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오닉스 보유 이미지센서 기술과의 유사성이 쟁점…이미지센서 관련 연방법원 소송에 영향 미칠 듯
#"전혀 무관하다면 조사 개시 안해"
지난 5월 30일(현지시각) ITC는 특허침해 조사를 개시하기로 의결하고 각 사에 통지했다. 앞서 4월 30일 사이오닉스는 자사의 특허가 침해됐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성전자 반도체 미국법인을 관세법 제337조 위반 혐의로 ITC에 제소했다. 미국 관세법 제337조는 특허와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물품에 대해 불공정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미국 Harness IP 로펌의 이기석 변호사는 “특허 침해 소송은 특허권만 있으면 개시될 수 있지만 ITC 소송은 일정 요건을 갖춘 사건만 조사가 개시된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법무법인 로베이스 변호사는 “ITC는 조사 신청서를 심사하고 의결한 후 조사를 개시한다”며 “의결할 때 개괄적으로 미국 관세법 제337조 위반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이뤄진다. 전혀 무관하다면 조사를 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이오닉스는 2006년 하버드대학교 교수진이 창업해 분사한 기업이다. 초저조도 CMOS 이미지센서 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디지털 야간 투시 카메라를 개발했다. 달이 없는 밤 수준의 극도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150m 거리에서 사람 크기의 물체를 볼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있다. 2019년 미 국방부의 통합 시각 강화 시스템(IVAS) 프로젝트와 관련해 디지털 야간 투시경 카메라를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사이오닉스는 자사가 보유한 5개의 이미지센서 관련 특허를 삼성전자 제품이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특허는 각 픽셀을 트렌치(깊고 좁은 형태의 구조물)로 분리하고 이를 다시 재료로 채우거나 덧대는 등의 방식으로 픽셀을 다시 조합하는 기술을 포괄한다. 사이오닉스는 이러한 기술은 저조도 환경에서 픽셀 간 간섭현상을 줄여 이미지 화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오닉스는 자사 특허를 침해하는 삼성전자 제품에 제한수입배제 명령과 중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ITC에 요구했다. 제한수입배제 명령은 특허 침해품의 미국 내 수입을, 중지 명령은 이미 미국으로 수입된 재고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명령이다.
사이오닉스는 ITC에 제출한 제소장을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5, 갤럭시S23울트라, 갤럭시탭S9 FE+ 등을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제품으로 명시했다. 삼성전자 CMOS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ISOCELL)이 탑재된 제품들이다. 사이오닉스가 ITC에서 침해받고 있다고 밝힌 제품은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은 아니다. 위은규 카이오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미국으로 수입된 재고품의 판매가 금지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사이오닉스 이미지센서 기술의 유사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인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처리장치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렌즈를 통과한 빛을 이미지센서가 정확히 처리하게 해야 고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미지센서 기술 업체들은 픽셀 간 간섭현상을 최소화하는 여러 방법을 쓴다. 삼성전자 아이소셀은 픽셀 사이에 물리적 장벽을 세워서 픽셀 간 간섭현상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접한 여러 개의 픽셀을 하나로 병합해 어두운 곳에서도 노이즈 없이 촬영할 수 있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
양사는 현재 ITC의 조사 개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단계에 있다. ITC는 조사를 개시한 후 45일 내에 최종판정 날짜를 지정해 공고해야 한다. 이후 증거 개시와 심리 절차를 밟는다. ITC 행정법판사는 최종판정 목표일 4개월 전까지 예비판단을 내려야 한다. 예비판단은 ITC의 최종판정으로 확정된다. 통상 ITC 최종판정은 제소장이 접수된 지 약 9~12개월 후 내려진다.
#삼성전자 "진행중인 건이라 설명 어려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글로벌 CMOS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5.6%의 점유율로 일본 소니(51.6%)에 이은 2위다. 중국 옴니비전(9.7%), 미국 온세미(7.0%)가 뒤를 이었다. CMOS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와 자동차, 혼합현실(XR)용 기기 등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아이소셀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 중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반도체(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이미지센서 사업팀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 이제석 부사장을 앉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5000만 화소급 이미지센서 신제품 ‘아이소셀 GNK’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에는 프리미엄급 모델에 사용되는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5억 화소 이상의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가 밝힌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계획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4월 30일 사이오닉스는 ITC와 별개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성전자 반도체 미국법인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도 제기했다. ITC에서 특허 침해 피해를 주장한 이미지센서 관련 특허와 동일하다. 사이오닉스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피해 금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기석 변호사는 “ITC와 연방법원의 소송 절차는 독립적”이라며 “연방법원의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 추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ITC와 법원은 판단하는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증거가 동일하게 사용될 수는 있다”며 “일반적으로 결과가 빨리 나오는 ITC 결과가 연방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진행 중인 건이라 공식적인 설명을 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