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판다는데…‘개인투자용 국채’ 매력 떨어지는 까닭

6월 13일 첫 청약, 이자는 적고 환매 어려워…‘부자에게만 유리’ 우려도

[일요신문] ‘개인투자용 국채’가 지난 6월 13일 첫 청약을 시작했다. 11월까지 매달 한 차례 미래에셋증권에서만 판매된다. 중산층 이하 서민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자에만 유리한 상품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덤으로 주는 이자도 적은 데다 환매가 어렵고 투자금액이 크지 않으면 세제 혜택도 적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판매 목표는 1조 원이다. 투자매력이 높지 않은 만큼 흥행에 성공하려면 결국 세제 혜택 한도를 늘려야 하고 이에 따라 고액투자자의 수혜 가능성만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2022년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입구에 한국 국채수익률 그래프가 반사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용 국채는 이름 그대로 개인들에게만 판매되는 국채다. 만기 수익률은 10년물 44%(세후 37%), 20년물 108%(세후 91%)다. 일반 국채는 매년 이자를 지급하지만 개인용은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한다. 그래서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다.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데 따른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 이자소득세율(15.4%)로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그런데 중도 환매가 정부에 산 값으로 되파는 방법뿐이다. 상속이나 증여가 불가능하고 담보로 활용할 수도 없다. 일반 채권은 금리가 하락하면 이자 외에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문가들의 금리 전망은 언제 내리느냐에 쏠려 있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도 시세차익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비과세다. 시세차익은 만기가 길수록 규모가 커진다. 개인용 국채를 만기 전에 정부에 되팔면 복리와 세금 혜택도 사라진다. 10년 이상 묵혀야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용 국채 첫날 청약 결과 경쟁률은 10년물이 1.03 대 1, 20년물이 0.23 대 1이었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데에 따른 부담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10년물에 청약한 이들도 고액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혜택 한도인 2억 원을 투자하면 10년 뒤 8800만 원의 이자소득에 1355만 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분리과세가 아닌 일반세율이면 세액은 최소 1536만 원(세율 17.5%)이다.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 원 미만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어차피 세율은 15.4%다. 10년물 기준 4545만 원 이상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자소득이 2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투자가 가능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를 넘는다. 증권사에서 살 수 있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후순위채 발행금리도 5%를 넘기 시작했다. 미국 국채는 이자율도 높지만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시세차익도 가능하다. 세금 부담이 큰 투자자가 아니라면 개인용 국채보다 매력 높은 채권들이 즐비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