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흑자 전망, 포트폴리오도 강화…공들이는 패션 부문, 기대 반 우려 반
#컬리의 낯선 성적표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올해 1분기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컬리는 지난해 각각 2조 773억 원과 1436억 원의 매출과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2년에는 2조 372억 원의 매출과 233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을 늘리면서도 40% 가까운 적자를 줄인 셈이다.
컬리의 연간 감가상각비는 2021년 524억 원, 2022년 648억 원에 이어 지난해 811억 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는 영업이익 달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창원·평택 물류센터 투자를 마지막으로 대규모 시설·설비 투자를 중단하면서 재무 상황이 개선됐다.
컬리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받아 ‘사업 및 무형 재산권 중개업’ ‘교육서비스업’ ‘위치정보 및 위치기반 서비스업’ 등 신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컬리는 사업영역과 판매상품 확장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위해 신사업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컬리가 정관변경을 통해 신규 사업 진출을 시사한 것은 2년 만이다.
컬리는 연내 퀵커머스(근거리 배달) 사업도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내에 도심물류센터(MFC)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해 자체브랜드(PB) 사업도 확대에 나선다. 컬리는 기존 간식류에 더해 집밥류의 새 PB브랜드를 론칭하고 가정간편식(HMR) 내 단독상품 비중을 5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멤버십 서비스 개편을 통해 신규 고객들을 늘리고 충성고객들을 잡아두는 데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컬리는 5월 17일까지 구독형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 3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멤버십 개편을 통해 무료 멤버십 제도인 ‘컬리러버스’의 혜택을 줄이고 충성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몰 확대 공들이는데…
컬리의 여러 신사업 중 가장 주목받는 움직임은 패션 브랜드 투자 확대다. 마켓컬리, 뷰티컬리에 이어 세 번째 주력 사업으로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1분기부터 패션 사업 확대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 2월 빈폴, 구호, 코텔로 등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3월에는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쿠론, 럭키마르쉐, 마크제이콥스, 이로, 르캐시미어 등 코오롱FnC의 브랜드 7개를 추가했다. 컬리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수는 3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어났다.
패션 상품군의 경우 2022년 입점 이후 컬리의 효자 노릇을 했던 뷰티 상품 이상으로 객단가와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다른 패션몰들에 비해 추천순 상품의 가격대가 대부분 10만 원대로 높은 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크로스셀링(이미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보완하는 상품의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찾기보다는 기존 고객의 지갑을 더 열 수 있는 품목이 패션이었던 것”이라며 “화장품과 패션의 자연적인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이미 상당한 고객을 갖추고 있는 컬리가 신생 회사보다는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은 워낙 버티컬 몰(전문몰)들이 잘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커머스들이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종합몰 이커머스 등이 패션 관련 매출을 늘려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컬리 역시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고 ‘신선식품을 사는 곳’으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을 잘 유인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 또한 “버티컬 몰들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소비자들한테 어울리는 의류를 추천해주고 관심 가질 만한 패션 아이템을 계속 보여주는데 이 점이 진짜 중요하다”라며 “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컬리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독 브랜드를 론칭하고 쿠팡처럼 무료반품까지 해주는 게 아니라면 사실 큰 차별성은 없을 것 같다. 소비자들이 옷은 사던 데서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신선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옷도 새벽배송을 해준다면 당장 다음날 입을 옷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한 셀링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끌리는 요소를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비상장주식거래소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컬리의 비상장 주식 현재가는 주당 1만 5000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은 6092억 원이다.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기업가치를 4조 원대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경기둔화로 IPO(기업공개·상장) 시장이 위축되고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원활한 엑시트를 위해서는 최소한 조 원 단위까지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고객분들이 컬리의 상품 검증이나 큐레이션 방식에 신뢰를 보내고 있고 시장에 2040 여성 고객분들의 니즈를 오롯이 타기팅한 패션 브랜드 쇼핑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컬리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고 올해 또 한번 도약하고 성장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