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 이용해 공개, 딜러들은 반발…교통안전공단 “영업비밀 침해 여부 검토 중”
#정보 비대칭 해소 vs 정상적 영업 방해
최근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스타트업 오토피디아에 중고차 매물 정보 제공 플랫폼 ‘카티’에서 제공하는 매매용 자동차 취득금액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정보를 공개한 것은 딜러들의 영업비밀 침해이며 정상적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매매용 자동차 취득금액은 딜러가 차량을 매입할 때 소유주 이전을 위해 관청에 신고한 금액이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차량을 매입한 후 차량 정비 등 상품화를 거쳐야 하고 광고도 붙여야 한다. 하지만 취득금액과 판매 가격만 비교해보고 거래가 불발되는 사례가 꽤 있는 상황”이라며 “원가가 낱낱이 공개되는 것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고차 정보 제공 플랫폼이 ‘딜러(매매상사) 자동차 취득금액’을 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카티 홈페이지 캡처](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11719522070.jpg)
오토피디아는 블로그에 “딜러가 차량 매입 과정 중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취득금액을 실제 매입원가보다 적게 기입해 제출했을 수 있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해당 딜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취득금액이 많이 낮아 다운계약이 의심된다면 해당 딜러로부터의 차량 구매를 재고해 볼 수 있다”고 적었다.
카티는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한 자동차종합정보 첨부형(오픈) API 데이터를 활용해 딜러 취득원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공공데이터법에 근거해 240여 개의 자동차 종합정보를 오픈 API 데이터로 제공 중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은 “자동차매매업자가 매매하는 경우 이전등록신청서에 자동차 양도증명서를 첨부해 자동차 등록관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등록관청의 공무원이 입력한 금액을 제공 중”이라고 했다.
오토피디아 한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중 하나인 차량 취득금액이 특정 집단의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인 고관여 상품인 중고차의 취득가액 미공개야말로 국민의 효익 및 권리 침해”라며 “차량 취득금액은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다양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고차 구매 고객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고차 딜러들이 소속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영업비밀 침해’라며 플랫폼 업체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정부에 정보 제공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평에 위치한 중고차 시장. 사진=임준선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11765156554.jpg)
일부 딜러는 취득원가를 공개해도 영업에 차질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딜러는 “요즈음에는 차량 매입이 거의 경쟁입찰식 경매로 이뤄진다”며 “애초에 마진이 적은 게 현실이라 영업에 큰 영향은 없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차량 취득금액 투명한 공개 필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매매용 자동차 취득가액 제공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개선 요청’이라는 공문도 보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공문을 통해 “자동차 매매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는 위법한 행위가 지속되지 않도록 매매용 자동차 취득가액 정보 제공 즉시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에 관한 국민의 접근과 이용에 있어서 평등의 원칙을 보장해야 한다. 다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인·단체·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정보 제공이 제한된다.
앞서의 오토피디아 관계자는 “국토부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며 “아파트 실거래가가 부동산 시장에 있어 중요한 정보인 것처럼 중고차 시장에서도 차량 취득금액의 투명한 공개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검토 중이다. 공공데이터법에 따라 데이터 제공을 중단하거나 공공데이터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