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 중국 암시장서 북한 번호 밀거래…휴대전화, 접경지대서 중국 측 신호 교환하는 단말기 사용
북한 현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 방법은 많지 않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 정도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 정보는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직접 북한을 다녀온 제3국 관계자, 주민들 발언을 인용한 이야기를 통해 현지 소식이 전해진다.
북한 소식이 전해지는 경로는 대부분 전화 통화다. 중국 현지에선 북한 내부 공공기관 및 주요 전화번호가 밀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전화번호는 주로 유선 전화에 국한돼 있다. 전화번호부 자체가 밀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주로 중국 사업가들이 북한에 돈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했을 때 ‘전화번호 밀거래’를 통해 연락처를 획득한 뒤 북한으로 연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다만 북한 현지에서 유선전화는 24시간 도청이 가능할 뿐 아니라, 돈을 떼먹고 도망친 북한 측 회사가 지속적으로 전화번호를 바꾸는 까닭에 전화번호 밀거래를 해도 계속 최신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했다.
소식통은 “중국 내 ‘북한 전화번호 암시장’에 나오는 전화번호들은 대부분 북한 사람들이 돈을 받고 파는 것”이라면서 “돈 받고 팔 만한 전화번호를 가지고 오는 북한 사람이 누구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부분 북한 주요 관리들이 암시장에 북한 현지 유선 전화번호를 팔아넘긴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획득한 전화번호를 통해 연락할 수 있는 범위는 북한 전체라고 볼 수 있지만, 도청 위험성 및 전화번호 교체 가능성을 유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화번호 밀거래가 아니라 직접 북한 측과 소통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엔 북한을 드나드는 ‘환치기 브로커’들이 전화 통화 등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화 통화는 중국 측 신호를 교환하는 휴대폰으로 이뤄진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런 개인적 통화는 북중 접경지대에서 환치기 브로커 휴대폰으로 이뤄진다”면서 “통화 시간은 2분”이라고 했다. 그는 “2분이 넘으면 북한 당국에서 해당 전파에 대한 위치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2분이 되기 전에 전화를 끊는 것이 통상적”이라면서 “추가적으로 할 말이 있으면 30분 이상 간격을 두고 통화 포인트를 다른 위치로 옮겨 다시 2분을 통화하게 된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환치기 브로커 입장에선 돈을 전달하는 것이 메인 업무인데, 그 과정에서 돈을 받는 쪽이 제대로 된 액수 돈을 받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 통화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가 안부를 묻는다든지,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이 통화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