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일가 회사 ‘원하티앤알비’ 주주가 신청…“대표 횡령·배임 의혹 있어” 17억 원 청구 법원이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7월 박 의원 아내 최영숙 씨가 보유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펜트하우스 지분을 가압류한다고 결정했다. 전용면적 203.12㎡(62평) 복층 구조인 해당 펜트하우스는 박 의원과 최 씨 부부가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공시가격은 2023년 기준 52억 5300만 원. 전용면적이 같은 삼성동 아이파크 다른 펜트하우스는 2017년 8월 105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삼성동 아이파크 총 449세대 중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단 10세대다.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한 채권자는 박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원하티앤알비 주주 A 씨다. 원하티앤알비는 발파 시공을 주요 업무로 하는 엔지니어링 업체로 2001년 설립됐다. A 씨가 제기한 채권 청구 내용은 손해배상(주주대표소송) 청구권이다. 청구금액은 약 17억 원.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대표이사 등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현재 원하티앤알비 주식회사 대표는 박 의원 아내 최 씨다.
원하티앤알비 주주 A 씨는 원하티앤알비를 상대로 회계서류 열람 소송도 2023년 2월 냈다. A 씨는 2023년 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를 통해 원하티앤알비 주식 3만 4400주(지분율 약 11.47%)를 취득했다. 이후 주주로서 회사에 회계서류 열람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하티앤알비 측은 "단순히 경영 실태를 파악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무리하게 5년 전 자료까지 열람을 요구한다"며 A 씨 요청을 거절해 소송에 이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11월 A 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원하티앤알비는 A 씨에게 2017~2022년 감사보고서, 영업보고서 등 회계서류를 열람 및 등사하게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사보고서, 영업보고서 등은 주주에게 공개해야 하는 기본적인 서류"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박 의원 아내 최 씨의 횡령·배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회계서류를 열람하겠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원하티앤알비가 박 의원 일가 소유 다른 회사 원하레저에 거액의 돈을 대여했다가 이를 대손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대손 처리는 회수할 수 없는 자금을 비용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원하티앤알비는 그 사실(횡령·배임 의혹)을 부인하거나 구체적인 해명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원하레저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원하레저는 2018년 말 기준 원하티앤알비로부터 빌린 금액이 15억 8000만 원이었다. 연 이자율은 4.6%. 그런데 원하레저는 2019년부터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원하레저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경영진으로부터 재무제표를 제공받지 못해 어떠한 감사 절차도 수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원하레저는 박 의원 일가가 강원도 홍천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세웠던 회사다. 원하레저는 가시오갈피 농장을 짓겠다며 골프장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결국 2019년 골프장 사업권을 매각했다.
원하티앤알비 측은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주식) 매수를 요구하며 회계서류 열람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주가 자신이 소유한 주식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며 "A 씨 청구에 정당한 목적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하티앤알비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하티앤알비 측은 또 "원하티앤알비가 수년간 상근이사나 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돼 감사보고서와 영업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감사보고서와 영업보고서는 상법에 따라 당연히 작성·보유해야 하는 서류"라고 일축했다.
원하티앤알비는 회계서류 열람 소송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오는 6월 21일이다. 일요신문은 원하티앤알비 주주 A 씨가 낸 소송과 관련해 박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원하티앤알비 주주 구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 의원 일가가 실소유한 정황이 짙다. 박 의원은 2001~2005년, 2007~2013년 원하티앤알비 대표이사를 지냈다. 박 의원 아들 박준상 씨는 2013~2020년 6월 원하티앤알비 대표이사였다. 2020년 6월부턴 박 의원 아내 최영숙 씨가 원하티앤알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과거 원하티앤알비 지분을 직접 보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원하티앤알비 주식 1만 주(지분율 약 3.3%)를 2014년 9월 관계사인 원화코퍼레이션 주식회사에 4050만 원에 매각했다. 당시 박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들을 관계사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다. 박 의원 일가가 실소유한 원하티앤알비, 원화코퍼레이션, 원하건설, 이준종합건설, 혜영건설 등은 지분이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다.
원하티앤알비는 과거 박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언급된 회사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퇴직한 운전기사 B 씨에게 선거운동 대가 내지 불법선거운동 폭로 무마 대가로 총 1억 원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의원은 1억 원이 오랜 기간 자신을 위해 일한 운전기사 B 씨 퇴직위로금 내지 특별공로금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검찰은 운전기사 B 씨가 받은 1억 원이 퇴직 당시 소속 회사였던 원화코퍼레이션이 아닌 원하티앤알비 자금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B 씨는 2004~2008년 원하티앤알비에 재직했다. 하지만 퇴직 전인 2008~2012년엔 박 의원 소유 다른 회사인 원화코퍼레이션에서 근무했다. 더군다나 B 씨는 원하티앤알비, 원화코퍼레이션 근무 당시 매년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았다.
B 씨는 박 의원 상대 후보 운전기사와 친분을 맺은 뒤 각자 불법선거운동 관련 자료를 수집해 그 대가로 이익을 취해보자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같은 통화 내용을 상대 후보 운전기사가 검찰에 제보하면서 B 씨와 박 의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이었다.
1심은 2013년 4월 박 의원 혐의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원화코퍼레이션 규정에 의한 특별공로금 지급 절차를 따르지 않고 B 씨 소속 회사도 아닌 원하티앤알비 명의로 서둘러 성급하게 돈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1억 원이 퇴직위로금 내지 특별공로금이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화코퍼레이션과 원하티앤알비 경리 업무를 맡았던 C 씨는 "자금 사정이 더 나은 원하티앤알비 자금으로 먼저 돈을 지급한 후 나중에 원화코퍼레이션 등과 정산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원하티앤알비 자금으로 송금했다"고 진술했다.
2심은 또 "박 의원이 19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여러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며 "불법선거에 대한 폭로를 무마하는 대가로 금전이 수수됐다고 인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해 최종적으로 박 의원은 2014년 1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