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규모나 사모펀드 역량 에어프레미아가 앞서…인수자 확정돼도 화주 계약 유지 등 난관
#“자금력과 회사 규모가 관건”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주관하는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6월 첫째 주 안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UBS는 5월 초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추가 실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앞서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이었다. 지난 3월 진행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에는 에어인천·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가 참여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측이 3개 업체 중 1순위와 2순위 2개 업체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 이후 (추가 실사 등에서) 1순위 업체가 통과되지 않으면 2순위 업체를 최종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사 한 곳과 6월 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7월 중 유럽연합(EU)에 보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수자들이 제시한 가격보다도 자금력이나 회사 규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쟁제한성 우려를 표한 유럽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 경쟁사로 견줄 만한지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항공사가 화물사업부를 인수해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기준일 것”이라고 했다.
인수전에 참여한 3사 모두 재무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3사 모두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률은 에어프레미아가 82.1%로 가장 높다. 에어인천과 이스타항공도 각각 41%, 34.6%다. 부채비율은 에어프레미아(2248.2%), 이스타항공(1261.7%), 에어인천(175.3%) 순이다. 현금 규모는 에어프레미아가 530억 원, 이스타항공 232억 원, 에어인천 99억 원이다.
부족한 자금 동원력은 사모펀드가 메우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MBK파트너스 손을 잡았다. MBK파트너스는 18억 달러 규모로 조성된 스페셜시츄에이션(SS) 2호 펀드 자금을 활용해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인 JC파트너스는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와 형성한 공동 운용(Co-GP) 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에는 룩셈부르크 화물 항공사 카고룩스(Cargolux)와 메리츠증권이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최대주주 VIG파트너스가 1조 5000억 원 규모로 조성 중인 5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을 인수금융 주관사단으로 구성했다. 에어인천은 최대주주 소시어스PE가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를 FI로, 인화정공을 전략적 투자자(SI)로 확보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인수단으로 꾸렸다.
사모펀드 운용사 역량만 놓고 보면 에어프레미아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운용사다. 시멘트나 자동차 업종 M&A(인수합병) 트랙레코드가 있다”며 “최근 M&A 시장에서 딜(거래)이 없어 MBK파트너스에 현금도 많이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금 조달의 현실성 면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 규모에서도 에어프레미아가 앞선다. 지난해 말 기준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의 매출은 각각 3751억 원, 1467억 원, 707억 원이다. 지난해 에어프레미아만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기재 대수는 이스타항공이 가장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10대를 운용 중이다. 에어프레미아는 5대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은 화물기 4대를 보유 중이다.
운항 경험에서는 에어인천과 에어프레미아가 유리하다. 에어인천은 아시아 위주로 화물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밸리카고(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 형식으로 화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 화물 운송 경험이 없다.
#수익성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
인수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난관도 예상된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가는 4000억~5000억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부채 약 4000억 원을 합치면 1조 원이 넘는다. 아시아나 전용화물기 11대, CF6예비엔진 54대, 인천과 미국 로스엔젤레스(LA) 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임차계약, 임직원 약 700~800명이 매각 대상이다.
우선 화주와의 계약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아시아나 화물은 12개 국가, 25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취항 국가에서 개별적으로 운항허가를 받아야 한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화주 입장에서 큰 이득이 없으면 굳이 새로운 항공사와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면서도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겠다고 보는 화주는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조업 서비스도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지상조업 서비스는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상조업은 화물을 기체에서 싣고 내리는 서비스다. 아시아나 화물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 한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가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하더라도 지상조업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에 합병되는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자사 물량을 먼저 커버하면 조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력 승계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30명 정도로 추산되는 화물기 조종사 중에는 여객기로 기종 전환을 희망하는 인원이 상당수 있다는 후문이다. 아시아나 조종사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노조에 여객기 기종 전환 요청이 접수된 상황”이라면서 “매각이 확정되면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수익성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밸리카고 포함) 매출은 2021년 3조 1493억 원, 2022년 2조 9929억 원, 2023년 1조 6081억 원으로 감소 추세다. 화물 계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항공 화물 운임은 하락하고 있다. 다만 운임은 반등 가능성도 있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는 “홍해 사태 장기화로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운 운임이 계속 올라가면 항공 화물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타임라인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6월 말까지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후 합의서가 체결되면 10월쯤 EC의 심사승인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직원들은 상법에 따라 근로관계까지 포괄 승계될 예정이다. 직원들의 고용 및 기존 근로조건이 유지되도록 진행하는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