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예성이 엄마로 불러줘요”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김미현이 은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왼쪽 발목과 무릎의 통증 때문이다. 18홀을 걷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수 생활을 고집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고.
“지난해 수술을 받고 재활하면서도 3~4년은 더 있다가 은퇴하려 했다. LPGA에서 8승을 거뒀기 때문에 10승을 채운 뒤 은퇴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걸 이루지 못했다.”
김미현은 2008년 12월 유도선수 이원희와 결혼했다. 현재 네 살 된 아들 예성이가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서 투어 생활하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내가 살았던 미국 올랜도는 여름이면 기온이 40℃가 넘는 폭염이다. 그래서 새벽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연습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예성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예성이가 낮잠 자는 시간인 낮 시간에 나가서 연습을 했다. 그러다보니 체력적인 부담과 컨디션 조절 실패로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고민했던 게 ‘선수로 살 것인지, 아니면 엄마로 살 것인지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김미현은 아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며 속 얘기를 꺼내 놓는다.
“예성이 때문에 골프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예성이는 골프 이상의 존재로 내 가슴에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기를 키운 게 아니라 예성이가 날 더 성숙한 엄마로 만들어줬다.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조차 미안하다.”
은퇴 기자회견 때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김미현이 아들 얘기를 꺼내며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김미현도 어느새 엄마가 돼 있었던 것이다.
김미현은 골프 인생의 라이벌로 존재했던 박세리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인다.
“세리가 존재했기에 내 골프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LPGA 초반에는 약간 서먹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다. 앞으로 골프계 ‘큰언니’로서 더 오랫동안 선수로 뛰어주길 바란다.”
김미현한테 ‘골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대회 나갈 때마다 길어지는 코스를 보면서 한숨을 쉴 때, 그로 인해 내가 오버스윙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발목과 무릎 부상을 당했고, 그로 인해 이렇게 은퇴를 하게 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현은 3년 전 인천에 골프연습장을 마련했고, 그 안에 ‘김미현 골프아카데미’를 설립해 후배들 양성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