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전지 비해 이차전지 화재 취약성 덜해…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불 덜 나지만 완진 오래 걸려 이목집중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시면 전곡산단에 위치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리튬 배터리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다 급격하게 발화하면서 불이 작업실 전체를 뒤덮었다. 이번 화재로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화재는 22시간 만인 25일 오전 완진됐다.
이번 화재로 ‘리튬’이 주목받고 있다. 리튬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아주 높은 원소다. 리튬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아주 강해 외부 공기나 물과 반응하면 열을 발생시켜 불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리튬은 열에 민감해 내‧외부 온도를 관리하지 못하면 과열로 불꽃이 일어날 수 있다.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내부 온도를 계속 상승시키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언뜻 보면 리튬은 그야말로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과 같다. 이런 이유로 리튬을 사용한 이차전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차전지는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가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발생하는 화재로 대중의 이차전지를 향한 불안감은 매우 높은 상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로 이차전지까지 불안 요소로 묶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한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재가 난 아리셀의 전지는 염화티오닐(LiSOCL2)을 용매로 사용하는 리튬 전지로, 이 전지는 음극에 리튬 금속을 사용한다”며 “금속으로 노출된 리튬은 물이 닿으면 폭발하게 돼 있어 그만큼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면 이차전지 즉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에 리튬이 들어가는데 다른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원소들과 산소와 화합한 산화물 형태로 들어간다. 금속이 아닌 산화물이므로 물과 접촉해도 반응하지 않는다”며 “일차전지는 완충 상태로 출고돼 화재 시 불을 더 키울 수 있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 상태가 30~40% 정도로 보관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서도 오류가 있다고 말한다. 등록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1.32건, 내연기관차 1.48건으로 오히려 전기차가 더 낮다는 것이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외에는 들어가는 부품이 내연기관차보다 적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기에 다른 전기적인 요인으로 화재가 날 가능성이 높다”며 “리튬이 폭발성이 있으니 위험해서 쓰면 안 된다는 말은 기름이 불에 취약하니 쓰지 말자는 것과 같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포비아’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도 화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충돌이나 떨어뜨림으로 전지의 외부가 손상됐을 때 내부의 화학 물질이 외부로 노출되면 화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배터리가 설계 용량을 초과해 충전돼도, 리튬이 과반응하거나 내부 물질들의 변화 탓에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 리튬 배터리는 불이 확산하는 속도도 빠르다. 한 개 셀에서만 발화해도 열폭주 현상으로 폭발하기에 멀쩡한 셀들도 연쇄 반응해 폭발한다. 화재만 일어났다 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번 화재도 불과 15초 만에 작업실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 완진도 어렵다. 리튬 배터리의 열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언제든지 열로 인한 화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진화에만 수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차전지 업계에서는 리튬과 결별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 대신 나트륨이나 바나듐을 사용하는 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나트륨은 극한의 고온을 견딜 수 있어 리튬보다 폭발에 강하고,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는 전해질로 물을 활용해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CATL’은 이르면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2027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VIB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다보니 에너지 밀도 대비 부피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크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에만 사용되는 한계가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가 커진 것은 배터리의 기술적인 문제보다 소화 방법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리튬금속 일차전지에 소화약제가 수분을 유인해 연속적으로 배터리가 터진 것으로서 소화기 사용법과 소화 방법만 제대로 알았더라면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리튬 금속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려면 대량의 물을 한꺼번에 뿌리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로 불을 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