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앞세운 명상단체 홍보·편법 마케팅 인정된 판결문까지…“민희진 쳐내려다 동티난 판”
먼저 하이브의 '사재기'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4월 28일 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였다. 한 회원이 하이브 관련 기사를 찾던 중 2017년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빅히트뮤직에 "불법 마케팅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협력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는 기사를 찾았고, 판결문을 확인해 "(피고인이)해당 회사에 과거 사재기 마케팅을 해줬다" "다만 피해자(소속사)가 편법으로 마케팅 작업을 하여 협박의 빌미를 준 잘못도 있다"는 문구를 발견해낸 것. 이 인물은 빅히트뮤직을 상대로 "방탄소년단의 음원차트를 사재기 등의 방법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퍼뜨리겠다"며 8차례에 걸쳐 57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이 보도될 당시 빅히트뮤직 측은 "범인의 공갈과 협박에서 언급된 부적절한 마케팅 활동은 범인의 일방적 주장이며, 편법 마케팅은 통상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통상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가지고 협박을 당했는데, 이에 굴복해 거액을 뜯겼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더욱이 재판부가 직접 해당 마케팅이 '협박의 빌미가 될 만한' 편법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마케팅 방식이 아니라 당시 문제가 돼 왔던 '음원 사재기'로 인한 차트 조작이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사재기 다음에는 한 명상단체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뒤따랐다. 이는 지난 4월 25일 하이브로부터 경영권 탈취 시도 혐의로 고발된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부터 시작됐다. 민 대표와 하이브 박지원 CEO간 대화로 추정된 해당 메시지에서 민 대표가 "애플 오버 리액트(과장되게 행동한 것) 사과했죠? (뉴진스의) OMG 뮤비로 나 협박해서 애플 행사 뜯어낸 거, 참나 어이가 없는데" 라고 답했는데, 이 'OMG' 뮤직비디오가 왜 '협박의 빌미'가 됐는지를 찾아가면서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는 공개 당시에도 "신인 걸그룹의 뮤직비디오치고는 난해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콘텐츠 안에 숨겨진 일부 상징들을 모 명상단체를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하이브와 깊이 연관돼 있는 해당 단체를 저격했다가 하이브로부터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새롭게 재조명됐다.
네티즌들은 하이브와 명상단체 간 관계성의 증거로 해당 명상단체 온라인 홍보 게시글에 방탄소년단이 활용돼 왔다는 것을 들기도 했다. 실제로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단체 회원 또는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방탄소년단을 내세워 홍보해 온 국내 글이 4월 28일까지 검색됐으나 하이브의 공식입장이 나온 직후인 4월 29일 기준 모두 삭제 또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다만 해당 명상단체의 해외 지부 홈페이지에서는 일부 홍보글을 여전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홍보를 하이브가 허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네티즌들은 방탄소년단과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노래와 춤 등에 명상단체의 이론을 차용한 듯한 가사와 동작이 있다며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진격의 방탄' 중 '명치에 힘 빡 주고 단전호흡'이라는 가사는 해당 단체가 회원들의 단전호흡 교육에 늘 언급하는 지시 사항과 동일하며, 아일릿의 노래 '마그네틱(Magnetic)'의 시그니처 댄스 동작인 '손가락 댄스'가 해당 단체의 '뇌체조 손가락' 동작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자 방탄소년단 측은 4월 28일 팬 소통 채널 위버스를 통해 "최근 방탄소년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음해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다수 감지됐다. 이와 함께 아티스트를 향한 악의적인 비방과 루머 조성, 허위 사실 유포, 무분별한 모욕, 조롱이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이번 사안이 아티스트의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기존 상시 법적 대응에 더해 법무법인을 추가로 선임해 엄중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아티스트를 향한 악의적인 게시글들은 실시간 모니터링 및 수집을 통해 증거 자료로 채증되고 있다. 혐의자들에게는 선처 및 합의 없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브가 발빠르게 강경 대응에 나서긴 했지만 대중들의 뇌리에 새겨진 두 의혹을 깨끗이 씻어내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앞서 민 대표의 기자회견 폭탄발언을 통해 하이브는 '뉴진스의 데뷔 및 활동을 방해한 대기업'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달린 상태고, 민 대표에게 지운 배임 혐의 역시 법조계의 시선으로 봤을 때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다소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을 받았다.
민 대표의 해임과 어도어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의혹으로 얼룩진 하이브가 본연의 '대형 엔터사' 다운 대중적 이미지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막강한 팬덤을 갖춘 방탄소년단 등 소속 그룹이 건재해 이들을 통한 '팬덤 장사'는 그대로 가능할 지 몰라도 대중의 외면이 길어진다면 종국엔 소속 그룹들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하이브는 지난 4월 25일 서울서부지법에 어도어 임시 주총 개최 허가 신청을 냈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 표결권이 민 대표와 민 대표의 측근인 신아무개 부대표, 김아무개 이사 등 이른바 '민희진 사단'이 가지고 있는 만큼 하이브는 임시 주총을 열어 민 대표를 해임하고 경영진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 법원 결정이 나오면 당일 임시 주총 소집이 통지되고 15일 뒤 임시 주총이 열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