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환수 처분에 불복해 2심 진행…홍 수석 “당선되면 가능하고 낙선되면 안 되는 건 모순”
홍 수석은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변호사비 5000만 원이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이기 때문에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선거관리위원회 처분에 반발해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홍 수석은 1심에서 패소했다. 홍 수석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어찌된 사연인지 일요신문이 단독 보도한다.
홍 수석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김포을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출마해 3선에 도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홍 수석은 21대 총선 낙선 이후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았다. 일요신문이 김포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2020년 홍철호 국회의원 사무소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홍 수석 정치자금 '후보자 등 자산' 계정엔 1억 2679만 2550원이 '보전비용'으로 2020년 6월 12일 입금됐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이 15% 이상인 후보는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다. 21대 총선에서 홍 수석 득표율은 44.46%였다.
홍 수석은 2020년 6월 12일 '후보자 등 자산' 계정에 입금된 보전비용 1억 2679만 2550원을 하루 만에 모두 지출했다. 이날은 홍 수석이 정치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날이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회의원이 선관위에 회계보고를 해야 하는 기한은 2020년 6월 13일이었다. 회계보고 전까지 사용하지 않은 정치자금 잔액은 국고로 귀속된다.
홍 수석은 2020년 6월 12일 '후보자 등 자산' 계정에서 390만 2278원을 지역사무실 원상복구비용으로 지출했다. 2000만 원은 유급사무직원에게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5000만 원은 정치관계법 관련 소송비용으로 법무법인 광교 계좌에 입금했다. 나머지 5289만 272원은 홍 수석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홍 수석이 사비로 지출했던 정치자금을 갚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홍 수석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기록에 따르면 홍 수석 변호인은 법무법인 광교 이종업, 정미경 변호사였다. 다만 판결문에는 이종업 변호사 이름만 적시됐다. 검사 출신인 정미경 변호사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제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미경 변호사는 2021년 6월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홍 수석은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2022년 3월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됐다. 이종업 변호사는 정미경 변호사 남편이다.
홍 수석은 2020년 6월 12일 후원회 기부금 잔액도 모두 사용했다. 홍 수석은 이날 정치자금 '후원회 기부금' 계정에서 731만 7722원을 지역사무실 원상복구비용으로 지출해 잔액이 0원이 됐다. '후보자 등 자산' 계정 지출 내역까지 고려하면 이날 지역사무실 원상복구비용으로 총 1122만 원을 쓴 셈이다.
문제가 된 건 정치관계법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5000만 원이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국회의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은 무죄 확정판결 시 정치자금에서 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유죄 확정판결 시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판단해 정치자금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선관위 선거법규포털 서면질의회답을 살펴보면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회답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김포시 선관위는 선례에 따라 홍 수석에게 2021년 8월 변호사비로 지출했던 정치자금 5000만 원을 국고 귀속을 위해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홍 수석이 2021년 7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 원 판결이 확정되자 환수 통지를 한 것이다.
홍 수석은 2020년 21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거리현수막에 "5호선 연장 확정시킨 홍철호"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됐다.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후보 측은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은 확정되지 않아 허위사실"이라며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포시 선관위는 박 후보 측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홍 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2020년 9월 29일 홍 수석을 기소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2021년 1월 홍 수석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부천지원은 "어떤 사업이 '확정'됐다는 표현은 그 사업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선거운동 당시인 2020년 4월엔 5호선 김포 연장 사업 진행이 확실하게 정해진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홍 수석)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 능력이나 과거 업적을 과대평가하게 해 올바른 판단에 장애를 초래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홍 수석은 벌금 80만 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홍 수석은 항소심에도 불복해 대법원까지 사건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고 역시 2021년 7월 기각됐다.
홍 수석은 2021년 11월 중앙선관위 사무처 행정심판위원회에 5000만 원 환수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행정심판위원회는 2021년 12월 홍 수석의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홍 수석은 선관위의 5000만 원 환수 통지를 취소해달라며 2022년 4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홍 수석 측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이른바 '패스스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을 위한 선임 비용으로 법무법인 광교에 5000만 원을 지급했다며 선관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2019년 4월 여야는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를 두고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후 홍 수석을 포함해 제20대 국회의원 28명이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 내 폭력을 가중처벌하는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첫 기소 사례였다.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심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인천지법은 2023년 4월 홍 수석 청구를 기각했다. 인천지법은 "원고(홍 수석)와 법무법인 광교 사이 작성된 사건위임계약서에 위임 사건명에 '인천지검 부천지청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기재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패스트트랙 사건' 기소는 2020년 1월 2일 이뤄졌고 사건위임계약서 작성은 2020년 4월 27일이므로 변호인 선임 비용 5000만 원은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패스트트랙 사건 기록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교는 홍 수석 변호를 맡다가 2020년 4월 23일 사임했다.
인천지법은 또 "위법한 선거운동에 관해 이를 방어할 목적으로 지출한 변호인 선임 비용은 사회상규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돼 정치자금에서 지출할 수 없는 경비로 봐야 한다"며 "선관위 처분은 오랜 기간 공직선거 후보자, 국회의원, 중앙당 등 관계자들에게 정치자금 지출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해왔을 뿐 아니라 합리적 근거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홍 수석은 판결에 불복해 2023년 5월 항소했다. 항소심 판결선고기일은 오는 5월 22일이다. 홍 수석 행정소송 1심과 항소심 또한 법무법인 광교 이종업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고 있다. 홍 수석은 5월 16일 행정소송과 관련해 일요신문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변호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를 잘 모른다"며 "당선되면 정치자금에서 변호사비 지출이 가능하고 낙선하면 안 된다는 건 모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