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극대화와 가맹점주 상생 사이 줄타기 필요…더본코리아 “향후 구체적 계획은 정해지지 않아”
더본코리아의 상장 승인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매출 성장 속도가 빠르고, 백종원 대표의 이미지도 나쁘지 않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도 2020년 직상장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2020년 4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5개월 후인 2020년 9월 한국거래소부터 승인을 받았다. 통상 상장 승인을 받는 데는 2~3개월이 소요된다. 교촌에프앤비 심사에 5개월이나 걸린 것은 프랜차이즈업계 특수성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업은 본사와 가맹점주의 상생이 필수적이다. 이익 극대화를 꾀해야 하는 상장사의 의무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랜차이즈업은 유행을 많이 탄다는 특징도 있다. 실제 미스터피자, 맘스터치, 디딤이엔에프 등은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거나 자진 상장폐지했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꼼꼼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꼭 상장해야 하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더본코리아의 상장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상장 추진 배경을 두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종은 상장할 때마다 한국거래소가 머리 아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백종원 대표는 본인 이미지도 있어서 가맹점주 이익에 반하는 경영 판단을 내리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솔직히 왜 상장하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의 자금 조달이 시급한 것도 아니다. 더본코리아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6.69%의 백종원 대표고, 2대주주는 지분율 21.09%의 강석원 더본코리아 부사장이다. 백종원 대표가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즉, 백 대표가 돈이 급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더본코리아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영 정보 공개 의무가 없다. 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기업설명회나 증권가 보고서 등을 통해 회사 정보가 유출된다. 이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위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유사한 일을 겪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공모가 1만 2300원에 상장했고, 이후 주가가 3만 895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가는 1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교촌에프앤비 주주들은 치킨 가격 인상을 비롯한 이익 극대화 정책을 요구했고,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4월 주요 제품 가격을 3000원씩 인상했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교촌에프앤비의 사업 방식인 지역가맹본부 폐쇄까지 요구했다. 교촌치킨은 교촌에프앤비가 협력사로부터 닭고기, 소스 등을 매입해 전국 23개 가맹지역본부를 통해 전국 1300여 가맹점에 공급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가맹지역본부가 지역 내에서 가맹사업자 모집과 상품 및 용역 품질 유지, 가맹사업자에 대한 교육 및 영업활동 지원, 경영 교육 등을 맡는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5월 가맹지역본부를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의 지난 5월 초 주가는 7000원대였지만 현재는 1만 1000원이 넘는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영 공급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쟁사와 상품 마진율이 6~10%포인트(p) 정도 차이가 났다”면서 “이번에 내놓은 물류 효율화 정책으로 교촌에프앤비는 보수적으로 봐도 영업이익이 2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맹점주와의 상생은 가능할까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2019년 1390억 원 △2020년 1507억 원 △2021년 1941억 원 △2022년 2821억 △2023년 4107억 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더본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22년 258억 원에서 2023년 256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중국법인 청도더본식품유한공사, 청도호풍가이상무유한공사, 상해본탕찬음관리유한공사 등 세 곳을 청산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본코리아가 상장 이후에도 부진한 영업이익을 기록한다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본코리아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업종이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당수의 마라탕, 탕후루 프랜차이즈가 최근 문을 닫았다. 단일 브랜드는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더본코리아가 현재 운영하는 브랜드는 25종에 달한다. 게다가 백종원 대표가 외식시장 흐름에 정통해 꾸준히 신규 브랜드를 내고 기존 브랜드를 없애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단점은 비인기 브랜드 가맹점주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상반기 해물떡찜0410, 백스비빔밥, 대한국밥 등을 가맹 등록 취소했다. 최근에는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최소한의 수익률을 보장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돈볼카츠 점주들은 본사가 월 3000만 원 이상의 예상매출액을 제시하며 가맹점주들을 끌어모았으나 실제 매출액은 예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6월 18일 입장문을 통해 “연돈볼카츠 가맹점의 모집 과정에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율 등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본건과 관련된 일부 가맹점주들의 공정위 신고 등과 잘못된 언론보도 등에 대해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더본코리아는 이어 “본건과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일부 가맹점주들이 위 조정(안)을 거부해 조정절차가 종료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른 허위·과장, 선정적인 보도 등에 대해서는 향후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놨다.
공정위가 주요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더본코리아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요소다. 오는 7월 3일 개정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종류와 가격을 바꾸려면 반드시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한 상태이나 이후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외에는 답변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