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통합 이어 대대적 투자 예고…중국 알리·테무 공세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다이소몰 신규 론칭
아성다이소는 최근까지 오픈마켓 형태였던 기존 다이소몰과 매장 기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샵다이소로 이커머스 플랫폼을 나눠 운영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나눠 있어 재고관리가 어렵고 다른 셀러들의 상품도 함께 취급하면서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아성다이소는 기존에 있던 두 플랫폼과 멤버십까지 단숨에 통합하면서 지난 12월 15일 다이소몰을 신규 론칭했다.
신규 다이소몰은 오롯이 다이소 제품만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오픈마켓 시스템이 사라진 덕분에 배송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 주문 접수 후 곧바로 목적지까지 상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소몰이 내세우고 있는 강점도 ‘익일배송’이다. 다이소는 고객이 3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 다음 날 무료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홍보 중이다. 한진택배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에서는 반응 없는 제품을 빠르게 빼고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들여와야 한다. 다이소는 월 600개 이상의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판매가 저조한 상품은 제외하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고객이 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조철휘 한국유통학회포럼 회장은 “매장이 문 닫았을 때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다음날 배송을 해준다는 거다. 다이소 상품군만 3만 개 이상이고 충성 고객층도 상당하기 때문에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도 “접근성은 당연히 좋아질 것이고 손해 볼 일은 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다이소의 이커머스 전략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다이소는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3000~5000원짜리 캡슐 커피를 출시했고, 얼마 전에 선보인 ‘VT 니들샷 앰플’도 타사 대비 최대 10분의 1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2023년 11월에는 5000원짜리 플리스(후리스)를 내놔 입소문을 탔다. 다이소의 가성비 공세가 온라인까지 이어질 경우 유통업계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격적인 물류거점 확보도 이어지고 있다. 다이소는 최근 3500억 원을 투입해 세종시에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물류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세종시 허브센터는 2024년 6월에 착공해 2026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완공 시 경기 남부와 충청권 물류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성다이소는 2025년 중반까지 경기도 양주시 내 양주허브센터를 준공해 경기북부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운영 중인 남사허브센터와 부산허브센터 등을 더하면 향후 전국구를 커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는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채비율은 2019년 89.9%에서 2022년 41.1%로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도 떨쳐 냈다. 아성다이소의 최대주주 ‘아성HMP’가 일본 다이소산교의 지분 34.21%를 5000억 원에 인수해 84.2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조철휘 회장은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은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경기 불황기에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다이소는 부동산이나 물류센터도 다 현찰을 주고 지었기 때문에 빚 부담이 없고 경영권을 확실히 틀어쥐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전략을 펼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다이소 "신규 몰 통해 고객만족도 제고"
다이소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다. 2015년에 처음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다이소는 가파르게 성장해 2022년 2조 945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23년은 3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다이소몰 개편으로 2024년에는 1000억~2000억 원대 매출이 추가로 잡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다이소에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다이소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를 공략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모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틀어 2023년 11월 신규 설치 건 순위 1위가 테무, 2위가 알리익스프레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으로도 알리는 500만 명, 테무는 235만 명을 기록했다. 판매 상품군이 겹치기 때문에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들 때문에 가장 타격 입을 가능성이 높은 곳도 다이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는 다이소의 강점이 확실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들을 당해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소도 익일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라인 서비스를 재정비한 게 아닐까 보고 있다”라며 “익일배송은 네이버랑 CJ대한통운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시스템이다. 배송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이소에게 지금보다 더 고도화된 경영관리 시스템과 기획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온라인은 반품률이 통상 40%에 가깝기 때문에 신속한 배송과 반품 처리까지 가능한 풀필먼트 시스템과 이를 전체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경영관리 능력이 필수”라며 “특히 알리, 테무 등에 대응하려면 지금보다 상품 구색도 다양하게 갖춰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이소몰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글로벌 소싱 능력을 한계치로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에는 다이소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 굳이 소비자가 일상에서 다이소몰에 접속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만한 다이소만의 히트 상품을 기획해 접속률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이소 관계자는 “원래도 이커머스 사업은 계속 하고 있었고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 플랫폼들을 통합했다”며 “신규 다이소몰은 다이소 제품만 판매하되 매장 기반이 아닌 물류센터 기반으로 운영되며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만족도를 제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