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라 대응 까다로운 편…북미 매출 20조 돌파 속 영향 촉각
LG전자와 LG전자 미국법인이 6월 7일 미국 NPE인 USTA Technology, LLC에 무선 주파수 특허 침해 혐의로 피소됐다. USTA는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LG전자를 제소하며 연방 민사소송규칙 제38조에 따라 배심원 심리를 요청했다. 특허권자에 호의적인 경향이 있는 배심원 재판을 통해 승소 확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USTA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자사 특허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이자, 변호사 비용 지급 등을 청구했다.
USTA가 침해의 근거로 제시한 특허는 RE47720으로 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간섭 관리와 관련된 ‘스펙트럼 적응형 네트워킹’ 기술 특허다. USTA에 따르면 해당 특허는 통신규약인 802.11ac 표준을 지원하는 장치를 제작할 경우 반드시 침해할 수밖에 없는 표준특허에 해당한다.
802.11ac는 전자기기를 무선랜에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와이파이(Wi-Fi) 기술의 핵심 표준의 하나로 주로 가정용 와이파이 등으로 널리 대중화돼 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802.11ac는 1초에 최대 6.9기가비트까지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무선랜 지원 규격으로 와이파이5에 해당한다”이라며 “이제 와이파이6에 이어 7까지 출시되면서 새로운 기술로 넘어가는 추세기는 하지만 아직은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USTA는 이번에 동일한 특허의 침해 혐의로 LG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레노버, AT&T, 그리고 에이수스 등 굴지의 다국적 정보통신 기업들을 상대로도 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USTA 측에서 패소 기업에 소송비용 전가를 요청한 점까지 감안하면 그만큼 강력한 특허라는 분석도 나온다.
표준특허 침해 시비의 경우, 비침해 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기업들은 특허무효소송(IPR)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이번 제소 건의 경우 다수 기업이 동일한 특허로 소송에 걸린 만큼 LG전자가 다른 피소 기업들과 연합해서 IPR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식재산권(IP)업계 한 관계자는 “적정 금액으로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상당한 로열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있어 패소할 경우에는 막대한 손해배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허 무효화에 실패할 경우 합의로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RE47720은 2018년 2월 16일에 출원한 특허로 2038년에 만료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 지속 기간이 긴 만큼 피소 기업으로서는 자칫하면 오랜 기간 발목이 잡힐 수 있다. LG전자와의 분쟁 제품은 12가지 TV시리즈와 LG전자의 일부 모바일 폰, LG 크롬북 및 태블릿, 기타 802.11ac와 호환하는 와이파이 연결 장치 등이다. 다만 분쟁 제품 대다수가 LG전자의 구형모델이고 새로운 규격의 와이파이 기술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향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TV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시장에서 20조 34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에서 매출 2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에도 수요가 꾸준한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한 사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CEO(최고경영자) 직속 해외영업본부 산하에 해외법인역량강화담당 조직을 설치해 북미·유럽 등 기업 간 거래(B2B) 확대와 현지 시장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USTA에 피소당하기 일주일 전인 5월 31일에도 미국 생체 인식 전문 기업인 프록센스에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당했다. 생체 인증과 관련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술 특허를 보유한 프록센스는 LG페이와 LG스마트키 등이 해당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법원에 금지 명령 규제와 금전적 손해 배상을 요청했다. 프록센스는 2021년에도 삼성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해 소송전 끝에 합의로 마무리지은 이력이 있다. 삼성전자의 특허무효화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진행 중인 특허 소송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