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구조·개혁과 의식 대전환 필요해”
- 저출생, 국가 전체 비틀린 구조·의식 결합해 진행돼 온 고질병
-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정주형 사회'로 틀 바꿔야
[일요신문] "핵폭탄,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저출생이라고 생각한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13일 도청 프레스룸에서 열린 저출생과 전쟁 필승 실행계획 관련해 현황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언급한 말이다.
이날 이 지사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려면 연간 6~70만명의 인구가 새로 태어나야 하는데 출생 인구가 20만명 남짓밖에 되지 않으니 해마다 40만명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어떤 전쟁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라지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가장 무서운 재앙이다. 노동력 부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AI와 같은 첨단기술 연구 역량도 위태롭다. 국방 안보에 큰 위기를 초래하며, 복지비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악화, 연금재정 고갈로 인한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생을 완전히 극복하려면 결국, 국가 구조의 개혁과 의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나서 생긴 결과물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비틀린 구조와 의식이 결합해 진행돼 온 고질병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유목민 사회'가 아닌,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취직하고, 가정을 이루어,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정주형 사회'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철우 지사는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개인의 부담과 희생으로 둘 것이 아니라, 나라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경북도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저출생과 전쟁 필승 실행계획' 차별성과 핵심사업 '일문일답'
― 경북도 '저출생 전략' 차별성은
"우선, 현장을 잘 아는 경북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디자인했기 때문에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저출생 극복에 약 380조원이라는 국가 예산을 투입했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복합적인 사회, 경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실패 원인은 컨트롤타워 부재와 체감 부족이었다. 경북의 100대 실행계획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서 기존의 정책들을 연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녹여내 서로 연결 보완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경제환경 개선과 문화환경 개선 양방향으로 전주기 대응은
"종합적인 전략을 펴나가겠다. 저출생 극복은 일부분의 불편만 개선하거나, 현금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경북은 단기적인 경제환경 개선과 중장기적인 문화환경 개선을 양대 축으로 삼고, 만남부터 결혼, 출산, 양육, 주거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과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문화 인식 확산 등 전주기에 걸친 정책들을 동시에 과감하게 추진해, 도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해 나가겠다."
― 경북의 저출생 전략은
- 경북도, "'결혼정보회사'에 나선다"
"청춘들이 취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청춘동아리를 운영하고, 여름휴가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매칭 이벤트를 진행하는 '솔로 마을'도 가동하겠다. 여기에서, 커플이 된 연인이나 신혼부부에게는 '국제 크루즈' 여행까지 제공해 만남에서 시작해 연애하고 결혼으로 골인할 수 있도록 돕겠다."
- 임신, '출산부터 산후조리'까지 경북이 책임진다.
"이를 위해 결혼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냉동 난자 보조생식술과 전국 최초로 남성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특히,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에게 난소기능과 정액 검사까지 지원하는 등 출산을 원하는 분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 산모들의 빠른 산후 회복과 신생아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건강관리 서비스도 최대한 제공하겠다. 또, 도내 어디서나 마음 편히, 쾌적한 산후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도 확충해 나가겠다.
- 우리 동네 '돌봄 마을' 곳곳 조성
"온 동네가 함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아파트 1층과 돌봄 기관을 활용한 전문교사와 자원봉사자, 소방‧경찰관이 포함된 돌봄공동체가 온종일 아이들을 돌봐주는 (가칭) 우리 동네 돌봄 마을을 곳곳에 조성하겠다. 늘봄학교와 연계한 '돌봄 도서관'도 최초로 운영해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책 읽고 놀 수 있게 만들어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겠다. 아울러, 국가 돌봄 정책을 대행하고 육아 시설 집적화, 규제 일괄 해소 등 각종 저출생 정책을 실험할 수 있는 국가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인 '돌봄 융합 특구'를 속도감 있게 만들어 내겠다."
- "월세, 전세부터 큰 집 마련까지 촘촘히 지원할 것"
"3자녀 이상 가족이 40평대 집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주택매입 및 전세 이자를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공공주택 규모도 40평대로 높여서 공급하겠으며, 인생의 출발선에 선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월세와 전세 이자도 대폭 지원하겠다. 여기에, 시군 곳곳에 700호의 매입임대주택과 도청 신도시에 돌봄 특화 공공임대 주택 756호를 건설해 돌봄과 주거가 동시에 해결되는 신개념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
- 경북 부모들 일찍 퇴근해도 '월급 전액 보전'
"육아기 부모 4시 퇴근, 초등 맘 10시 출근을 도입하고 육아기 단축근무를 해도 월급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와 기업 모두 지원하겠다. 또한, 도내 기업의 96%를 차지하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소상공인 6개월 출산휴가'도입으로 자녀를 출산하는 소상공인분들에게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원하겠다. '아빠 출산휴가 한 달'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부득이 자녀를 돌봐야 할 때를 대비해
교육 전문 기업과 손잡고 '아이 동반 근무사무실'을 운영해 모범을 보이도록 하겠다. 아울러, 일본 '나기초 마을'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일자리 편의점'도 경북 특성에 맞게 디자인해 운영하겠다."
- 다자녀 가정, '국가유공자 수준' 예우
"다자녀 가정은 어디서나 우대‧할인을 받을 수 있게 농산물, 관광, 교통 등 패키지 할인, 관광지 신속 입장 등을 지원하겠다. 또한, 아이가 어디서든 환영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동 친화 음식점인 '웰컴 키즈존'을 곳곳에 선정해 운영하겠다. 아울러, 다자녀 공무원 특별 실적가산점, 다자녀 공무원 특별 승진 및 고졸 가산점 등을 적극 검토해 경북도청이 먼저 새로운 변화의 모범을 보이겠다.
이철우 지사는 "저출생은 우리가 마주했던 그 어떤 적들보다도 거대하고, 강력한 상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보다 더 큰 위기도 함께 이겨내며, 기회의 발판으로 만들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 세계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버리고, 다시 한번 인류사에 자랑스런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저출생과의 전쟁에 함께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 기업, 모든 국민들께서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 특히, 저출생 문제는 심리가 중요한 만큼, 언론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부탁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