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출연정지 만지작, 방송사 영구 퇴출 가능성…공연 시장 영향력은 여전할 듯, 처벌 수위가 관건
음주운전으로 시작해 사법방해 논란까지 사안이 확대되는 분위기를 감안해 KBS가 김호중을 출연정지 명단에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BS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에서도 그를 출연정지 명단에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출연정지 명단에 오른 연예인이 여럿 되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방송 출연을 정지시킨다고 해도 음원 발매나 공연 등 가수 활동을 유지할 수는 있다.
과거에는 방송국 출연정지 명단에 이름이 오를 만큼 큰 구설에 휘말리면 연예계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이미지 훼손도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컴백까지의 자숙기간이 달라지는데 영구 퇴출이 거론될 만큼 치명적인 사안에 휘말리면 사실상 강제적인 은퇴 수순을 밟게 되기도 한다. 현재 김호중이 휘말린 각종 논란은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지만 여론의 흐름은 분명 좋지 못하다.
한 중견 연예관계자는 “도저히 회생 불가능한 물의에 휘말렸지만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례도 있고 그리 큰 사안이 아닌데 활동 재개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결국 어떤 사안의 구설이냐가 아니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소속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김호중의 경우 소속사가 리스크메니지먼트는커녕 오히려 일을 너무 키워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김호중은 향후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이 어려울 만큼 치명타를 입은 것일까. 연예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과거라면 몰라도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팬덤 때문이다.
김호중은 막강한 팬덤의 지지를 받는 트롯 스타다. 일부 팬들이 강하게 김호중을 감싸는 응원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을 정도다.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실을 공식 인정한 뒤 공식 팬클럽 트바로티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가수와 함께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도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극히 일부 팬들의 의견이 마치 팬덤 전체의 의견인 듯이 무분별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통함이 있으나, 이에 대하여도 한 점 변명의 여지없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트바로티 팬카페 회원이 일부 탈퇴하며 김호중에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 5월 20일 기준 15만 600여 명이던 회원 수가 22일 오전에는 14만 9830여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틀 사이 770여 명이 탈퇴한 것인데 5월 23일 오전 현재 14만 9630여 명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사이 200여 명이 더 탈퇴했지만 서서히 탈퇴 회원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일부 팬들이 등을 돌렸지만 아직 팬덤의 근간까지 흔들 만한 수준은 아니다.
팬덤의 영향력은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 티켓 판매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공연 예매 티켓 취소 수수료 면제가 결정되면서 취소표가 대거 나왔지만 이보다 더 많은 티켓이 팔려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취소 수수료 면제 이후 오히려 잔여석이 더 줄어들었다. 팬들이 적극적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요관계자들은 김호중이 이번 물의로 한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할지라도 공연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팬덤이라는 확실한 수요층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송 활동 등을 중단해 공연이 더 많아지면 팬들은 이를 더 반길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4월부터 5월까지 전국투어 콘서트 ‘봄날의 고백’을 이어가는 황영웅 역시 공연마다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황영웅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이어진 첫 번째 팬 콘서트 ‘겨울, 우리함께’를 6개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치렀다.
황영웅은 ‘불타는 트롯맨’ 유력 우승 후보였지만 학폭 의혹과 상해 전과 논란 등에 휘말리며 결승 2차전을 앞둔 2023년 3월 3일 자진 하차했다. 그렇지만 2023년 10월 미니앨범 ‘가을, 그리움’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고 12월부터 전국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비록 ‘불타는 트롯맨’ 당시 논란으로 방송 활동은 재개하지 않고 있지만 탄탄한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공연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황영웅 공식 팬카페 파라다이스의 회원수는 5만 4000여 명이다.
한편,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23~24일로 예정된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관객과의 약속”이라는 이유로 23~24일 예정 공연까지는 소화하겠지만 이후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의미다. 김호중의 팬카페 트바로티 역시 공식입장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기 위해 깊은 반성을 함과 아울러,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는 팬덤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김호중 소속사의 입장은 일정 기간 자숙기간을 가진 뒤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팬덤 역시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팬덤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김호중의 연예계 행보에는 여전히 난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불거진 사법 리스크를 무난히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이 김호중에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형법상 범인도피방조 등이다.
검찰에서도 같은 혐의로 기소가 이뤄져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유죄가 입증되면 최악의 경우 실형을 살 수도 있다. 결국 사법처벌 수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여론의 흐름은 물론이고 팬덤 내부 분위기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