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서도 내쫓긴 ‘중독자’ 모인다
▲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에서 도박판을 벌인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불법 도박장 운영자들은 전직 딜러와 모집책까지 고용해 영업을 했다. 사진은 강남 일대 아파트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도박에 한번 빠지면 그만큼 헤어나기가 어렵다는 뜻을 가진 속설이다. 이처럼 강력한 도박의 중독성은 일명 ‘아파트 카지노’까지 만들어냈다. 그곳은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강원랜드에서마저 쫓겨난 이들과 ‘원정’을 떠날 수 없는 도박꾼들의 은밀한 놀이터로 적격이었다. 얼핏 보기엔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지만 현관문만 열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특히 서울 강남구나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만 골라 불법 카지노를 운영했던 터라 경찰의 단속도 쉽지 않았다. 불법 카지노 경계령이 내린 서울의 고급 아파트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여름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한 고급 아파트엔 3일에 한 번씩만 불이 켜지는 집이 있었다. 그날이면 어김없이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남성이 현관문을 지켜 섰고 이른 저녁부터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큰 소리가 나는 법은 절대 없었으며 다음날 해가 뜨면 언제 인기척이 있었냐는 듯 며칠 동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이웃집 주민들도 수개월째 수상쩍은 행동이 반복되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 집을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짙은 담배 냄새를 풍길 뿐 말이 없었으며 현관을 나서서는 매번 똑같은 차량을 타고 사라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그 집이 불법 카지노 영업장이란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입을 여는 주민들은 없었다. 신고를 했다 혹여 가족들이 해코지를 당할까 두렵기도 했고 아파트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걱정스러웠던 탓이다.
뒤늦게야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단속에 나섰고 지난달 22일 해당 아파트의 불법 카지노 영업장은 사라졌다. 한바탕 소란을 겪은 경비실 직원은 “처음 몇 주간은 전혀 그런 사실(카지노 영업)을 눈치 채지 못했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아파트 관리실이 나서 확인을 해보니 영화 촬영장으로 이용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경찰이 조사를 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인근에 살던 주민들이 알고 있었다고 말하더라. 지금은 정리가 다 됐기에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주민들은 쉬쉬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비단 잠실의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도 경찰이 들이닥쳤다. 종업원을 포함해 총 25명이 40평 남짓한 공간에서 속칭 ‘바카라’로 불리는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된 것. 현장은 도박 테이블과 칩, 카드만 없었다면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전직 딜러 출신의 전문가까지 동원돼 매일 밤 수백만 원의 판돈이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불법 고급 아파트 카지노 영업장이 판치는 까닭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차례 불법 도박장 단속에 나섰던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의 경우 외부인의 출입이 어려운 특성 탓에 쉽게 도박꾼으로 의심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경찰의 단속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미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어 불법 도박장으론 적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수요도 불법 도박장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지난달 경찰이 불법 카지노 영업장에서 잡아들인 도박꾼만 하더라도 50여 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심각한 도박중독증 환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 15회 이상 출입이 금지된 강원랜드의 규정으로 인해 도박을 할 수 없는 사람들부터 강원랜드에서 사채업을 벌이다 쫓겨난 도박꾼까지 일명 블랙리스트들의 집합소였던 것이다.
불법 카지노 운영자들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강원랜드를 오가는 택시업자를 통해 ‘서울에도 카지노 영업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손님을 모았으며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호객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다만 보안을 이유로 어둠이 내린 후에야 따로 만남의 장소를 정해 손님을 차에 태워 이동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해서 ‘불법 아파트 카지노’가 성업하기 시작했는데 운영자들은 돈을 칩으로 바꿔주는 과정에서 5%의 수수료를 받아 챙겨 십수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송파구 및 강남구 일대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월세 공포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일대 고급 아파트의 월세 평균 가격은 50평을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 보증금 가격이 낮아질수록 월세는 오르는데 만약 수개월 치의 월세를 한 번에 낼 경우엔 약간의 가격조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월세 매물이 드물었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전세나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월세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불법 카지노 운영자들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 같다”며 “월세라도 워낙 고가이다 보니 찾는 사람이 드물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연결시켜주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월세를 찾는 손님이 오면 되돌려 보내는 곳도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 불법 카지노 운영자인지 모르고 연결을 시켜줬다 부동산중개업자가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잠실동의 부동산중개업자는 “고급 아파트가 도박장으로 쓰인다는 소문이 돌기 전에 카지노 운영자인 줄 모르고 중개를 했던 사람이 있었다. 올해 2월 경찰의 단속으로 그 집이 카지노 영업장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집주인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했다”며 “부동산중개업자도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도박장으로 쓰일 줄 알았겠느냐며 하소연했지만 결국 중개료를 되돌려줘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피해가 심각해지자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나름의 ‘도박장 운영자를 가려내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앞서의 부동산중개업자는 “도박장 운영자들은 카지노 영업장으로 쓰기 위해 소형보다는 중대형 아파트를 주로 찾는다. 월세가 다소 비싸더라도 보증금을 최대한 줄이려하고 집주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3~6개월 치 월세를 선납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면서도 계약 전 직접 집을 보거나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일단 경계를 한다. 그들은 집안 내부보다는 오히려 경비원이 몇 명인지, CCTV는 설치돼 있는지, 외부인의 출입이 쉬운지를 먼저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꽤 오래전부터 도박꾼들이 주택가까지 침투했으나 최근의 움직임은 또 다른 모습이다. 물론 과거에도 서울 강남의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아파트가 도박장으로 이용되긴 했으나 그땐 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하지만 요즘엔 월세 매물이 많이 나오는 탓인지 수개의 아파트를 동시에 빌려 무작위로 카지노 영업을 하기에 단속의 어려움이 있다. 서울에만 30여 개에 달하는 불법 아파트 카지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계속해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한국 노리는 카지노 업계
세계 ‘빅3’ 노크…콜이냐 다이냐
대형 카지노업계가 대한민국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 샌즈그룹과 MGM을 비롯해 윈(Wynn)까지 세계 3대 카지노가 동시에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투자 의지를 밝혔으나 올해 들어 그 움직임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투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는 세계 3대 카지노사는 각자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4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고급 호텔을 포함한 숙박시설 및 전시·공연장 등을 아우르는 복합 리조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도 포함돼 있다. 더욱이 복합 리조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인천광역시나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서울과 부산 도심지를 원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경제 활성화와 사행성 조장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우선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쪽은 샌즈그룹이다. 세계 최대 카지노인 라스베이거스샌즈를 운영하고 있는 셸던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은 올해 초 직접 자가용 비행기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열성’을 보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물론이고 싱가포르와 마카오에서도 복합 리조트로 큰 성공을 거든 애덜슨 회장은 서울과 부산 두 곳 모두를 탐내고 있는 상황. 이번 방문에서도 허남식 부산시장을 직접 만나는가 하면 복합 리조트 부지로 적합한 몇 군데를 둘러보고 가기도 했다.
특히 부산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애덜슨 회장은 벡스코가 자리한 해운대 일대와 북항재개발지역, 동부산관광단지를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당시 애덜슨 회장과 북항재개발지역을 돌아본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샌즈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단체로 북항을 둘러보고 갔는데 꽤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실무진들은 북항을 부산의 최적지로 꼽았으나 애덜슨 회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며 “북항 주변 시민들의 소득 수준과 낙후된 시설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하지만 복합 리조트 설립 자체에 대한 의지는 강했다고 한다. 앞서의 BPA 관계자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두고 정부에서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애덜슨 회장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한국에 이득이 되는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움직여볼 계획이라고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애덜슨 회장에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클 레빈 라스베이거스샌즈 부회장이 서울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도 복합 리조트 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역시 문제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였다. 카지노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로 인한 반대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기에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샌즈그룹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투자처로 지목한 가운데 MGM의 짐 모린 회장도 지난 2년 동안 3차례 방한해 정부 고위관료를 만나고 갔다. 윈 또한 수뇌부가 움직여 수차례 국내를 방문해 복합 리조트 투자에 대해 논의를 하고 떠나기도 했다.
다만 ‘내국인 출입 카지노’라는 예민한 사안이 걸려있기에 아직까진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을 하진 않은 상황. 하지만 서울시와 부산시 관계자는 “수조 원의 금액이 투자되는 사업인 만큼 정식으로 투자 제안서가 접수되면 심도 높게 고려는 해볼 것이다. 카지노로 인한 부작용도 있겠지만 고용창출, 경제 활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치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복합 리조트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박]
세계 ‘빅3’ 노크…콜이냐 다이냐
대형 카지노업계가 대한민국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 샌즈그룹과 MGM을 비롯해 윈(Wynn)까지 세계 3대 카지노가 동시에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투자 의지를 밝혔으나 올해 들어 그 움직임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투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는 세계 3대 카지노사는 각자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4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고급 호텔을 포함한 숙박시설 및 전시·공연장 등을 아우르는 복합 리조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도 포함돼 있다. 더욱이 복합 리조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인천광역시나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서울과 부산 도심지를 원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경제 활성화와 사행성 조장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우선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쪽은 샌즈그룹이다. 세계 최대 카지노인 라스베이거스샌즈를 운영하고 있는 셸던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은 올해 초 직접 자가용 비행기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열성’을 보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물론이고 싱가포르와 마카오에서도 복합 리조트로 큰 성공을 거든 애덜슨 회장은 서울과 부산 두 곳 모두를 탐내고 있는 상황. 이번 방문에서도 허남식 부산시장을 직접 만나는가 하면 복합 리조트 부지로 적합한 몇 군데를 둘러보고 가기도 했다.
특히 부산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애덜슨 회장은 벡스코가 자리한 해운대 일대와 북항재개발지역, 동부산관광단지를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당시 애덜슨 회장과 북항재개발지역을 돌아본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샌즈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단체로 북항을 둘러보고 갔는데 꽤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실무진들은 북항을 부산의 최적지로 꼽았으나 애덜슨 회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며 “북항 주변 시민들의 소득 수준과 낙후된 시설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하지만 복합 리조트 설립 자체에 대한 의지는 강했다고 한다. 앞서의 BPA 관계자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두고 정부에서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애덜슨 회장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한국에 이득이 되는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움직여볼 계획이라고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애덜슨 회장에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클 레빈 라스베이거스샌즈 부회장이 서울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도 복합 리조트 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역시 문제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였다. 카지노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로 인한 반대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기에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샌즈그룹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투자처로 지목한 가운데 MGM의 짐 모린 회장도 지난 2년 동안 3차례 방한해 정부 고위관료를 만나고 갔다. 윈 또한 수뇌부가 움직여 수차례 국내를 방문해 복합 리조트 투자에 대해 논의를 하고 떠나기도 했다.
다만 ‘내국인 출입 카지노’라는 예민한 사안이 걸려있기에 아직까진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을 하진 않은 상황. 하지만 서울시와 부산시 관계자는 “수조 원의 금액이 투자되는 사업인 만큼 정식으로 투자 제안서가 접수되면 심도 높게 고려는 해볼 것이다. 카지노로 인한 부작용도 있겠지만 고용창출, 경제 활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치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복합 리조트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