁘다. 사실 올해는 팀 기여도가 크지 않았기에(박정환의 이번 시즌 전적은 정규시즌 6승5패, 포스트시즌 3승1패로 도합 9승6패다)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커제 9단에게 정말 대단했다는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박정환과 커제는 이번이 두 번째 동반 우승이다. 둘은 2014시즌 다롄 팀에서 처음 팀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에 10년 만에 다시 만나 우승을 합작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커제가 박정환과 한 팀이 되기를 강력히 원했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한국 기사들의 중국리그 용병 출전은 2024년 시즌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톱클래스 강자들과 대국할 수 있는 데다 소속팀에서 비행기 티켓과 호텔 숙식비를 전액 지원하고, 엄청난 금액의 대국료와 승리수당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신진서 9단의 경우 대국당 2000만 원 이상의 대국료를 보장받고 있으며, 랭킹 10위권 기사들도 판당 1000만 원 언저리의 대국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4월 12일 중국 안후이성에서 개막하는 2024 중국여자갑조리그에는 한국에서 김은지 9단, 오유진 9단, 허서현 4단이 출전한다.
지난해 7승 1패의 성적을 기록했던 김은지는 다시 한번 상하이Q의 러브콜을 받았다. 데뷔전에서 패했지만 이후 7연승을 거두면서 갑조리그 잔류에 힘을 보탰다. 오유진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인 산시를 떠나 청두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중국리그 통산 30승 5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오유진은 19연승을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 8승 1패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또 올해 첫 출전하는 허서현은 을조리그에서 올라온 광둥 팀 소속으로 뛰게 된다.
한편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은 올해도 여자갑조리그 출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 이유는 과밀한 대국 일정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단기간에 전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을조리그에만 출전한다. 2015년 처음 중국 여자을조리그에서 뛰었던 최정은 지금까지 을조리그에서만 4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