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소프트뱅크 “네이버와 협의중” 밝혀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친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했다. 이에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8일 결산설명회에서 "모회사에 자본 변경에 대해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에도 일본 라인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다. 라인의 시스템 개발에는 중국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중국에서 열람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섰다. 3년 만에 다시 네이버 본사 해킹으로 일본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일본 정부는 다시 행정지도에 나서며 지배구조까지 건드렸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도 존재하는 행정지도는 강제성이 없다. 그럼에도 라인야후 경영진이 대주주를 상대로 지배구조 변경에 나서면서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존재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은 틱톡 금지법 통과 이후 외교부가 “이런 종류의 괴롭힘은 공정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어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행위를 방해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행정지도에 아직 공식 입장이 없다.
라인야후 경영진은 모회사 자본 변경뿐 아니라 “네이버와의 기술적 협력관계에서도 독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를 명분으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율도 67%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6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한 등기임원 후보에서 네이버 측 인사도 제외했다. 경영진 계획대로라면 네이버는 더 이상 라인야후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게 된다.
라인야후 지배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을 보유한 A홀딩스다. 네이버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같다. 회사를 지배하지는 않아 계열사가 아닌 관계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가 인식한 A홀딩스 지분의 장부 금액은 15조 3384억 원이다. 지난 연말 주당 500엔에 근접하던 라인야후 주가는 최근 360엔까지 미끄러졌다. 5조 엔이 넘던 시가총액도 2조 7200억 엔(약 24조 원)으로 줄었다.
주가 하락에도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 매각으로 손에 쥘 현금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라인야후의 자회사인 Z홀딩스 아래에 편입시킨 해외 계열사와 주요 사업들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주가는 최근 연일 약세다. 올해 낙폭만 16%가 넘어 10% 미만인 카카오보다 더 깊다.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을 싸게 살 기회가 생긴 소프트뱅크 주가가 최근 뚜렷한 반등세다.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주력사업은 이동통신서비스다. 라인야후 경영진이 1대주주인 네이버에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입김 외에도 2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지난 5월 9일 결산발표회에서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네이버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야카와 CEO는 합의 목표 시한을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에 따른 개선안 제출 마감 시한인 7월 1일로 제시했다. 네이버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네이버는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경영권에서 멀어지면 해외사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시장에서의 실적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네이버의 일본 관련 매출액은 약 6800억 원으로 미국(5311억 원)보다 크며 전체 해외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라인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2억 명이 넘게 이용하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간편 결제, 배달, 웹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네이버가 일본 라인에서 지배력을 잃으면 동남아 국가들도 자국 기업을 통해 라인을 직접 운영하려 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야에서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5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받아 온 라인야후가 네이버 축출에 나섰다”며 “우리 정부가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우려했던, 아니 뻔히 예상된 일이 터졌다”며 “라인을 탈취하는 일본에 한마디 항변도 못 하는 참담한 외교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상임위를 통해 이 사안을 다루겠다는 의지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