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범국힘 35% 범민주 12% 납부…‘종부세 인하 공약’ 서명옥 지난 5년간 3.2억 최고액
일요신문이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 세금 납부 신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34%인 102명이 2019~2023년 5년간 종부세를 1회 이상 납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우자, 직계가족 등이 종부세를 낸 경우도 포함한 수치다. 연도별 종부세 납부자는 2019년 56명, 2020년 68명, 2021년 81명, 2022년 86명, 2023년 59명이다.
종부세를 내는 국회의원 당선인 비율은 일반 국민보다 확연히 높았다. 전 국민 중 2023년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41만 명이었다. 전체 주택 보유자 1531만 명 중 2.7%만 종부세를 냈다.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중 2023년 종부세 납부자는 59명이었다. 300명 중 19.6%가 종부세를 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023년 종부세 납부자가 38명이었다. 당선인 108명 중 35%가 2023년 종부세를 낸 셈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1명이 2023년 종부세를 냈다. 당선인 175명 중 12%가 2023년 종부세를 냈다.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전 국민과 비교하면 종부세 납부 비율이 4배 이상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의 종부세 납부액은 종부세를 내는 ‘부자’ 중에서도 높은 편이었다. 2023년 종부세를 낸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당선인 평균 납부액은 463만 원이었다. 2023년 전 국민 중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 1인당 납부액은 360만 원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인의 종부세 납부액은 ‘부자’ 중에서는 낮은 편이었다. 2023년 종부세를 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의 평균 납부액은 275만 원이었다.
지난 5년(2019~2023년)을 통틀어도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소속 종부세 납부자가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은 종부세를 낸 당선인 비율이 더불어민주당의 2배 이상이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에서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내역이 있는 당선인은 총 57명이었다. 당선인 108명 중 과반인 52%가 종부세를 납부한 적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당선인 총 175명 중 24%인 42명이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내역이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당선인 12명 중 25%인 3명이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내역이 있었다. 개혁신당 당선인 3명, 새로운미래 1명, 진보당 1명은 모두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내역이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의 종부세 평균 납부액은 더불어민주당의 3배에 가까웠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당선인이 지난 5년간 낸 종부세 총액은 16억 7743만 원이었다. 종부세 납부자 57명의 5년간 납부 총액 평균은 2942만 원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이 지난 5년간 낸 종부세 총액은 4억 1818만 원이었다. 종부세 납부자 42명의 5년간 납부 총액 평균은 995만 원인 셈이다. 종부세 납부 내역이 있는 조국혁신당 당선인 3명의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총액 평균은 224만 원이었다.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총액이 1억 원 이상인 국회의원 당선인은 국민의힘 3명, 민주당 1명 등 4명이었다. 납부액 순으로 서명옥(국민의힘, 3억 2694만 원) 박덕흠(국민의힘, 2억 8235만 원) 고동진(국민의힘, 2억 2474만 원) 박정(더불어민주당, 1억 4990만 원)이었다.
종부세 납부액 상위 4인 당선인의 5년간 납부 총액 9억 8384만 원으로 전체 당선인 종부세 납부 총액의 절반에 가까웠다.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중 102명의 종부세 납부 총액은 21억 234만 원이었다.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서명옥 전 한국공공조직은행장은 본인이 납부한 종부세는 2690만 원이었다. 의사 출신인 서 전 은행장은 서울 강남에 65억 원 상당 주상복합 건물을 보유 중이다. 서 전 은행장 남편인 박정환 애플에너지 회장은 종부세 납부액이 2억 7945만 원에 달했다. 박 회장은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에 아파트 총 2채를 보유 중이다. 아파트 2채 공시가는 총 48억 8700만 원이었다. 1985년생인 서 전 은행장 장남의 종부세 납부액은 2058만 원이었다.
서 전 은행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종부세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 전 은행장은 “종부세, 상속·증여세, 재산세를 줄이겠다”며 “강남에 있는 어르신들은 가만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올라가서 세금 부담을 느낀다. 집을 팔고 나가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팔 수조차 없다”고 4월 3일 방송된 강남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에서 말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 당선된 박덕흠 의원이 납부한 종부세는 본인 1억 1478만 원, 아내 최영숙 원하레저 대표 1억 2539만 원이었다. 박 의원과 최 대표는 공시가 52억 5300만 원인 서울 강남구 아파트 1채를 공동명의로 보유 중이다. 박 의원과 최 대표는 서울 송파구에 227억 원 상당 대지도 보유 중이다. 농지 등을 제외한 토지는 공시가 80억 원 이상이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1984년생인 박 의원 장남은 종부세 납부액이 671만 원, 1993년생인 차남은 3546만 원이었다.
서울 강남병에서 당선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종부세 납부 총액 2억 2474만 원 모두 본인이 납부한 금액이다. 고 전 사장은 서울 용산구에 공시가 66억 원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고 전 사장은 서울 용산구 고급 아파트 ‘한남더힐’을 2채를 2017년과 2019년 각각 매입했다가 1채를 2021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사장은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선거공보물에서 밝힌 바 있다.
경기 파주을에서 당선된 박정 의원은 종부세 납부 총액이 1억 4990만 원이었다. 박 의원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경기 파주시 단독주택과 고양시 일산동구 연립주택을 보유했다. 2020년 고양시 일산동구 연립주택을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외에도 박 의원은 서울 마포구에 383억 원 상당 빌딩을 보유 중이다. 빌딩 부속토지도 공시가 80억 원 이상인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1991년생인 박 의원 장남은 종부세 납부액이 98만 원이었다.
박정 의원실 관계자는 “박정 의원은 종부세는 당연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4월 25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밝혔다.
거대 양당 당선인의 종부세 납부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는 더 극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종부세 납부자 42명 중 박정 의원을 제외한 41명의 종부세 납부 총액은 2억 7173만 원이었다. 종부세 납부 총액 2위인 박덕흠 의원의 낸 2억 8235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5년간 종부세 납부 총액이 1000만~1억 원인 당선인은 25명이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18명,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7명이었다. 5년간 종부세 납부 총액이 100만~1000만 원인 당선인은 48명이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28명,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17명, 조국혁신당 3명이었다.
종부세 납부자 102명 중 24%인 25명(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17명,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8명)은 5년간 종부세 납부 총액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 5년간 총 100만 원은 월 평균 약 1만 6000원이다. 치킨 한 마리 값도 안 되는 금액이다.
종부세 납부 대상 당선인이 소유한 주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서초구(23명)였다. 이 중 10명은 서울이 아닌 지역구 당선인이면서 자신의 지역구에 집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이헌승(부산 진구), 한기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박대출(경남 진주갑),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더불어민주당 이언주(경기 용인정), 주철현(전남 여수), 양문석(안산갑), 이건태(경기 부천병)다. 양문석 당선인은 후보 시절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아파트를 매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했다고 재산 신고한 당선인도 2명 있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박준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였다. 두 사람 모두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이다.
종부세 납부 대상 당선인이 소유한 주택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19명)였다. 이 중 10명은 서울이 아닌 지역구 당선인이면서 자신의 지역구에 집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국민의힘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윤영석(경남 양산갑), 이종배(충북 충주), 추경호(대구 달성), 김은혜(경기 성남 분당), 유영하(대구 달서갑),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갑), 정동영(전북 전주병), 김한규(제주을) 박균택(광주 광산갑)이다.
종부세 납부 대상 당선인이 소유한 주택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은 경기 성남 분당(7명)이었다. 이 중 4명은 성남이 아닌 지역구 당선인이면서 자신의 지역구에 집을 갖고 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을), 정일영(인천 연수을), 김기표(경기 부천을), 국민의힘 이상휘(경북 포항 남구·울릉)다.
서울 강남과 서초, 경기 성남 분당 총 7개 지역구 당선인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 중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된 박수민 아이넥스코퍼레이션 대표만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내역이 없었다. 박 대표는 2023년 말 기준 무주택자였다. 나머지 6명(강남갑 서명옥, 강남병 고동진, 서초갑 조은희, 서초을 신동욱, 성남 분당갑 안철수, 성남 분당을 김은혜)은 지난 5년간 종부세 납부 내역이 있었다. 안철수 의원은 본인이나 아내 소유 주택은 없다. 어머니가 부산 해운대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서울 강남을 당선인 박수민 대표는 “종부세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에 문제였다. 올릴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서히 올리는 게 정상”이라며 “적절히 설계해서 국민이 수용하고 적응할 수 있는 세금이 돼야 한다”고 4월 24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