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제소당한 CNT 기술 특허 침해소송 반격…MRD 측과 분쟁 특허 모두 무효화 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6월 7일과 12일(현지시각)에 미국 특허청에 IPR을 제기했다. 특허 소유권자는 미국 CNT 업체인 ‘몰레큘라 레바 디자인(MRD)’과 MRD의 자회사 ‘블랙 다이아몬드 스트럭처(BDS)’다. MRD와 BDS는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MRD 측과 분쟁 중인 특허에 전부 IPR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MRD 측이 제시한 분쟁 특허는 ‘개별형 CNT를 이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그의 제조 방법 및 그로부터 얻은 생성물’이란 명칭의 특허 3건(US8808909·US8968924·US10153483), ‘개선된 탄성 중합체 배합물’ 특허 1건(US9636649), ‘불연속적 CNT를 사용한 에너지 저장과 수집 장치를 위한 결합물질, 전해질 및 격리막’ 특허 1건(US10608282) 등 모두 5건이다.
IPR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되기 전인 2011년 LG화학은 CNT 관련 분야 독자 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돌입했다. 2013년 20톤(t) 규모 파일럿 양산 라인을 구축한 이후 관련 특허를 잇달아 출원했고 CNT의 본격 양산에 나선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LG화학은 약 250억 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연간 400t 규모의 CNT 전용공장을 구축해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MRD 측 특허 출원일은 2012~2016년으로 출원 시기가 엇비슷하게 겹친다. 국내 최초로 CNT 분산기술 관련 특허를 낸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 측이 원천성을 주장할 수 있는 특허가 비교적 늦게 나왔다. 자사 특허를 근거로 상대 측 특허의 출원 시기가 더 늦고 진보성이 없다는 주장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어렵다”라며 “5건을 전부 무효화해야 하는데 역시 까다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 업계 한 관계자 또한 “LG 측이 해당 특허를 회피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무효화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5건 전부 무효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상당한 로열티 매출과 배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R은 특허청에 신청이 받아들여진 시점부터 12개월 내에 최종 판결이 나오도록 정해져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특허 침해 소송이 병행되고 있을 경우 IPR 결과가 침해 소송에 반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IPR의 경우 늦어도 2025년 하반기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제기된 특허 소송이 길어질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배터리 생산과 CNT를 직접 생산하는 LG화학의 신사업 확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LG화학은 CNT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CNT 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LG화학이 탄소나노튜브를 원재료 형태로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탄소나노튜브를 가공해서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로 활용한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소송 배경 자체가 의심스러우며 특허 침해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