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일가 ‘원하티앤알비’ 폐업하려 했다더니 판관비 증가…관계사에 빌려준 돈 대손 처리도 의구심
최 씨 측은 소송 과정에서 원하레저에 빌려준 돈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최 씨 측은 "2019년부터 매출이 거의 없어 폐업을 하려던 상황이었다. 수년간 상근이사나 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됐다"며 "원고(A 씨)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원하티앤알비 주식) 매수를 요구했다"고 논점을 흐렸다.
하지만 '2019년부터 폐업을 하려던 상황'이었다는 최 씨 측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폐업 절차에 들어간 회사는 매출과 함께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도 줄어드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하티앤알비는 2019년부터 3년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원하티앤알비 매출은 2019년 2708만 원, 2020년 5510만 원, 2021년 600만 원이었다. 이에 비해 판매관리비는 2019년 1억 7086만 원, 2020년 2억 8682만 원, 2021년 3억 2497만 원이었다. 원하티앤알비 2019~2020년 판매관리비는 매출의 5~6배, 2021년엔 54배에 달했다.
특히 2021년 판매관리비 3억 2497만 원 중 2억 9520만 원은 인건비였다. 최 씨 측은 2023~2024년 A 씨와 소송 과정에서 "수년간 상근이사나 직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A 씨가 요구하는 회계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최 씨 측 주장대로라면 비상근이사에게 지급된 2021년 한 해 인건비가 3억 원에 육박한 셈이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2021년 원하티앤알비 사내이사는 최 씨가 유일했다. 이외에 기타 비상무이사가 2명이었다.
최 씨에게 과도한 인건비가 지급됐다면 추가적인 횡령·배임 의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 씨에게 지급된 보수 금액이 회사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직무 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가 아닌 과도한 보수를 받은 경우 횡령·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박 의원과 관계가 없는 A 씨는 공매를 통해 2023년 1월 원하티앤알비 주식 3만 4400주(지분율 약 11.47%)를 취득했다. 해당 지분은 원래 원하티앤알비 주주 B 씨 소유였다. B 씨 지분은 국가에 압류된 뒤 공매 시장에 2022년 1월 나왔다. 입찰은 21차례나 유찰됐다. 참여자가 아무도 없었던 탓이었다. 22번째 입찰에서 A 씨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2001년 설립된 원하티앤알비는 발파 시공을 주요 업무로 하는 엔지니어링 업체다. 주주 구성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박 의원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해 온 정황이 짙다. 박 의원은 2001~2005년, 2007~2013년 원하티앤알비 대표이사였다. 박 의원 아들 박준상 씨는 2013~2020년 6월 원하티앤알비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0년 6월부턴 박 의원 부인 최영숙 씨가 원하티앤알비 대표이사다.
A 씨는 원하티앤알비가 박 의원 일가 다른 회사 '원하레저'에 15억 8000만 원을 빌려줬다가 대손 처리해 횡령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대손 처리는 다시 받을 수 없는 자금을 비용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원하티앤알비에게 15억 8000만 원은 '거액의 돈' 규모였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원하티앤알비 자본금은 30억 원이었다. 원하티앤알비 연 매출 규모는 2019년 기준 2708만 원에 불과했다.
원하레저는 박 의원 일가가 강원도 홍천에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며 만들었던 회사다. 원하레저는 원하티앤알비 외에도 혜영건설, 파워개발 등 박 의원 관계사에서 돈을 빌렸다. 박 의원과 최 씨 부부도 원하레저에 돈을 보탰다. 원하레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원하레저가 박 의원 및 관계사에서 빌린 돈은 총 264억 6961만 원이었다. 이 중 박 의원에게 빌린 돈이 111억 4861만 원이었다.
원하레저는 가시오갈피 농장을 짓겠다며 골프장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지역 사회에서 논란을 빚었다. 결국 2019년 골프장 사업권을 매각했다. 원하레저가 원하티앤알비 외에 다른 곳에서 빌린 돈도 안 갚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원하레저가 2019년부터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원하레저에 빌려준 돈 일부는 다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공보에 따르면 박 의원은 사인간채권이 2018년 말 133억 4861만 원에서 2019년 말 62억 599만 원으로 71억 원 넘게 줄었다. 변동사유는 '일부 상환'으로 공보에 기재됐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은 원하티앤알비, 이준종합건설 재판과 관련해 박 의원에게 6월 12일 오후 휴대전화로 연락하고 카카오톡 등으로 질의서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과거 최 씨는 박 의원 일가 또 다른 회사 '이준종합건설'에서도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최 씨는 이준종합건설이 2020년 11월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직전 퇴직금으로 약 7억 4000만 원을 받았다. 이준종합건설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최 씨에게 퇴직금 반환을 요구하며 2021년 3월 소송을 걸었다.
이준종합건설은 토목건축자재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1990년 설립된 회사다. 설립 당시 사명은 원하종합건설. 2020년 2월 이준종합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이준종합건설은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 사업에 참여했다가 경영난에 빠졌다. 2009년 시작된 우이신설선 공사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2014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공사 기간이 늘어나며 비용 부담이 커졌다.
우이신설선 사업 참여사 1대 주주였던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은 2016년 2월 다른 참여사들에게 손실분담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년 8월 이준종합건설이 포스코건설에게 8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2020년 10월 추심 명령이 이준종합건설에 송달됐다. 그러자 2020년 11월 이준종합건설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최 씨는 포스코건설 판결이 있기 두 달 전인 2020년 6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퇴직금 지급을 의결했다. 2020년 7월 지급된 퇴직금 총액은 7억 4388만 원. 최 씨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퇴직금 지급 당시 이준종합건설 재무상태는 건실했다"며 "손실부담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최 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편(박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자신이 경영자로서 이준종합건설 운영을 책임졌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손실부담금 청구 소송 변론이 2020년 6월 12일 종료돼 판결 선고기일이 지정돼 있었다"며 "퇴직금 지급 행위 당시 최 씨와 최 씨 남편이 최대주주였던 점, 최 씨가 장기간 이준종합건설 임원 및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점 등에 비추어 최 씨가 손실부담금 청구 소송 진행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2021년 11월 최 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2022년 7월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최 씨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