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고의 음주 등 행위가 수사기관 적극성 자극…피해자와 합의 이뤄진 점은 유리하게 작용 전망
결국 김호중은 음주운전 처벌은 결국 피했다. 그렇지만 김호중은 오히려 수사기관이 음주운전으로 자신을 처벌하지 못하게 된 과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더 절박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6월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형법상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가수 김호중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김호중을 검찰로 구속 송치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혐의 5개 가운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만 빠졌다. 그렇게 음주운전 혐의는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김호중과 소속사의 과도할 만큼 적극적인 대응의 목적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는 것이었다면, 이 전략은 100% 성공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논리가 검찰에서 통한 셈이다. 그런데 검찰은 김호중을 음주운전으로 기소하지 못하게 된 과정을 더 문제 삼고 있다. 바로 사법방해 행위다.
교통사고를 낸 뒤 바로 현장을 떠난 ‘뺑소니’로 인해 기본적으로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는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호중 측도 이 부분은 사건 초기에 바로 인정했고 ‘사고 당시 김호중이 심각한 공황상태였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우선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생각엔터)는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매니저 장 아무개 씨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 대신 자수를 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생각엔터의 대응 논리는 ‘김호중은 몰랐다’였다. 공식입장을 통해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 뒤늦게 매니저 자수 사실을 알고 김호중이 직접 경찰서로 간 것’이라는 대응 논리를 만든 것. 김호중의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대목은 김호중의 형법상 범인도피교사 혐의 기소로 이어졌다. 애초 경찰은 구속영장 발부 당시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 송치 과정에서 범인도피교사로 변경했고 검찰이 그대로 기소했다. 사고 당시 입고 있던 옷을 허위 자수하는 매니저에게 벗어준 것은 기본, 김호중이 막내급 매니저에게 직접 수차례 전화해 대신 허위로 자수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음주 상태에서 허위 자수를 한 매니저 장 씨는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허위 자수를 지시한 생각엔터 대표 이광득 씨와 본부장 전 아무개 씨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한 소속사는 사고 현장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도 제거했는데 블랙박스를 직접 제거한 생각엔터 본부장 전 씨는 증거인멸 혐의도 추가됐다.
매니저 장 씨가 허위 자수를 하러 경찰서로 향하자 김호중은 집이 아닌 경기도 인근 호텔로 향했고 그 인근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입했다. 이로 인해 김호중의 경찰 출석은 사고 발생 17시간여 뒤에야 이뤄졌다. 경찰은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을 활용하려 했지만 사고 이후 마신 술이 정확한 음주 측정을 방해했다. 소위 말하는 ‘사고 후 고의 음주’가 음주운전 처벌을 막아내는 묘수처럼 보였지만 괜히 검찰의 적극성만 자극하고 말았다. 이를 사법방해 행위로 여겨 엄정대응 방침을 세우게 만든 것.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정한 사고 당시 김호중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면허 정지 수준인 0.03% 이상으로 봐 검찰 송치 당시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후 고의 음주로 위드마크 공식 적용이 어려워진 데다 요즘 법원에서 위드마크 공식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검찰은 경찰과 동일하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위험운전치상’의 ‘위험운전’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의 자동차 등 운전’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필요하지 않다. 당시 김호중의 음주 영향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지만 유죄로 판단되면 처벌 수위는 상당히 높다.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 역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역시 처벌 수위가 높다.
그나마 늦게라도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진 부분은 법정에서 김호중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의 양형 과정에서 합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법원에 공탁금이라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경찰과 검찰은 모두 김호중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고 발생 35일 만인 6월 13일 합의가 이뤄진 뒤 김호중 측은 “경찰이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와 합의가 늦어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인데 경찰이 번호를 알려주면 안 된다. 안 알려준 경찰이 규정을 잘 지킨 것”이라며 “본인이 피해자를 확인해서 택시회사를 찾는다든지 노력해서 해야지 경찰을 탓할 게 아니”라고 강조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아예 이원석 검찰총장이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김호중 사건이 불거지자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판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를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며 일선 검찰청에 지시한 것. 이미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 이례적으로 담당 검사가 직접 출석해 구속을 이뤄낸 검찰이 공판 단계에서도 검찰이 매우 엄정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호중 방지법’이 생길 가능성도 열렸다. 김호중을 구속기소하며 검찰은 “이번 사건은 조직적 사법방해로 인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과 입법 공백이 확인된 대표적 사례”라며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5월 20일 대검찰청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고 후 고의 음주’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한 바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