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특사·인적쇄신 과정 비선 논란 잇따라…민정수석 부활·장모 최은순 가석방도 악재
정치권에선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부의 위기 밑바탕엔 ‘김건희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거론돼왔던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면서 여권이 수렁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총선 패배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련의 상황, 또한 내놓고 있는 조치들 역시 김 여사와 맞닿아 있다. 총선이 끝난 후 대통령실은 인적쇄신에 착수했다.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야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자 국민의힘에서조차 반발이 나왔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실 공식 라인에서 부인했던 박영선 양정철 등에 대한 인선 검토를, 특정 참모들이 인정했다. 여권에선 이를 대통령실 내부 갈등으로 해독했고, 김 여사 이름이 거론됐다. 김 여사 라인이 비선에서 인사에 관여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함성득-임혁백 특사 논란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선 함성득 경기대 교수가 언급한 특사에 대해 불쾌감마저 내비치며 손사래를 쳤다. 5월 9일 대통령실 한 정무라인 관계자는 통화에서 “함 교수가 영수회담 뒷이야기를 공개한 것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함 교수는 윤 대통령의 특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함 교수가 공식적인 루트에서 움직인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민주당에선 민정수석 부활을 두고도 김 여사와 연결을 짓는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신속 지시 명령한 직후 검찰 통제 필요성에서 민정수석을 임명했을 것이란 의심이다. 김 여사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평소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을 잘 따랐던 ‘후배’였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가석방으로 5월 14일 출소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대통령 장모에게 따뜻한 어버이날 선물을 보냈다. 공정과 상식이 불공정과 비상식에 무릎 꿇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한 당선인은 “7월 20일이 출소이니 가석방 조건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국민들이 과연 그렇게 받아들일까. 정부와 여당이 바뀌겠다며 노력하고 있는데 결국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당선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야당이 가석방 절차를 따져보자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고민은 ‘원인은 알지만 처방을 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김건희 리스크’는 국민의힘 내에서 역린이나 다름없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 특검을 거론했다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혔던 한 위원장마저 비토를 당했는데 과연 누가 김 여사 의혹을 지적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 국민의힘 내에 팽배하다.
설령, 김 여사 건을 공론화하더라도 이는 국민의힘에 더 큰 정치적 내상을 입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과 비윤 간 집안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많은 관계자들이 “결국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은 사과하면서도 특검 수사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