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엔 불이익 주고 중대장엔 상담 제공’ 비판도 사실 왜곡…“규정 위반 가혹행위 규명에 집중해야”
온라인에서는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도중 쓰러진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지시했다고 알려진 A 대위를 향한 신상털기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숨진 훈련병의 소속을 근거로 A 대위의 사진과 출신 대학, 나이 등 신상 정보를 캐내면서 그의 개인정보가 사실상 공개된 상황이다. 여기에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과거 행적 등 A 대위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A 대위가 여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훈련병 사망 사건이 젠더 갈등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여군은 병사 지휘 못 하게 해야 한다” “여군이 완전군장은 해봤겠나. 남자면 그렇게 안 시킨다” “여자가 중대장인 게 문제”라는 등 발언을 쏟아냈다. 한 육군 관계자는 “해당 중대장이 여성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아니”라면서 “이외 자세한 내용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병 사망 사건 이후 군의 조치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군 당국이 A 대위에게 멘토를 배정해 심리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해자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반면 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5명의 훈련병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유급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육군 관계자는 “와전된 부분이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A 대위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는 목적으로 전우조처럼 배정한 동성 간부(하사)일 뿐, 심리 상담 멘토는 없다”면서 “(A 대위는) 수사를 통해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명 훈련병들의 경우 이들의 상태를 부대 차원에서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전문 심리 상담을 진행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A 대위 곁을 지켰던 동성 간부의 경우 전문 심리 상담을 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육군 간부는 “보통 본인의 부하가 사망하면 대부분의 지휘관은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동요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A 대위 본인이 사망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극단적 선택 등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대대장 차원에서 A 대위 옆에 동료 간부를 배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핵심 참고인으로 분류된 5명의 훈련병들이 유급당할 예정이라는 일부 보도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의 육군 관계자는 “5월 30일까지 훈련병들이 속한 12사단 신병교육대 측에 확인한 결과 5명 전원 현 기수 동기들과 함께 정상 수료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A 대위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가 훈련병 사망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잘못한 부분에 수사를 받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A 대위가 입대 전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등의 소문은 사실로 밝혀진 내용이 아니다. 또한 군기훈련 당시 A 대위의 감정과 동기 등은 수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추측의 영역에서 오가는 신상털기가 이번 훈련병 사망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숨진 훈련병이 받았던 군기훈련이 가혹행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육군 규정 120(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군기 훈련 방법에는 구보가 없다. 또 완전 또는 단독 군장한 상태에서는 보행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팔굽혀펴기는 활동복이나 전투복을 입고서만 가능하다. 20~25kg의 완전군장을 한 상태에서 구보를 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했다면 이는 명백하게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이뿐 아니라 300m 길이 연병장 한 바퀴를 돌아 선착순으로 돌아오는 훈련도 했다는 정황도 있다. 이 또한 사실이라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군 위문편지 홈페이지 더캠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전투화 등이 담긴 군장 내 빈 공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교들 지시로 책 여러 권을 넣어 군장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군기훈련을 하는 것은 훈육 목적이지 고문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냐”며 “법에 정해져 있는 방법이 있는데, 제보에 따르면 A 대위가 규정들을 지키지 않고 가혹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군기훈련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