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아들 223명 중 16명 면제…그중 12명 민주당 자녀, ‘질병’ 이유 5~6급 판정
일요신문이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 병역사항 신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당선인의 성인 아들 223명 중 16명은 병역 면제자였다. 16명 중 13명은 질병 때문에 5급 전시근로역 또는 6급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전시근로역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병역 의무가 없어 사실상 병역 면제로 여겨진다. 16명 중 나머지 3명은 외국 국적이라 병역 의무가 없었다.
당선인 아들이 병역 검사에서 면제 판정을 받은 비율은 일반 국민과 비교해 3배에 가까웠다. 외국 국적(3명)을 제외한 당선인의 성인 아들 220명 중 13명은 5급 전시근로역 또는 6급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면제 비율은 5.9%인 셈이다. 이에 비해 일반 국민의 병역 면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간 병역 판정 검사를 받은 19세 남성 총 407만 명 중 5급 또는 6급 대상자는 8만 9951명이었다.
소속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아들의 병역 면제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16명 중 12명은 민주당 당선인 아들이었다. 모두 질병 때문에 병역이 면제됐다. 권향엽, 김승원, 송기헌, 한병도 등 당선인 4명의 아들은 질병으로 6급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김기표, 김원이, 김주영, 서미화, 양부남, 이인영, 이정헌, 임호선 등 당선인 8명의 아들은 질병으로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
병역 면제자 16명 중 3명은 국민의힘 당선인 아들이었다. 1명(최수진 장남)은 질병이 있어서, 2명(고동진 장남, 인요한 장남)은 외국 국적이라 병역 의무에서 벗어났다.
나머지 1명은 조국혁신당 당선인 아들이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당선인 장남은 현재 미국 국적이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회복해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을 가졌던 김준형 당선인 장남은 14세 때인 2015년 3월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 판정 검사를 받지 않았다.
김준형 당선인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자녀 국적 논란이 불거지자 "장남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결정했다. 대학 졸업 이후 입대할 예정"이라며 "저는 재미교포인 배우자를 만나 국제결혼을 했다. 장남은 태어날 때부터 이중국적자였다. 배우자와 장남은 2015년 한국에 입국했다. 미국에서 자란 장남은 한국 내 국제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난 3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과 달리 김준형 당선인 장남은 4년 전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4년 전인 2020년 3월 11일 김준형 당선인 장남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고시했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 대변인실은 "김준형 당선인 장남은 2015년 국적이탈 후 2020년 국적취득을 했다. 현재 24세 이전 출국으로 병역판정검사 연기 중"이라고 5월 9일 일요신문에 전해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에서 아들이 병역 면제인 당선인은 없었다.
질병으로 병역이 면제된 13명 중 5명(권향엽 장남, 김승원 장남, 김기표 장남, 김주영 차남, 최수진 장남)은 질병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은 일부 질병에 대해선 병역사항 신고 의무자가 비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질병은 후천성 면역 결핍증, 혈우병, 뇌성마비, 정신분열병, 우울장애, 지적장애, 심리적 발달장애, 탈모증, 고환결손, 음경절단 등이다.
민주당 권향엽 당선인은 "장남이 소이증을 앓고 태어났다. 개인사라 밝히지 않았다"며 "병역 비리나 기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장남이 선거 유세 현장에 참여해 (병역 면제와 관련해) 밝혔다"고 일요신문에 전했다. 소이증은 귀가 아주 작거나 아예 없는 희귀 질환이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엔 아들의 병역 면제 사유를 혈우병이라고 공개했다. 혈우병은 피가 잘 멈추지 않는 희귀 질환이다. 혈우재단 백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 혈우병 질환자는 총 2622명이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당선인은 "장남이 자폐 1급 판정을 받았다"며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질병 이름을 비공개했다"고 일요신문에 설명했다. 최수진 당선인은 비례대표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장남이 장애학생 전국수영대회에서 수상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19세 때 처음 받는 병역 판정 검사가 아닌 그 이후 재검사에서 병역 면제를 받은 사례는 3명(서미화 장남, 김주영 차남, 이인영 장남)이었다. 민주당 서미화 당선인 장남은 19세 때인 2012년 2급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재학생 입영 연기를 하다가 2014년 병역처분변경원을 내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2014년 재신체검사에서 시력장애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서미화 당선인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민주당 김주영 의원 차남은 19세 때인 2018년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후 2년 뒤인 2020년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질병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 장남은 19세 때인 2013년 7급 재신체검사 판정을 받았다. 7급 대상자는 질병 치유기간 종료 이후 1개월 이내 재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인영 의원 장남은 2014년 4월 재신체검사에서 척추관절병증으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6년 3월 다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이인영 의원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 시절이던 2020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2014년 1월 제 아이가 기흉(가슴막 안에 공기가 차 있는 상태)이 와서 수술을 했는데 계속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신경외과로 갔다. 그 과정에서 강직성 척추염이 발견됐다"며 "군대를 갈 수 있는 상태면 가겠다고 아이 스스로 원해서 2016년 다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강직성 척추염이 심해서 5급 판정을 다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아들의 병역 면제 사유 질병명을 공개한 당선인에게도 연락을 취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재생불량성 빈혈이 발생했다"며 "혈소판 수치가 최소 10만은 돼야 하는데 아들은 3만 정도밖에 안 된다. 6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 하더라. 딸도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다"고 일요신문에 밝혔다. 지혈을 담당하는 혈소판이 적으면 피가 많이 나고 잘 멎지 않는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차남이 병역 면제를 받은 것과 관련해 2020년 9월 페이스북에 "차남은 심한 자폐아다. 정신 연령은 영아기에 머물러 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장남이 태어날 때부터 발달장애를 앓았다.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며 "나이가 서른두 살인데 아직도 말을 안 한다"고 일요신문에 전했다.
민주당 양부남 당선인은 "장남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하다가 인대가 부러졌다. 4시간 수술을 해서 십자인대를 다 떼어내고 이식을 받았다"며 "후유증이 컸다. 지금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정헌 당선인은 "차남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가 휘어져 있었다. 성장하면서 만곡 각도가 더 커졌다"며 "특발성 척추 측만증에 해당해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고 힘들다"는 심경을 밝혔다.
민주당 임호선 당선인은 "장남이 한 쪽 눈에 녹내장을 앓고 있다"며 "중학교 시절 생겼다. 매년 진료를 받아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국적이라 병역 의무가 없는 당선인 아들은 3명이었다. 국민의힘 당선인 아들 2명(고동진 장남, 인요한 장남), 조국혁신당 1명(김준형 장남) 등이었다. 관보에 따르면 1992년생인 국민의힘 고동진 당선인 장남은 2006년 영국 국적을 취득해 귀화했다. 고동진 당선인 장남은 고 당선인이 영국 서식스대학교 석사 과정을 다닐 때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영국에서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당선인 장남과 달리 1998년생인 차남은 한국 국적이다. 고 당선인 차남은 2017년 2급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다. 유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 중이다. 고 당선인은 "차남은 병역 의무를 국내에서 할 예정"이라고 일요신문에 밝혔다.
고동진 당선인 본인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삼성반도체통신에서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대신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84년 과학기술처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에 종사하는 연구요원 중 628명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선정했다. 기업 중엔 삼성반도체통신 소속 병역특례 대상이 94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 당선인은 삼성전자 사장까지 역임한 뒤 2021년 퇴임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당선인은 장남이 외국인이라 병역 해당사항이 없다고 신고했다. 1959년생인 인요한 당선인은 2012년 특별귀화로 미국과 한국 복수국적자가 됐다. 인요한 당선인 장남은 인 당선인이 미국 국적자였던 2000년 한국인인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외에 살고 있어 19세 때 병역 검사를 받지 않은 당선인 아들은 2명이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손명수 장남, 정태호 장남)이었다. 손명수 당선인 장남은 24세 이전 출국을 이유로 병역 판정 검사를 연기했다. 손 당선인은 "아들은 이혼한 아내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쭉 외국에 살아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95년생인 정태호 의원 장남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 2032년 말까지 병역 판정 검사가 연기된 상태다. 정태호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와서 병역 의무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소속감이 있어서 20년 넘게 미국 시민권을 안 따고 있다"며 "1999년, 아들이 4세 때 제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아내가 그때부터 IBM 엔지니어가 돼서 근무 중이라 아들이 미국에 함께 살았다"고 일요신문에 설명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장남은 2022년 3월 3급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은 뒤 2022년 9월 출국해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윤건영 의원실 관계자는 "윤 의원 장남이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왔고 대학 때 유학을 갔다"며 "병역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일요신문에 밝혔다.
운동권 구속 전력 등 탓…병역 면제 당선인은 44명
국회의원 당선인 본인이 병역 면제인 당선인은 총 44명이었다. 남성 당선인 240명 중 18.3%가 병역 면제인 셈이다. 소속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25명, 국민의힘 15명, 조국혁신당 3명, 새로운미래 1명 순이었다.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남성 당선인 중엔 병역 면제자가 없었다.
병역이 면제된 민주당 당선인 25명 중 15명은 수형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모두 이른바 '운동권' 출신으로 학생운동 등을 하다가 구속된 전력이 있다. 민주당 당선인 중 나머지 10명은 질병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국민의힘 당선인의 병역 면제 사유는 질병이 가장 많았다. 15명 중 9명이 질병 때문에 병역이 면제됐다. 15명 중 2명(박성민, 최형두)은 수형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1959년생인 박성민 의원은 1978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받았다. 박 의원의 폭력 전과는 학생운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두 의원은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전력이 있다.
국민의힘 김대식, 김위상 당선인은 생계 곤란을 이유로 1980년 소집면제됐다. 국민의힘 박충권 당선인은 탈북민 출신이라 병역이 면제됐다. 국민의힘 인요한 당선인은 원래 미국 국적이라 병역 의무가 없었다.
조국혁신당 당선인 중 2명(서왕진, 김준형)은 질병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1명(차규근)은 수형을 이유로 소집면제됐다.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은 수핵탈출증(디스크)으로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당시 엘리트층의 군 특혜로 비판받은 '석사장교' 출신 당선인은 7명으로 파악됐다. 정당별로 국민의힘 4명(김기웅, 박상웅, 윤상현, 윤한홍), 더불어민주당 2명(맹성규, 박정), 조국혁신당 1명(조국) 순이었다. 석사장교 제도가 있었던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석사장교 인원은 10년간 총 9397명으로 알려졌다.
공식 명칭은 '특수전문요원'이었던 석사장교는 석사학위자를 위한 단기 복무제도였다. 6개월간 훈련을 마친 뒤 소위 임관과 동시에 전역하는 형태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도입된 석사장교 제도는 복무기간이 짧고 학업 유지 의무조차 없어 엘리트를 위한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현역 군복무 기간은 30개월이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 장남 전재국 씨도 석사장교 출신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전두환 씨 딸 전효선 씨와 1985년 결혼한 뒤 미국 석사 과정 유학을 갔다. 이후 귀국해 1988년 5월 석사장교로 복무를 만료했다.
석사장교 출신인 국민의힘 박상웅 당선인은 2018년 10월 페이스북 글에서 "석사장교 시험은 해외유학파들이 외국 현지대사관 인터뷰만 통과하고 합격돼 엄청난 특혜 시비가 일었다"며 "당시 현직 대통령 아들 전재국도 나와 함께 훈련을 받았다"고 글을 남긴 바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석사장교 이력과 관련해 "이 제도 자체를 비난하려면 국민의힘 전신 정당인 전두환, 노태우 일당에게 따져라"고 지난 2월 19일 페이스북에서 주장했다. 민주당 박정 의원은 2015년 9월 페이스북에서 "학사장교를 '육개장'(6개월 장교)이라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며 "석사장교 제도는 파격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