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제도 대신 ‘멤버십 혜택’ 강화, 효과 두고 의견 분분…아직 운임은 공지 안돼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5월 16일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에 취항을 시작으로 6월부터는 파리(프랑스), 프랑크푸르트(독일), 로마(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 등 유럽 4개 노선을 순차적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유럽 4개 노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를 이관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대한항공으로부터 A330-200 항공기 5대를 넘겨받기로 했다.
이에 맞춰 티웨이항공은 멤버십 상품 개편에도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6월 11일 구독 멤버십 상품 ‘티웨이플러스’에 ‘프라임’과 ‘플래티넘’ 상품을 신설할 예정이다. 티웨이플러스 기존 상품(라이트, 베이직, 프리미엄, 프리미엄플러스) 중 장거리 노선 혜택이 포함된 멤버십은 ‘프리미엄플러스’ 1종이었다. 티웨이항공은 프리미엄과 프리미엄플러스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대신 장거리 노선 혜택이 포함된 멤버십을 프라임과 플래티넘 2종으로 늘린다.
신설되는 프라임과 플래티넘 멤버십의 1년 구독료는 각각 49만 9000원, 89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프라임과 플래티넘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들은 티웨이-e카드를 통해 캐시백으로 44만 9000원, 80만 9000원을 받는다. 이 카드는 항공권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 전 좌석에 한해 사전 좌석 구매가 무료로 제공된다. 온라인으로 사전에 대기를 신청한 경우 비즈니스 업그레이드 기회(프라임은 3회, 플래티넘은 무제한)가 제공된다. 항공권과 국제선 수하물, 기내식 할인쿠폰 등도 지급된다. 플래티넘은 멤버십 중 유일하게 공항 프리미엄 서비스가 제공된다.
프라임과 플래티넘 멤버십 가격은 기존에 장거리 노선 혜택이 있는 프리미엄플러스의 구독료(29만 9000원)보다 비싸다. 다만 혜택이 늘었다. 캐시백으로 제공되는 금액 중 1회 사용 제한 금액이 9만 원(프리미엄플러스)에서 프라임은 12만 원, 플래티넘은 25만 원으로 높아졌다. 여정 변경 수수료 무료 서비스도 기존에는 2회가 제공됐다면 플래티넘 멤버십의 경우 4회로 늘어난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거리 항공편 가격에 맞춰 멤버십 가격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노선 취항 초창기에 로열티(충성도) 높은 고객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며 “멤버십에 가입하면 여행할 계획이 있는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항공사보다는 이 항공사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프라임과 플래티넘 멤버십 구독자를 늘리면 단거리 항공편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도 장거리 항공편 이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은 기내식 제공, 기본 수하물 제공, 운항 거리에 대비한 마일리지 제공 서비스가 기본으로 있어야 수요가 생긴다”며 “마일리지 제도가 없는 티웨이항공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시장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외항사와 경쟁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최대 항공동맹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돼 있다. 유럽 노선을 운항하는 루프트한자, 델타항공 등 외항사도 글로벌 항공동맹에 소속돼 있다. 항공동맹은 대형 항공사들이 마일리지와 항공편을 공유하는 체제다. 티웨이항공은 글로벌 항공동맹에 가입돼 있지 않다.
멤버십 신설이 동맹 없이 경쟁을 해야 하는 티웨이항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캐시백으로 제공해준다고 하더라도 50만 원, 90만 원을 내면서 멤버십 상품에 가입하려 할지는 의문”이라며 “현재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항공편도 시드니, 자그레브뿐이고 유럽 4개 노선이 이제 막 추가될 예정이다. 때문에 장거리 항공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발했다.
결국 항공권 가격이 유럽 노선 성공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티웨이항공의 인천~자그레브 항공권 가격은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를 포함해 1인 편도 총액 기준으로 이벤트 운임 46만 1000원, 스마트 운임 58만 1000원부터 시작한다. 왕복 100만 원 초반대의 외항사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티웨이항공의 유럽 4개 노선의 운임은 공지되지 않았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노선은 계절성이 굉장히 심하다. 11월부터 비수기로 들어가서 2~3월까지는 수요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장거리는 유류비 부담이 많이 든다”며 “티웨이항공은 인바운드(국내로 들어오는 여행)나 환승 수요를 어떻게 유치할지도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717%에 달한다.
이와 관련,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취항에 따라 고객 멤버십을 개편했다. 캐시백이 제공되기 때문에 실제 승객이 부담하는 구독료는 프라임은 5만 원, 플래티넘은 9만 원 수준”이라며 “마일리지 제도는 계속해서 실적을 쌓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CC는 FSC 대비 마일리지를 쌓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티웨이플러스는 구독하는 즉시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2대주주 JKL파트너스 행보 주목
티웨이항공의 지배구조는 ‘예림당→티웨이홀딩스→티웨이항공’으로 이어진다. 예림당은 티웨이홀딩스 지분 39.85%를 갖고 있고, 티웨이홀딩스는 티웨이항공 지분 28.02%를 보유 중이다.
티웨이항공 2대주주는 지분율 26.77%의 JKL파트너스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 차이는 1.25%포인트(p)에 불과하다. JKL파트너스는 2021년 티웨이항공에 800억 원을 투자해 전환우선주 3184만 7134주를 확보했다. JKL파트너스는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JKL파트너스는 2022년 티웨이항공 유상증자에도 217억 원을 투입해 지분을 늘렸다.
JKL파트너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만큼 차익 실현이 최우선 목표다. 티웨이항공의 최근 주가는 2700~3000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 가치는 1557억~1730억 원이다. JKL파트너스는 티웨이항공 투자로 5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현 시점에서 시장의 관심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이다. 티웨이항공은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노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전망이 좋은 만큼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은) 견조한 실적이 유지되고 재무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유럽 노선 취항을 통한 구조적인 기업가치 증대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티웨이항공을 항공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
티웨이홀딩스 입장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 단숨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는 까닭에서다. 제3자가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지분을 전량 매입해도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티웨이홀딩스가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지분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티웨이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5억 1093만 원에 불과해 지분 매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 티웨이홀딩스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우선주의 최대 30%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티웨이홀딩스는 자금 여력 이유로 콜옵션을 포기했다”며 “JKL파트너스는 재무적투자자(FI)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