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과 합작 ‘이앤이머트리얼’ 리튬 사업 추진…산화철 가격 하락으로 본업은 지지부진
EG그룹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남 박지만 EG 회장이 이끄는 회사로 유명하다. 포항제철(현 포스코) 계열사인 거양상사와 삼화전자는 1987년 각각 2억 원씩 출자해 (주)EG의 전신인 삼양산업을 설립했다. 박지만 회장은 1989년 삼양산업 부사장으로 회사에 합류했고, 1990년 삼양산업 대표에 취임했다. 박 회장은 1990년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삼양산업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에도 올랐다. 삼양산업은 1999년 사명을 (주)EG로 변경했다. 박 회장은 현재 (주)EG 지분 24.22%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앤이머트리얼, 리튬화합물 사업에 집중
일요신문 취재 결과 EG그룹은 지난해 11월 ER과 합작법인 ‘이앤이머트리얼’을 설립했다. EG그룹이 이앤이머트리얼 지분 45%, ER이 나머지 55%를 갖고 있다. EG그룹은 신사업 개발을 위해 이앤이머트리얼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앤이머트리얼은 △폐배터리 재활용업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폐수 수탁처리업 △리튬화합물 제조업 △금속 제조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EG그룹의 파트너인 ER은 2008년 설립된 폐기물 재활용 업체다. ER의 주요 사업은 폐전지나 폐유 등의 재활용이다. ER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지만 폐기물업계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진 회사다.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ER에 70억 원을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투자로 ER의 기술과 관련 설비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ER은 또 LG유플러스, 에너자이저, 고려대학교 등과 폐배터리 자원 재순환에 앞장서는 협의체 ‘배리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ER 관계자는 “이전부터 EG그룹과 사업 논의를 해왔다”며 “우리가 단독으로 신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같이 할 때 시너지가 크다는 판단 아래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앤이머트리얼은 일단 리튬화합물 관련 사업에 당분간 집중할 방침이다. 이앤이머트리얼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리튬화합물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앤이머트리얼은 장기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EG그룹은 이앤이머트리얼 2대주주지만 어느 정도 경영 참여를 보장 받고 있다. 이앤이머트리얼은 조용현 대표와 임현열 대표 등 두 명의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조용현 대표는 EG그룹 계열사인 에너지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임현열 대표는 ER 대표이자 최대주주다. 또 제영태 (주)EG 경영지원실 사장도 이앤이머트리얼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앤이머트리얼 본사는 울산광역시 남구에 소재하고 있다. 이곳은 EG그룹 계열사인 EG메탈과 에너지파크의 본사와 같은 곳이다.
#테슬라 기대감에 주가 반짝했지만…
EG그룹의 주요 사업은 산화철 제조와 유통이다. 산화철은 철과 산소의 화합물로 자성소재나 안료의 기초원료로 사용된다. EG그룹은 또 환경플랜트 건설 등 에너지환경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EG그룹은 지난해 뜻하지 않게 주목받은 바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3월 차세대 전기차에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희토류 대신 페라이트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EG그룹은 글로벌 주요 페라이트 업체에 산화철을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주)EG의 주가도 지난해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고, EG그룹의 실적도 하락하면서 관심도 빠르게 사그라졌다. (주)EG의 주가는 지난해 5월 한때 3만 5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8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EG그룹 실적이 하락세에 있기 때문이다. (주)EG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957억 원 △2022년 702억 원 △2023년 618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86억 원, 14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56억 원, 영업손실 21억 원을 기록했다.
(주)EG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 “사업개발부 및 에너지환경 사업 부문 등의 매출 감소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적자가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EG그룹의 핵심 사업인 산화철의 실적도 좋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산화철 제조를 담당하는 (주)EG 제조 부문의 매출은 2022년 180억 원에서 2023년 117억 원으로 34.80% 줄었다.
이는 세계적인 산화철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화학제품 분석 업체 캠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건설, 페인트, 코팅 등 사업의 수요 감소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산화철 가격이 하락했다”며 “북미 지역도 수요 약화, 공급 증가, 재고 수준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업체들이 산화철 생산에 적극적인 나서고 있어 산화철 수요가 회복하더라도 EG그룹의 실적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에너지파크'
박지만 회장과 EG그룹으로서는 실적을 위해서라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박 회장이 신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기존 사업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EG그룹은 앞서 2019년 신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주)EG 자회사인 EG메탈은 2019년 ‘에너지파크’를 설립했다. 에너지파크는 폐기물 처리 업체로 EG메탈이 지분 46.02%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파크는 지난해 매출 50억 원, 영업손실 86억 원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파크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396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EG그룹으로서는 신사업 성공은커녕 투자액 보전도 어려워진 셈이다. 에너지파크는 감사보고서에서 “(에너지파크의 재무는)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상황이 존재함을 나타낸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고마진 폐기물 위주의 수주활동을 통한 매출단가 개선, 에너지 절감 활동 및 생산수율 증대를 통한 원가절감 등 채산성 개선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G그룹은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여유가 많지 않다. (주)EG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3월 말 235.14%에서 올해 3월 말 427.74%로 192.6%포인트(p) 증가했다. (주)EG의 부채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187억 원이다.
이와 관련해 EG그룹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